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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안드로이드 탄생한 보스턴CIC가보니…"K-바이오, 빅딜 마중물"
  • 등록 2025-07-14 오전 10:04:53
  • 수정 2025-07-14 오후 12:30:12
[보스턴(미국)=이데일리 김승권 기자] 지난 4일(미국 현지시간) 미국 보스턴 켄달스퀘어 지하철역에서 내려 브로드웨이 1번지로 향하는 길. MIT 캠퍼스 바로 옆에 자리한 CIC(Cambridge Innovation Center)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로비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Android was born here(안드로이드 탄생지)’라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지금 전 세계 20억 명이 사용하는 스마트폰 운영체제 안드로이드를 만든 구글 뉴잉글랜드 HQ가 첫 창업 둥지를 튼 곳이 이곳이다. 고객관계관리 플랫폼 허브스팟도 이 건물 5층 ‘벤처카페’에서 첫 투자자를 만났고, 코로나19 백신으로 세계적 제약사 반열에 오른 모더나 역시 이 거리에서 연구팀을 꾸렸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케임브리지에 위치한 케임브리지 이노베이션 센터(CIC) 전경 (사진=이데일리 김승권 기자)
보스턴 케임브리지 이노베이션 센터(CIC)는 1999년 MIT 졸업생 팀 로우(Tim Rowe)가 ‘혁신이 혁신을 부르는 밀도 높은 공간’을 만들겠다며 세운 공유 오피스다. MIT, 하버드대, 브로드연구소, 글로벌 빅파마 연구소가 모두 도보권에 있어 주변 1마일을 두고 ‘지구상에서 가장 혁신적인 1마일’이라 부른다. 건물 안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면 목재와 노출 콘크리트가 어우러진 복도에 각국 스타트업 로고가 줄지어 붙어 있다. 유리 파티션 너머로는 흰 가운을 입은 연구자들이 셀컬처 플레이트를 들고 분주히 이동한다.

회의실 예약표와 주간 밋업 일정표가 복도 곳곳에 붙어 있어 누구든 QR코드를 찍어 공개 세션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노트북 하나면 창업할 수 있다’는 말이 낯설지 않다.

CIC 홍보 문구 (사진=김승권 기자)
한국 기업 30곳이 차린 ‘보스턴 전진기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14층 문이 열리자마자 ‘유한 USA’, ‘GC녹십자’, ‘휴온스 USA’, ‘동아에스티’ 등이 적힌 현판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현재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C&D 인큐베이션센터에 입주한 한국 기업은 총 30곳. 전통 제약사의 미국 법인부터 AI·바이오 스타트업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CIC에 입주한 기업들 리스트 (사진=김승권 기자)
박순만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미국지사장은 “MIT가 이 건물을 매입해 스타트업 발굴에 나선 덕분에, 국내 기업도 세계적인 연구 인프라를 ‘한 지붕’ 아래에서 공유한다”며 “월세가 5000달러(약 650만원) 수준이지만 진흥원이 최대 120만원까지 3년간 지원해 진출 장벽을 낮췄다”고 소개했다.

벤처카페 행사 모습 (사진=김승권 기자)
CIC의 상징인 5층 ‘벤처카페’는 매주 목요일 저녁마다 각국 창업가·투자자가 뒤섞여 명함을 교환하는 장이다. 기자가 찾은 날에는 ‘한국 바이오 혁신의 밤’ 행사가 열려 김밥·떡볶이 냄새가 로비를 채웠다. 미국·유럽 투자사 파트너가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한국 스타트업 창업자에게 “FDA 미팅은 어떻게 진행되느냐”고 질문하고, 한 켠에서는 MIT 박사 후 연구원이 슬라이드 몇 장으로 새 항암제 플랫폼을 설명하며 즉석 피드백을 받는다.

벤처카페에서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가 한국 기업들을 홍보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승권 기자)
박순만 지사장은 “벤처카페는 CIC가 있는 모든 도시와 온라인 네트워크로 묶여 있어, 보스턴에서 만난 인연이 곧 도쿄·마이애미·암스테르담으로 이어진다”고 귀띔했다.

CIC가 추구하는 운영 철학은 ‘자연스러운 충돌(Collision)’이다. 스타트업·대기업·투자사·학계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혹은 커피머신 앞에서 우연히 마주쳐 대화를 시작하도록 건물 동선이 설계되어 있다. 실제로 구글, 바이오젠, 릴리 등 대기업 연구소가 인근에 몰려 있어 기업 간 오픈 이노베이션 협업이 활발하다.

CIC에서 로봇 연구를 하고 있는 한 회사 연구원들 (사진=김승권 기자)
보스턴 CIC 입주 한국 바이오 기업, 현지 네트워크로 글로벌 성과 잇달아

보스턴 이노베이션 허브 CIC에 둥지를 튼 국내 바이오 기업들도 현지 사업개발(BD) 활동을 통해 가시적 성과를 연이어 거두며 ‘K-바이오’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오름테라퓨틱(475830)은 CIC 입주 이후 보스턴 현지에서 글로벌 빅파마와 직접 접촉해 성과를 냈다.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에 이어 버텍스(Vertex Pharmaceuticals)와도 대형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휴온스(243070)는 국산 국소마취제 ‘리도카인’으로 국내 제약사 최초 FDA 승인을 획득해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현지 유통업체와 계약을 맺고 연매출이 매년 두 배씩 성장 중이다.

CIC에 입주한 기업들 리스트 (사진=김승권 기자)
스타트업 오토텔릭바이오는 FDA 임상 중인 후보물질의 멕시코·브라질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규모는 작지만 현지 진출의 의미 있는 첫걸음으로 평가받는다. 박지사장은 “단독 오피스 운영 부담을 줄이고, 정보 교류와 협업을 통해 BD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성과에 영향을 받아 CIC는 한국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CIC는 차바이오텍(085660)과 파트너십을 체결, 2026년 완공 예정인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 건설 중인 세포 유전자 바이오뱅크(CGB)에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연구개발부터 임상·생산·투자가 한 곳에서 해결되는 통합 플랫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마감

국내 비만치료제 개발 기업 중 가장 기대되는 곳은?

1. 한미약품

255명( 29% )

2. 디앤디파마텍

115명( 13% )

3. 동아에스티

50명( 5% )

4. 디엑스앤브이엑스

16명( 1% )

5. 펩트론

324명( 37% )

6. 기타 (댓글로)

110명( 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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