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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에이프릴바이오(397030)의 파트너사인 에보뮨(Evommune)의 기업공개(IPO)를 계기로 자가면역질환 후보물질 ‘APB-R3’이 글로벌 기술 검증의 무대에 오르게 됐다. 이번 IPO를 통해 에이프릴바이오의 기술뿐 아니라 기업가치도 리레이팅(가치 재평가)될지 주목된다.
앞서 에보뮨은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위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IPO를 신청했다. 에보뮨은 약 1억5000만달러(약 2100억원) 조달을 목표로 937만5000주를 주당 15~17달러 범위로 공모할 예정이다. 중간값인 16달러를 기준으로 산정하면 상장 후 시가총액은 약 5억4300만달러(약 7800억원)일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해 10월 시리즈 C 펀딩 단계에서 3억4600만달러(약 49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됐던 것에 비해 56.9% 밸류가 상승한 셈이다.
 | | 에보뮨의 파이프라인 현황 (자료=에보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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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보뮨은 지난해 6월 에이프릴바이오의 APB-R3를 최대 4억7500만달러(약 6570억원)에 기술도입한 업체이다. 에보뮨의 핵심 파이프라인은 만성 자발성 두드러기(CSU) 치료제 ‘EVO756’과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EVO301’(APB-R3)이다. 이 중 EVO301은 현재 중증도~중증 아토피피부염(AD)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해당 임상은 내년 1월 종료될 예정이며, 초기 데이터는 내년 상반기에 발표할 전망이다.
에보뮨, APB-R3 임상 2상 결과 앞두고 IPO 나선 이유는? 업계에서는 에보뮨이 APB-R3 임상 2상 완료를 앞둔 시점에 IPO에 나선 것은 해당 임상 성공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적어도 IPO를 통해 임상 자금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APB-R3 임상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해볼 수 있다.
에보뮨이 APB-R3의 적응증 확장을 계획하고 있는 점도 해당 임상의 성공을 점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에보뮨은 APB-R3의 적응증을 아토피피부염뿐 아니라 궤양성대장염(UC), 크론병 등으로 확장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에보뮨은 내년 중증도~중증 궤양성대장염 환자를 대상으로 APB-R3 임상 2상에 착수할 예정이다. 해당 임상 완료 뒤 크론병 및 기타 IL-18 경로 조절을 통해 염증 매개체를 줄일 수 있는 적응증으로 확장하는 것도 검토할 방침이다.
APB-R3의 UC 임상이 개시되면 에피프릴바이오는 추가적인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을 수령하게 된다. 구체적인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단기 현금 유입이 기대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에이프릴바이오로서는 에보뮨의 IPO를 통해 APB-R3이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기술 검증을 받게 됐다. 에보뮨의 상장을 통해 에이프릴바이오의 기술 가치가 재조명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파트너사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후속 기술이전 거래 시 협상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점도 의미 있는 부분이다.
에보뮨, 상장 후 매각 나설 가능성…추가 밸류업 기대 뿐만 아니라 에보뮨이 IPO 이후 매각에 나서면서 한층 더 밸류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에보뮨의 창업자인 루이스 페냐(Luis Pena) 대표가 에보뮨과 유사한 분야의 바이오텍을 설립 후 매각한 경험이 있다는 점도 이러한 추측에 힘을 싣는다.
페냐 대표는 GSK 산하 스티펠(Stiefel Laboratories)에서 글로벌 처방개발 책임자 및 포트폴리오 기획·관리 부사장을 역임한 빅파마 출신으로,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30년 이상 경력을 쌓아온 인물이다. 그는 2010년 피부질환 치료제 전문 바이오텍 더미라(Dermira)를 공동창업한 뒤 2020년 일라이 릴리(Eli Lilly&Company)에 11억 달러(약 1조5000억원)에 매각한 경험이 있다. 페냐 대표는 같은해 4월 미국 캘리포니아에 더미라 출신 경영진과 함께 에보뮨을 설립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바이오텍은 기본적으로 IPO보다 매각(M&A)을 목표로 하는 구조”라며 “디앤디파마텍의 멧세라 같은 경우도 결국 빅파마에 매각되면서 가치를 인정받은 사례”라고 짚었다. 그는 에보뮨도 멧세라와 같은 궤도에 있으며, IPO는 빅파마나 글로벌 투자자에게 인정받기 위한 중간 단계로 해석했다.
위해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에보뮨의 상장 소식이 알려진 뒤 APB-R3의 위험조정순현재가치(rNPV)를 5019억원으로 96% 상향했다. rNPV는 신약 기업의 밸류를 측정할 때 주로 사용되는 평가 방법으로, 현금흐름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확률을 반영해 계산한다. 각 개발 단계별 현금흐름을 예측하고 임상 성공 확률을 적용한 뒤 할인율을 적용해 현재가치화(NPV)하는 방식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바이오기업의 개별 파이프라인 rNPV를 산정한 뒤 합산해 기업가치를 제시한다.
위 연구원은 “에보뮨은 내년 APB-R3 임상 2상 결과를 발표하고 후속 임상을 개시할 것”이라며 “에보뮨은 나스닥 상장뿐 아니라 잠재적으로 빅파마에 매각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대 모멘텀이 아직 실현되지 않았고, 추가적인 가치 상향 여지가 높다는 점에서 랠리는 이제 시작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