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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백신연구소, 수익형 신사업 적극 추진…脫관리종목리스크 전략 가동
  • 등록 2025-10-23 오전 8:46:28
  • 수정 2025-10-23 오전 8:46:28
[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프리미엄 백신 개발사로 정체성을 다져온 차백신연구소(261780)가 관리종목 리스크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익형 신사업을 다양하게 추진한다. 선본장은 ‘백신 명가’ 화이자에서 20여년 몸 담은 한성일 신임 대표이사다. 공공백신 시장 진출 계획과 동물용의약품 개발 계획을 밝힌 한성일 대표는 인수·합병(M&A), 기술도입 등 외부와의 협업 선택지에 대해서도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성일 차백신연구소 신임대표이사가 22일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임일성을 밝히고 있다. (사진=차백신연구소)


22일 차백신연구소는 서울 광화문 HJ비즈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장기 성장 전략 및 글로벌 사업 비전을 발표했다. 신임 대표에게 가장 많이 쏟아진 질문은 차백신연구소의 관리종목 리스크 탈출 전략이었다.

지난 2021년 10월 코스닥 시장에 기술특례상장한 차백신연구소는 2027년 연 매출 요건 50억원을 달성하거나 시가총액 600억원을 넘기지 않으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위험이 있다. 지난해 차백신연구소의 매출은 3억7000만원, 21일 종가 기준 시총은 711억원이다.

동물항암제·공공백신 사업 추진…M&A도 고려 중

B형간염 치료백신, 항암백신, 대상포진백신 등 이제까지 회사의 주력 파이프라인은 모두 프리미엄 백신이었다. 하지만 회사의 첫 임상 진입 파이프라인이었던 B형간염 치료백신이 임상 2b상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면서 수익화 시점이 미뤄지자 스텝이 꼬이게 됐다.

차백신연구소는 이번 기자간담회에서 B형간염 예방백신 및 일본뇌염백신을 시작으로한 공공백신 시장 진출 계획을 밝혔다. 한 대표는 “중동, 남미 등 중저소득 국가를 중심으로 해외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라며 “현지 개발·생산업체와 협업해 현지 임상부터 생산, 공공백신 입찰 등을 추진함으로써 매출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량 해외 수입되고 있는 일본뇌염백신을 국산화함으로써 백신주권 확보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한 대표는 “현재 개발 중인 일본뇌염백신이 보건복지부 주관 ‘백신 실용화 기술개발사업’ 과제로 선정돼 연구가 진행 중”이라며 “일본뇌염은 치료제가 없어 백신으로 예방만 가능한데 기존 백신은 사백신과 생백신으로 부작용 위험이 크고 안전성 문제, 면역저하자들에게 사용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차백신연구소는 국내 최초 재조합 일본뇌염백신을 개발함으로써 변이바이러스에도 유효하고 기존 백신의 단점을 극복한 백신을 개발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올해 시작한 신규 과제인 동물면역항암제도 소개했다. 한 대표는 “현재 파일럿 스터디 중인 동물면역항암제는 주1회 투여만으로 부작용 없는 안전성이 확인됐다”며 “국내 최초 면역증강제 기반 동물항암제로써, 치료 옵션이 제한적인 반려동물 의약품 시장에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이들 사업은 모두 수익화 시점을 앞당길 수 있는 전략이지만 이 역시 2~3년 이상 지켜봐야 한다. 당장의 관리종목 지정 리스크를 타개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차백신연구소도 이 같은 질문에 다양한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답했다.

김상기 차백신연구소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는 “M&A, 기술도입 등 다양한 외생적 전략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일정이나 방향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다만 내년 중에는 모든 것이 끝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22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차백신연구소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차백신연구소 경영진들이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은영 R&D연구소 부소장(상무), 한성일 대표이사, 김상기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 정시영 사업개발본부장(전무) (사진=차백신연구소)


수익화 시계 앞당겨 최종 목표는 ‘항암백신’

업계에서는 규모가 작은 바이오벤처가 처음부터 프리미엄 백신 사업에 올인하는 것은 무리수였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프리미엄 백신의 경우 개발 난도가 워낙 높고 글로벌 빅파마가 장악한 시장이라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나 유럽의약품청(EMA)의 허가를 받은 국산 바이오시밀러, 혈액제제, 항암제는 있지만 미국, 유럽에서 상용화된 국산 백신은 없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프리미엄 백신은 수익성이 높고 기술력의 정점으로 여겨져 많은 백신개발사들의 최종 목적지다. 하지만 그만큼 개발이 어려워 많은 백신개발사들이 좌절을 겪어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백신 개발에는 10년이 걸리지만 공공백신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사전적격성평가(PQ) 인증만 받으면 2~3년 내 바로 시판을 할 수도 있다. 당장 큰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회사가 차근차근 인지도와 내공을 쌓기에 좋은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한 백신개발사 임원은 “대기업, 글로벌 빅파마에 비해 자금력이 부족한 바이오벤처라면 공공백신으로 대량생산 및 상업화 경험을 쌓고 매출을 확보한 뒤 이를 기반으로 프리미엄 백신 시장으로 넘어가는 것이 생존전략으로써 적합할 수 있다. 차백신연구소 역시 공공백신, 동물의약품으로 사업을 넓힌다면 수익화 시점을 앞당기는 데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봤다. 하지만 “가격을 무기로 내세운 중국·인도 제약사 사이에서 어떻게 한국 바이오텍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공공백신 시장의 화두이며, 현지 파트너를 찾아 완제라인을 잘 갖추는 것도 생각보다 까다로운 일이기 때문에 여기서도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고 우려를 전했다.

동물용항암제 개발 역시 단순히 동물실험에서 데이터가 잘 나왔다는 것만으로는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백신업계 관계자는 “우리도 과거에 수익화 사업의 일환으로 동물용백신 등 동물용의약품 개발·상용화를 검토했었는데 단가가 맞지 않아 더 추진하지 않았다”며 “현장에서는 동물용항암제 가격이 더 비싸 인체항암제를 동물에 쓰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동물용의약품의 경우 사업성에 의문점이 있다”고 귀띔했다.

한편 한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당장 직면한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실적개선에 집중하지만 차백신연구소 역시 최종목적은 항암백신, 즉 프리미엄 백신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예방백신보다는 치료백신, 그중에서도 미충족수요가 큰 항암제 분야에서 성과를 냄으로써 중장기적으로 회사가 감염병에 좌우되지 않고 인류를 돕는 길에 회사의 방향성을 두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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