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광수 기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레카네맙’을 조건부 승인했다. 추가 임상 데이터가 확보되면 정식으로 승인된다.
9일 외신에 따르면 FDA는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 치료제로 개발된 ‘레카네맙’을 조건부 승인했다. 제품명은 ‘레켐비(Leqembi)’로 판매된다.
레카네맙은 미국 바이오젠(BIIB)과 일본 에자이(Eisai)가 공동으로 개발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뇌에서 독성 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해 신경퇴행성 질환 진행을 늦춘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임상 3상 결과를 공개하고 임상치매척도가 위약군 대비 27% 높았다고 밝혔다. 당시 바이오젠은 “초기 증상 환자 1800명을 대상으로 18개월간 실험한 결과 기억력과 판단력 등 저하가 5개월 정도 늦춰지는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건부 승인은 알츠하이머병 초기 환자 80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를 토대로 이뤄졌다. 에자이는 올해 연말로 예상되는 최종 승인을 앞두고 180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를 추가로 제출했다.
이번 FDA의 조건부승인과 관련해서 하워드 필릿 알츠하이머 약물 발견 재단의 최고 과학 책임자는 “수년간의 연구가 인간이 직면한 가장 복잡한 질병에 대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레카네맙의 연간 약가는 2만6500달러(약 3300만원)이다. 에자이는 레카네맙을 처방받을 수 있는 환자가 3년 내서만 3년내 약 10만명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 이후부터는 점진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봤다.
나이토 하루오 에자이 대표(CEO)는 도쿄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2030년에는 레카네맙을 처방 받을 수 있는 전 세계 환자 수가 약 250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출시 직후 큰 수익을 내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2년차 후반이나 3년차부터 이익에 기여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수치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안전성 우려가 있다. 임상에 참여한 14%가 심각한 뇌출혈과 뇌부종을 뜻하는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RIA)’증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나서다. FDA는 승인과 함께 레카네맙 투여 첫 14주간 ARIA 관련 부작용을 모니터링하라고 경고했다.
레카네맙의 상업화 성공 여부는 메디케어 등재 여부에 달려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강하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레카네맙의 약가가 연간 3000만원 이상이라는 점과 알츠하이머 환자의 진단은 뇌스캔(PET)을 표준으로 한다는 점은 여전히 보험등재 여부에 있어서 어려운 부분”이라며 “높은 약가는 알츠하이머 환자들에게 부담스럽게 작용될 것이고 만성질환이라는 점에서 미국 메디케어(CMS)의 커버 여부가 가장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