[이데일리 김유림 기자]
SK바이오팜(326030)의 세노바메이트가 올해 들어 미국에 900억원 이상 공급되며 순항하고 있다. 다만 미국 자회사에 공급한 물량은 회계법상 제 3자에게 최종 판매되는 실적만 연결기준 매출로 인식된다. 1분기에는 유럽발 기술료가 들어오면서 호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지만, 2분기부터는 미국에서 실제 처방되는 세노바메이트 매출이 관건일 것으로 전망된다.
| SK바이오팜 세노바메이트. [사진=SK바이오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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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은 올해만 벌써 총 4건의 세노바메이트(제품명 엑스코프리) 단일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1분기(1~3월) 722억원, 4~5월에는 182억원, 총 904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이며, 계약 상대방은 SK라이프사이언스(SK Life Science)다.
SK바이오팜은 공시를 통해 “상기 계약은 당사의 뇌전증 치료 신약 세노바메이트 미국시장 판매를 위해 당사 미국 현지 법인인 SK라이프사이언스에 제품을 공급하는 계약으로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로는 잡히지 않는 내부거래다”고 설명한다.
SK라이프라이언스는 SK바이오팜의 100% 미국 자회사이며, 세노바메이트 미국 현지 직접 판매를 위해 설립됐다. 국제회계기준(IFRS) 방식에 따르면 모회사와 자회사간 내부거래는 연결재무제표에 실적으로 올라가지 않는다. 외부의 제 3자에게 팔았을 때 연결실체의 거래로 인식할 수 있는 것이다.
SK바이오팜은 1분기 매출액 전년대비 3440% 급증한 1400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1235억원은 지난 3월 유럽에서 세노바메이트 판매 허가를 받으면서 파트너사인 안젤리나파마로부터 받은 기술료다. 1분기에 722억원 규모의 세노바메이트를 SK라이프사이언스에 공급했음에도 불구하고, 내부거래로 인해 미국에서 실제 판매된 116억원만 연결기준 매출로 잡혔다.
이와 비슷한 사업구조를 갖고 있는
셀트리온(068270)은 상황이 다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자산 5조원 이상 64개 기업집단 가운데,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집단은 셀트리온(37.3%)인 것으로 나타났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의약품을 개발, 생산하고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가 해외 마케팅과 유통을 담당한다.
셀트리온그룹 계열사들은 서정진 명예회장의 지배구조 아래에 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서로 지분 보유가 전혀 없다. 셀트리온그룹의 주요 계열사지만, 계열사끼리 지분 관계가 없으면 회계법상 내부거래를 해도 연결기준 매출로 전부 잡힌다.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수천억원의 물량을 넘긴 후, 실제 판매가 되지 않고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재고로 쌓여 있어도 셀트리온의 매출로 잡히게 된다.
결국 SK바이오팜은 2분기부터 단일판매계약과 상관없이 미국에서 실제 판매되는 세노바메이트의 매출이 실적 성장의 관건일 것으로 예상된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세노바메이트가 지난해부터 미국 시장을 뚫기 시작했는데 코로나 여파로 대면 영업에 한계가 있었다”며 “미국 백신 접종률이 가파르게 올라가면서 올해부터 대면 영업이 확대되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 점유율도 빠른 속도로 확보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SK라이프사이언스가 지난해까지 코로나 여파로 거의 하지 못했던 대면 마케팅을 올해부터 본격 개시하면서 빠른 성장세를 나타낸다. 미국 1분기 세노바메이트의 처방수는 전분기 대비 33% 증가, 4월에도 계획보다 높은 처방 수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세노바메이트 매출은 700억원 이상 달성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세노바메이트와 비교되는 뇌전증 치료제의 글로벌 대표 약물은 UCB사의 빔팻(Vimpat)이다. 빔팻은 2008년 FDA 허가를 받아 출시돼 15억 달러(1조7000억원)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으며, 시장점유율 42%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특허만료가 2022년으로 빔팻은 제네릭 경쟁에 놓이게 되며, SK바이오팜의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경쟁 약물 빔팻의 제네릭 발매로 세노바메이트의 감소 우려가 있지만, 1, 2, 3세대 약물이 복합적으로 병용 처방되는 뇌전증 특성이 있다. 고정된 보험비 정량에서 오리지널 빔팻에서 제네릭으로 처방 전환 시 세노바메이트와 같은 신제품 처방 가능성은 오히려 증가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