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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류성 바이오플랫폼 센터장] 한국 제약업은 다른 어느 산업보다 오랜 업력이 무색할 정도로 그간 성장세가 초라했다. 실제 창업한 지 백년 안팎에 달하는 장구한 역사를 지닌 제약사 가운데 아직도 매출이 불과 기천억원 수준에 머물고 있는 곳이 즐비하다.
제약업계가 오랜기간 우물안 개구리로 국내 시장에 안주하며 성장을 등한시하게 만든 결정적인 요인은 과도한 제네릭 및 글로벌 제약사 상품 의존이었다. 대부분 회사가 이 두 분야에 매출을 전적으로 의지했다. 특허가 만료된 신약을 손쉽게 베껴 만들고(제네릭), 시장성이 검증된 다국적 제약사의 약품을 대신 파는(상품 매출) 사업이 중심이다보니 정작 제약사로서의 본업은 잊고 살아왔다. 요컨대 신약개발과 글로벌 시장 진출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는 뒷전이었다.
최근 K바이오가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으로 급부상하게 된 것은 본업인 신약개발과 세계시장 진출을 최우선하는 쪽으로 업계가 무게중심을 빠르게 옮기면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바이오벤처에서부터 메이저 제약사까지 신약개발과 글로벌 시장진출은 이제 피해갈수 없는 업계의 화두다. ‘아로나민’으로 유명한 업력 84년의 일동제약이 최근 환골탈태하는 모습은 업계의 패러다임이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케이스다.
“연구개발 중심의 회사로 일동제약을 빠르게 탈바꿈시켜 나가고 있다. 신약을 가지고 승부를 걸어야 조직의 미래가 있다. 이제 제네릭과 상품매출로 사업을 영위하는 시대는 끝났다. 국내를 뛰어넘어 특히 중국, 인도네시아 등 시장 잠재력이 큰 해외국가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26일 이데일리와 만난 윤웅섭 일동제약 대표이사 부회장은 신약 파이프라인을 대폭 확대, 10년내 매출 및 이익 측면에서 국내 업계 톱5에 진입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매출 2조원, 영업이익 2000억원을 넘어서야 톱5 수준에 들어갈 것이라는 업계의 추산이다.
일동제약은 신약 연구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지난 2023년 회사의 연구개발(R&D)부문을 물적분할, 유노비아라는 자회사를 설립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유노비아는 일동제약(249420)이 보유한 20여개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을 모두 인수했다.
 | 윤웅섭 일동제약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회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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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비아는 이미 비만·당뇨 치료제(ID110521156) 개발에 있어 상당한 성과를 거두면서 윤대표가 주도하는 신약개발 중심 전략이 상당부분 들어맞고 있다는 평가다. 이 치료제는 GLP-1 RA(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수용체 작용제) 계열의 약물이다. 체내에서 인슐린의 합성 및 분비, 혈당량 감소, 위장관 운동 조절, 식욕 억제 등에 관여하는 GLP-1 호르몬과 유사한 역할을 하는 것을 입증했다. 현재 임상1상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경구용 비만·당뇨 치료제여서 상업화에 성공할 경우 주사용 중심인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다크호스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유노비아는 여기에 ‘P-CAB’ 소화성 궤양 치료제(DW4421)에 대한 임상2상을 끝내고 3상 임상시험계획서(IND)를 신청, 빠르게 신약허가에 다가서고 있다. 유노비아는 지난해 대원제약과 이 물질에 대한 공동 개발 및 국내 권리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체결한바 있다.
“일동제약이 창립이래 가장 강조했던 조직문화는 인화(人和)였다. 인화의 기업문화는 직원들로 하여금 그간 애사심으로 상호 결속을 다지는 일동만의 소중한 자신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자칫 착하고 믿음직하지만 욕심이 없는 모습으로 비춰질수 있다. 특히 이기고자 하는 집요함은 다소 무뎌졌을지 모른다는 판단이다.”
윤 대표는 지난해부터 ‘ID4.0 이기는 조직문화’라는 새로운 경영 슬로건을 내세우며 그간 인화에 치중해 왔던 일동제약을 ‘독하디 독한’ 조직으로 거듭하게 하고 있다. 올들어 업계에서 순한 양 같던 일동맨들이 이겨야 직성이 풀리는 ‘승부사’로 변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그는 “ 독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연구개발, 영업, 마케팅, 생산 등 모든 직군을 망라해 워크샵을 연중으로 진행, 목표를 도출토록 유도했다” 면서 “이후 이 목표를 달성한 임직원에게는 성과급과 특별 승진등 파격적인 보상을 제시, 이기는 조직문화가 빠르게 저변으로 확산할수 있도록 했다”고 귀띔했다. 벌써 올해 상반기에만 워크샵에서 도출한 목표를 달성한 구성원 40여명이 특별 보상을 받았다. 올해 그 규모는 100여명에 이를 전망이다.
부서마다 이기는 조직문화가 활착하면서 경영 성과도 도드라지고 있다. 일동제약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6149억원, 영업이익 143억원의 실적을 올리며 4년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2023년 4분기부터 7분기 연속 흑자를 일궈내면서 흑자기조가 안정적으로 정착되는 모습이다.
“지속적으로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사업 구조를 갖추기 위해 전사적으로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만큼 회사의 수익성은 더욱 향상될 것이다. 여기에 계열사마다 실적 개선이 두드러지고 있다. 현재 일동홀딩스를 비롯한 일동제약그룹 전 계열사의 성적이 좋아지고 있다. 아이디언스와 유노비아는 각각 동아ST 및 대원제약과의 공동개발 계약 체결을 통해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건강기능식품 자회사 일동바이오사이언스도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일동바이오사이언스는 추진 중인 기업공개(IPO)에 성공할 경우 일동제약그룹의 실적 개선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그는 일동제약그룹 전체의 실적이 갈수록 우상향을 거듭할 것이라면서 향후 시장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2020년대 K바이오 모습은 1990년대 중반 일본 제약산업을 닮았다. 매출 1조원 이상 대형 제약회사와 신약개발 전문 회사들이 많이 등장했다. 특히 당시 일본처럼 우리나라도 사업확장과 인수합병 등 시장과 기업의 구조 개편이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그 속도도 점점 빨라질 것이다. 바로 지금이 K바이오가 퀀텀점프를 실현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윤대표는 거대 글로벌 제약사들을 제치고 덩치가 작은 K바이오가 우위를 점하려면, 지금처럼 혼자가는 것보다는 공동으로 힘을 뭉쳐야(오픈 이노베이션)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