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현재 약 20곳과 배지 시제품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고, 6곳과도 곧 시제품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내년 말까지 인천 송도 배지공장 생산능력(CAPA)의 40~50% 수준으로 가동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난 3월 인천 송도 배지 생산 공장의 준공승인을 따낸 비욘드셀의 김상정 사장은 지난 18일 이데일리와 만나 “지금은 공장 시운전 단계로, 향후 시생산을 거쳐 오는 8~9월부터는 제조·품질관리기준(GMP) 규정을 따른 배지 제품이 나오게 될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 지난 18일 김상정 비욘드셀 사장이 이데일리와 만나 비욘드셀 경영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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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정 사장이 언급한 20곳 중에는 글로벌 매출 1위 의약품인 ‘키트루다’의 바이오시밀러를 개발 중인 삼성바이오에피스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일 진행된 준공식 행사에서 한국바이오협회 회장으로서 축사를 건넨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이사는 이데일리에 “현재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비욘드셀과 배지 테스트를 진행 중이고 테스트 결과에 따라 비욘드셀 제품의 도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날 고한승 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겪었던 배지·레진 공급난을 언급하며 바이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자급화의 필요성을 강조했기에 비욘드셀의 배지가 테스트에서 경쟁력을 입증한다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비욘드셀 배지 도입 가능성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천 송도 공장의 CAPA는 액상배지 기준 416만ℓ, 분말배지 기준 106t이다. 금액 기준으로는 약 3000억원 규모다. 김 사장은 “오는 2028년에는 공장을 완전 가동(Full CAPA)할 수 있도록 열심히 고객사를 영입할 것”이라며 “3교대로 운영하면 분말배지 기준 최대 250~300t까지도 생산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어 수년내 공장 증설 등에 추가적으로 필요한 비용집행은 없을 것”고 설명했다.
현재 비욘드셀이 생산하는 배지는 3세대 제품으로, 동물유래 성분이 포함되지 않은 화학조성 배지다. 3세대 배지는 바이러스 등 예기치 않은 리스크가 작아 품질제어가 쉽고, 성분이 명확해 재현성을 확보하는 데도 유리하다. 다만 이를 만드는 것이 어려워 1·2세대 배지와 동등 이상의 생산성을 가진 3세대 배지 생산기술을 보유한 회사가 많지 않았다. 비욘드셀은 지난 2020년 해당 기술을 미국 아티아바이오로부터 기술이전받음으로써 기술력을 확보했다. 국내에는 비욘드셀 외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인 엑셀세라퓨틱스가 3세대 배지 생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바이오의약품에 쓰이는 세포의 ‘밥’인 배지는 세포주의 특성에 따라 성분을 조정한 맞춤형 배지가 사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글로벌 회사에서 국내 바이오회사의 배지 ‘맞춤제작’ 요구를 들어주는 경우는 많지 않다. 단가가 높고 맞춤제작이 불가능한 글로벌 회사의 배지 대신 작은 바이오벤처들은 직접 배지를 만들어 전임상·임상시험에 사용하기도 한다.
비욘드셀은 이 부분을 공략해 수요기업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겠다는 계획이다. 김 사장은 “맞춤형 배지를 쓰면 그만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데 글로벌 회사들이 자국 빅파마의 ‘맞춤제작’ 요구는 들어주면서도 규모가 작은 해외 고객사의 요청은 들어주지 않는다”며 “장기적으로는 ‘맞춤형 배지’ 사업에 집중할 예정이고, 당장 올해는 바이오벤처들이 배지를 직접 만들어야 했던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도록 ‘주문자위탁생산(OEM) 배지’ 수주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오의약품 생산단가에서 배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30% 수준으로 결코 작지 않다. 바이오시밀러, 바이오신약 등 바이오의약품 시장이 커 갈수록 배지 시장도 비례해 성장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김 사장은 앞으로 한국 바이오의약품 산업의 경쟁력은 생산공정의 자급체제 구축 여부가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팬데믹 기간 동안 배지와 레진 등 바이오의약품 원부자재의 수급이 막히면서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의 배지 수요는 세계 2위로 세계 생산량의 12%에 달하는데 배지와 레진의 수출의존도는 90%를 넘어, 핵심 원부자재 공급난은 바이오 산업에 치명적이었다. 김 사장은 “팬데믹 시기 당시 배지·레진 공급난의 원인을 물류난 등으로 설명하지만 결국은 자국 수요를 우선시한 자국이기주의가 결정적이었다고 본다.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항체치료제, 유전자증폭(PCR) 검사에 사용되는 진단시약 등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수요가 급증한 의약품이 대부분 배지를 필요로 했기 때문”이라며 “안정적인 바이오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도, 바이오 안보 측면에서도 바이오 소부장 자립은 필수적”이라고 했다.
| 비욘드셀의 인천 송도 바이오의약품 생산용 배지 공장 전경 (사진=아미코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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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비욘드셀은 하반기 중
아미코젠(092040)과의 합병을 목표로 현재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앞서 아미코젠은 비욘드셀을 오는 2026년 기술특례상장하겠다고 밝혔지만, 주주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아미코젠과 비욘드셀을 합병하는 것으로 노선을 틀었다. 지난해 말 기준 비욘드셀의 최대 주주는 아미코젠으로 지분 75%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 매출 1600억원을 기록한 아미코젠의 주력 사업은 동물용 세파계 항생제 사업(매출 448억원)이다. 김 사장은 향후 배지 사업이 항생제 및 특수효소 사업을 넘어 아미코젠의 주력 사업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다.
“원래 글로벌 배지회사들도 처음부터 그 규모가 크지는 않았습니다. 고객사가 신약개발에 성공하고, 그 약이 블록버스터 약물이 되면서 공급량이 늘어나 체급이 확 커진 거죠. 비욘드셀도 결국 한국 신약사업과 운명공동체입니다. 더 품질 좋은 배지를 만들어 한국바이오의약품 경쟁력 확보에 기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