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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P 치료, 빛 보인다”…이지영 교수 "젬백스 GV1001, 뇌척수액 바꾼 첫 약물"

  • 등록 2025-10-31 오전 7:40:43
  • 수정 2025-10-31 오전 7:4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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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비현실적이라 여겼던 목표에 점차 빛이 보인다”.

이지영 서울시 보라매병원 신경과 교수(희귀질환센터장)는 최근 열린 학술세션에서 젬백스(082270) GV1001 임상시험 결과를 공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지영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신경과 교수(희귀질환센터장)가 지난 2일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이노베이션파크 ‘GV1001 중개·임상연구 학술토론회’에서 ‘최근 PSP 치료제 개발 및 GV1001 임상시험의 진전’ 주제로 강연하는 모습. (사진=삼성제약)


이날 퇴행성 뇌질환 중에서도 가장 난치성으로 꼽히는 ‘진행성 핵상마비’(PSP·Progressive Supranuclear Palsy) 치료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제시됐다.

이 교수는 “PSP는 1963년에 처음 기술된 이후 진단조차 어려운 질환으로 남아 있다”며 “국내에서도 신경과 의사들조차 환자를 직접 본 경험이 드물다”고 설명했다.

PSP는 파킨슨병보다 20배 가량 드물게 나타난다. 대략 10만 명당 5~7명 내외다. 이 질환은 중뇌와 기저핵 부위의 신경세포가 손상되며 점차 뇌 전체로 병리가 퍼지는 ‘타우병증’의 일종이다. 초기에는 눈 운동 장애로 시작하지만 점차 보행 불능, 발성 장애, 인지 기능 상실, 전두엽 손상으로 이어진다. 질환이 진행하면서 음식물조차 삼키기 조차 어려워진다. 평균 생존 기간은 7~8년에 불과하다.

PSP 치료를 위해 많은 치료제들이 임상을 시도했다. 대표적으로 ‘타이드글루십’(GSK-3 억제제)는 임상 2상에서 허가 가능한 수준의 임상 유효성 확보에 실패했다.

틸라보네맙은 다국가 임상 2상에서 위약 대비 유의미한 개선이 없었다. 고수라네맙 역시 PSP 환자를 대상으로 대규모 임상 2상을 시도했지만 질환 진행 속도를 늦추지 못했다.

정리하자면, PSP는 진단은 늦고 진행은 빠른데, 치료제가 없다. PSP의 3중 난제에 젬백스 GV1001은 희망이 되고 있다.

이 교수는 지난 2일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이노베이션파크 ‘GV1001 중개·임상연구 학술토론회’에서 ‘최근 PSP 치료제 개발 및 GV1001 임상시험의 진전’ 주제로 강연했다. 이 교수는 GV1001의 PSP 환자 대상 임상 2a상에서 주요 임상책임자(PI)로 참여했다. GV1001 PSP 임상 2a상은 서울대병원 등 5개 기관이 참여했다. 해당 임상은 2023년 6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PSP 환자 78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GV1001, PSP 진행 속도 절반으로 늦춰

PSP는 6개월이면 휠체어를 타야 하는 병이지만, 이번엔 결과가 달랐다.

이 교수는 “보통 PSP 환자는 6개월이면 평균 5점 안팎의 기능 저하가 진행되는데, 이번 임상에서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며 “이는 단순히 통계상의 수치가 아니라 실제 환자들이 혼자 보행하거나 일상 대화가 가능한 상태를 더 오래 유지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눈 운동 기능 및 발음·삼킴 관련 기능에서도 악화 억제 효과가 확인됐다. PSP는 눈동자의 수직 운동 장애가 대표적 초기 징후로, 환자들은 시선 이동이 어려워 낙상 위험이 급격히 높아진다.

이 교수는 “눈 운동이 유지된다는 것은 환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창’을 지킨다는 뜻”이라며 “삼킴 기능이 보존되면 흡인성 폐렴 등 2차 합병증 위험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부연했다.

PSP는 질환은 PSP 등급척도(PSP Rating Scale)로 중증도를 측정한다. 점수는 0점에서 100점까지 있고 높아질수록 중등도가 심하다. 보통 초기 20점대에 시작해 4년 내 40점대로 올라선다. 40점은 독립적으로 걸을 수 있을 수 있는 마지노선이다. 60점대 위의 PSP 환자는 대부분 침상생활을 한다.

