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진호 기자]코로나19 바이러스의 새로운 변이 ‘오미크론(Omicron)’이 등장해 남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빠르게 확산 중이다. 미국 제약사인 화이자와 모더나 등은 100일 안에 이에 대응할 백신을 개발할 수 있다고 연이어 성명을 내놓았다.
|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오미크론(Omicron) 변이가 남아프리카, 유럽 등에 위치한 13개국에서 확인됐다. 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프랑크푸르트, 하바롭스크발 여객기를 이용한 승객들이 열화상 카메라상에서 붉게 보이고 있다. 열화상 카메라는 낮은 온도는 파랗게, 높은 온도는 붉게 보인다. (제공=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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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와 백신을 공동으로 개발한 독일 바이오엔테크는 지난 26일 로이터통신을 통해 보낸 성명에서 “100일 내로 오미크론에 대응할 백신을 출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모더나도 이날 “새 변이에 대응할 임상 시험용 백신을 생산하는데 최대 90일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양 사는 모두 바이러스의 변이 전략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해왔으며, 이를 통해 개발 기간을 단축해 추가 백신을 빠르게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7일 남아프리카발 새로운 변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인 ‘B.1.1.529’를 우려 변이로 지정하고, 그리스 알파벳의 15번째 글자인 오미크론으로 명명했다.
현재까지 오미크론은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표면에 박힌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32개의 돌연변이가, 퓨린 절단 부위에서 3개의 유전자 변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파이크 단백질은 숙주세포 표면에 있는 수용체 단백질과 결합해 침투 여건을 조성한다. 스파이크 단백질 위에 퓨린 절단 부위가 숙주세포의 퓨린 단백질을 자른다. 그래야만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숙주세포로 들어가 증식할 수 있다. 오미크론의 스파이크 단백질 돌연변이 수는 인도발 델타 변이(16개)보다 2배 많으며 퓨린 절단 부위는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변이가 많다고 무조건 병증이 강하거나 전염력이 센 것은 아니다”며 “추가 분석이 필요하지만 최근 확산세로 볼 때 오미크론의 전염력이 델타 변이 보다 센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 의대 교수는 “유전적 변이가 너무 많으면 바이러스가 오작동을 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오미크론의 실제 특징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백신 개발 어렵지 않아, 현장 도입은 변이의 특징이 좌우해”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배포한 유전 정보를 토대로 새로운 백신이 연구되는 중이다.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는 “오미크론이 기존 백신을 회피할 수 있는지 2주 안에 판단 가능할 것”이라며 “6주 이내로 기존 mRNA(메신저리보핵산) 백신을 적응시키면 100일 안에 새 백신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더나 측도 “처음부터 바이러스의 진화를 염두에 두고 기존 부스터 샷의 투여 용량을 늘리는 방식이나 여러 변이에 대응할 다가 백신 등을 연구하고 있었다”며 “60일 내로 실험용 백신 개발과 임상 준비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최 교수는 “mRNA나 바이러스 벡터 방식으로 개발된 코로나19 백신은 모두 유전정보만 제대로 확인하면 실험용 백신을 생산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며 “개발된 백신에서 변이 유전자에 맞게 유전정보만 바꿔 주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화이자와 모더나를 포함해 바이러스 벡터 방식의 백신을 개발한 영국 아스트라제네카나 미국 존슨앤존슨도 빠르게 대응 백신을 개발할 수 있는 셈이다.
이들이 오미크론용 백신을 개발해도 현장에 도입될지는 미지수다. 이 교수는 “델타 변이용 백신이 나왔지만, 이 변이가 기존 백신을 회피하지 못하는 걸로 판명되면서 국내에선 기존 백신의 부스터 샷을 맞는 것으로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새 변이인 오미크론의 특징부터 명확히 확인한 뒤 최적의 대응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