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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A·식약처도 "마우스 그만" 오가노이드가 바꾼 전임상 지도
  • 등록 2025-06-04 오전 8:19:09
  • 수정 2025-06-04 오전 8:19:09
[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오가노이드, 3D 스페로이드, 제브라피시(zebrafish).

지난달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암연구학회 연례 학술대회(AACR 2025)에서 심심찮게 등장한 용어들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달 의약품 개발 과정에서 동물실험 의무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22년 제정된 ‘FDA 현대화법 2.0(FDA Modernization Act 2.0)’에 기반, 동물실험을 인공지능(AI) 기반 독성 예측 모델, 오가노이드, 오가논어칩(organ-on-a-chip) 등으로 대체하겠다는 전략이다. 제브라피시는 물고기를 이용한 동물실험으로, 과도기적인 대체실험으로 평가받는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도 FDA의 정책 변화에 발맞춰 동물실험을 줄이기 위한 제도 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식약처는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시험법 등으로 실시한 비동물 또는 인체 생물학 기반 시험자료로 대체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고시했다.

이데일리는 지난 19일부터 국내 바이오벤처 연구소장 두 명, 박경호 나손사이언스 연구소장을 각각 인터뷰했다. 다만, 바이오벤처 연구소장 두 명은 업계 여러 이해관계를 고려해 익명을 조건으로 인터뷰를 수락했다. 나손사이언스는 비임상시험수탁기관(CRO)이다. 바이오벤처 연구소장은 각각 A와 B로, 박경호 소장은 ‘박’으로 표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FDA에선 어떤 이유로 동물실험을 줄이려고 하는가.

A: FDA 자체적인 스터디(연구)를 오랫동안 한 것으로 안다. 이는 식약처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과거 사례들을 분석해보니 3D 스페로이드, 오가노이드, 지브라피시 등의 결과가 실제 임상에서 마우스, 영장류 실험결과보다 더 일치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마우스, 원숭이 같은 실험에 의존하지 말라는 권고를 낸 것이다.

B: 마우스 같은 동물모델은 비용, 시간이 많이 든다. 마우스 실험도 최하 5억에서 실험이나 기간에 따라 10억, 20억원이 든다. 영장류 실험은 원숭이 한 마리 가격이 1억원이다. 30마리 실험 하려면 최소 30억원이 필요하다. 동물복지 이슈와도 연계된다.

오가노이드, 3D 스페로이드, 지브라피시 등을 활용해 효능과 독성 실험을 수행하겠다는 것이다. 줄기세포에서 정상 인체 조직을 키운 뒤, 조직 집 위에서 약물 테스트를 수행하는 방법도 있다. 이 결과를 AI로 분석, 예측해 신약개발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Q: 동물실험 폐지는 시기 상조란 지적이 많은데.


A: 최근 FDA 화학항암제와 면역항암제 병용요법 폐암 상업용 임상을 준비하면서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해 승인받았다. IND 패키지에는 항암치료(화학항암제 및 병용요법)에 대한 전임상 데이터를 포함해야 한다.

이때 약물의 작용 원리나 효과를 지브라피시로 했다. 지브라피시는 예전에 생소했지만, 이제는 FDA에서 인정하는 실험 모델이 됐다는 뜻이다. 올해 초에 FDA에서 동물실험 폐지 관련 가이드라인(공고)을 내놨다. 앞으로 독성시험(toxicology)이나 동물효능시험(animal efficacy study)을 진행할 때, 기존 동물 대신 오가노이드를 써도 된다는 의미다.

박: 동물실험 폐지는 시기상조다. 오가노이드나 3D 스페로이드는 따지고 보면 세포레벨에서 독성과 효능을 본다는 의미다. 마우스 실험을 한다는 의미는 척추동물에서 복합적 독성과 효능을 보는 것이기 때문에, 임상 전에 보다 명확한 결과를 볼 수 있게 한다.

Q. 마우스 실험의 문제는 무엇인가.

A: 면역항암제가 좋은 사례가 될 것 같다. 면역항암제(Immuno-oncology drug)는 암세포를 직접 죽이는 게 아니라,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약이다. 보통 마우스는 인간 면역체계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람 면역항암제가 효과를 내는지 보기 어렵다.

이를 해결하려고 사용하는 게 ‘휴머나이즈 마우스’(Humanized Mouse) 또는 ‘스키드 마우스’(SCID, 면역결핍 마우스)인데, 이 마우스들은 면역이 없거나 약한 상태라서, 사람 암세포를 넣을 순 있지만 면역 반응이 일어나지 않아서 면역항암제 실험에 적합하지 않다.

반대로 면역이 정상인 마우스는 마우스 자체 면역체계를 갖고 있어서 실험은 되지만, 여기에 사람 암세포를 넣으면 외부 물질로 인식해서 거부 반응(이식 거부)이 발생한다.