GV1001 임상 2a상은 0.56mg, 1.12mg의 GV1001 투약군과 위약군으로 나눠 약 6개월 간 투약 후 비교 분석했다.

이지영 교수는 “이번 결과는 GV1001이 단순히 뇌세포를 보호하는 수준이 아니라, 신경계 전체의 기능적 회복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했음을 보여준다”며 “이는 향후 치료의 목표가 단순 생존이 아닌 ‘생활 기능 유지’로 확장될 수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뇌척수액이 변했다…타우 조절·염증 완화 확인

이 교수는 GV1001 임상 효과가 단순한 기능 유지에 그치지 않고, 실제 뇌 생리 수준의 변화를 동반하고 있는지를 검증하기 위해 혈액과 뇌척수액 분석을 병행했다.

혈액 및 뇌척수액 분석 결과, GV1001 투약군에서는 타우 단백질(p-tau181, p-tau217) 관련 지표가 상승하고, 신경손상 지표인 NFL(Nerve Filament Light chain)은 감소 경향을 보였다. 또한 성상교세포 농도는 유의미하게 하락했다.

즉, 뇌 척수액에 타우지표가 상승했다는 것은 타우가 치료 과정에서 신경세포 밖으로 빠져나왔단 의미다. 반대로 NFL 감소는 신경세포 절단(끊어짐)이 줄었다. 성상교세포 농도 하락은 염증 반응이 가라앉고 있단 신호다. 종합하면 GV1001이 뇌 속 타우를 제거하고 신경세포를 보호해 뇌 속 염증이 완화시킨다고 볼 수 있다.

이 교수는 “GV1001을 투약한 환자들의 뇌척수액에서 타우 단백질의 역동성이 변하고 있다는 신호가 포착됐다”며 “이는 약물이 단순히 증상 완화 수준을 넘어, 타우 축적 자체를 조절하거나 제거를 촉진하는 쪽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지영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신경과 교수. (사진=삼성제약)


그는 이어 “타우 단백질이 정상적으로는 미세소관(마이크로튜블)을 안정화하는 역할을 하지만, 변형되면 신경세포 간 전파와 염증을 일으켜 뇌 기능을 붕괴시킨다”며 “GV1001이 타우 비율 조절이나 미세소관 안정화 같은 상류 단계의 병리 과정뿐 아니라, 염증 억제와 미토콘드리아 기능 회복까지 동시에 유도한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미세소관은 신경세포를 운반하는 고속도로라고 보면 된다. 이 길이 무너지면 신경(기억) 이동이 어려워져 인지 기능이 저하된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우리가 PSP에서 실제로 ‘뇌척수액이 바뀌는 약물 반응’을 본 것은 거의 처음 있는 일”이라며 “이제는 약물이 뇌 안에 들어가 작용하고 있다는 객관적 근거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확증 단계에 진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같은 결과는 PSP뿐 아니라 다른 타우병증(알츠하이머병, 피질기저핵변성 등)에도 확장 가능성이 있는 결과”라고 말했다.

“시간을 되돌린 신약”…PSP서 ‘신경보호 작용’ 첫 입증

GV1001은 PSP 환자에게 ‘시간을 되돌릴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 교수는 “PSP는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절망적인 질환이지만, 이번 GV1001 임상을 통해 질병의 진행을 실제로 늦출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환자들이 단 한 걸음이라도 더 오래 걷고, 가족과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할 수 있다는 사실이 연구자로서 가장 큰 보람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어 “GV1001은 단순히 증상을 완화하는 약이 아니라, 신경세포 생존력과 대사 기능을 지켜주는 ‘신경보호제’로써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며 “앞으로 약물의 최적 용량과 투약 기간을 규명하기 위해 글로벌 공동연구 네트워크와 연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젬백스는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GV1001의 신경퇴행 억제 기전에 대한 추가 분석에 착수했으며, 글로벌 임상 3상을 준비 중이다.

한편, 이지영 교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뇌신경과학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신경과 전문의다. 그는 현재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신경과 교수로 재직하며, 파킨슨병·소뇌위축증·치매·헌팅턴병 등 퇴행성 뇌질환 분야의 임상과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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