이런 이유들로 전통적인 마우스 모델만으로는 면역항암제 실험이 어렵고, 지브라피시 같은 새로운 모델이나 오가노이드, 스페로이드 같은 사람 유래 세포 기반 모델들이 점점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박: 면역항암제 같은 특정 영역에서는 충분히 오가노이드, 3D 스페로이드, 제브라피시 등이 대체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치료제, 모든 적응증을 대체할 수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지난해 4월 생물학적제제 등의 품목허가·심사 규정 일부개정고시안 행정예고했다. (제공=식품의약품안전처 공고 제2024- 203호)


Q.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은.


박: 예를 들어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같은 경우 세포군 레벨에선 독성이 있는 지, 없는 지 살펴볼 수 있다. 또 타깃(베타 아밀로이드, 타우 등)이 줄었는 지, 늘었는 지 판단할 수 있다.

반면, QOL(Quality of Life)는 평가는 어렵다. 우리가 파킨슨병의 경우 얼마나 손 떨림이 줄었는 지를 오가노이드나 3D 스페로이드 등에서 평가할 수 있나? 불가능하다.

알츠하이머병의 인지력이 얼마나 좋아졌는 지를 동물실험 외 다른 방법으로 평가할 수 없다. 오로지 마우스 실험을 통해 미로찾기, 물체 기억력 테스트 등을 통해 인지력(또는 기억력) 향상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파키슨병에 걸린 동물의 경우 몸의 떨림을 24시간 모니터링해서 얼마나 줄었는 지를 확인한다. 파킨슨병에서 손 떨림이 줄면 식사, 생활 등 삶의 질이 크게 올라간다. 이런 행동평가는 동물 대체 실험으론 절대 측정할 수 없다.

Q. 마우스 실험의 또 다른 문제는.


B: 사람용 항체를 마우스 실험에 그대로 사용하지 못한다. 사람과 마우스는 PD-L1 단백질 구조(서열)가 다르다. 그래서 사람이 만든 휴먼용 항체(antibody)는 마우스의 PD-L1에는 잘 결합하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만든 A단백질은 사람의 A항체엔 잘 붙지만, 마우스의 A항체에는 안 붙는다. 이러면 마우스 실험이 불가능해진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마우스에 A단백질이 잘 붙는 항체를 따로 개발했는데, 이런 항체를 ‘서로겟 항체’(surrogate antibody)라고 부른다.

즉, 실험용 대체 항체다. 사람에게 쓸 약을 마우스에서 실험하려면, 사람용 항체로는 안돼서 마우스 전용 항체를 따로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결국 마우스 실험과정에서 너무 많은 변수가 생기고, 조건이 달라지게 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마우스 전용 항체 개발 과정도 복잡해진다.

A: 신약을 개발할 때 어떤 단백질(항체 등)이 사람에도 작용하고, 실험용 생쥐에도 작용하게 만들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사람과 마우스는 구조가 달라서 똑같이 작용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이 단백질이 사람과 마우스에서 바인딩(결합)되는 부위가 비슷한가?”를 실험해서 확인한다. 처음부터 사람과 마우스 양쪽에 작용하도록 개발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여러 제약 때문에 그렇게 만들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지난해 4월 생물학적제제 등의 품목허가·심사 규정 일부개정고시안에 따르면 세포기반시험, 미세생리시스템, 바이오프린팅, 컴퓨터모델링 등의 비동물 및 인체 생물학 기반 시험을 대체할 수 있다. (제공=식약처)


Q. 지브라피시가 급부상한 배경은.


B: 지브라피시는 사람과 유전적으로 매우 유사하다. 전체 유전자 중 약 70%가 인간과 유사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질병 관련 유전자는 80% 이상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면역체계 구성도 사람과 비슷하다. 인간도 진화적으로 보면 바다 생물에서 유래한 생명체다.

지브라피시의 발생과정이 사람과 닮았다. 수정 후 75분쯤부터 세포과 분화하는 모습이 인간과 유사하다. 초기 발생, 면역반응, 유전자 기능 분석에선 지브라피시가 마우스보다 인간과 유사한 반응을 보인다. 지브라피시는 물고기지만 인간 질병 모델로서 높은 가치를 지녔다.

A: 지브라피시는 약물평가에 사용되고 있다. 효능 실험뿐만 아니라 독성 평가로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한국에선 안정성평가연구소에서 활용 중이고, FDA는 앞서 말했듯 제출 자료로 인정해주고 있다.

B:지브라피시는 수정 후 5일까지 면역 시스템이 자연적으로 결핍된 상태다. 즉 별도의 억제 조작을 하지 않아도 이 시기 이물질 거부 반응이 거의 없다. 수정란이 2~3일 차일 때 배 아래쪽 복부에 암세포와 사람 면역세포를 혼합 주입한 뒤 반응을 관찰할 수 있다. 지브라피시는 면역억제 조작이 필요없고, 자연 상태서 이식이 가능하다. 연구 분석 결과 도출까지 10일이면 가능하다. 실험실에서도 할 수 있기 때문에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기존 마우스 실험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이 같은 실험을 마우스에서 하려면 방사선을 조사해 면역세포를 억제한다. 그다음 사람의 말초혈액세포나 조혈모세포를 주입해야 한다. 그러면 한 달 간 인간 면역세포가 생존하고 작동한다. 그 시간 동안 사람 면역 반응을 관찰하는 방식이다. 차이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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