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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최고경영자(CEO)의 세대 교체가 한창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장수 CEO로 업계를 주름잡는 경우가 많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7년 이상 재임으로 장기집권하는 대표적 CEO만도 5명이나 된다. 신약 개발에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제약·바이오 업계 특성이기도 하다.

사진 왼쪽부터 성석제 제일약품·김동연 일양약품·오흥주 동국제약·유제만 신풍제약·노병태 대화제약 사장(사진=이데일리DB)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최장수 CEO는 성석제 제일약품 사장이다. 지난 2005년 제일약품 대표이사에 올라 16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성 사장은 지난해 6월 주주총회에서 연임이 확정되면서 6연임을 달성했다. 오는 2023년 3월까지 임기를 보장받았다. 성 사장은 충북대 경영학과와 한양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를 마치고 한국화이자제약에서 재정담당 상무와 부사장을 역임했다.

그 뒤를 김동연 일양약품 사장이 잇고있다. 지난 2008년 3월 대표이사로 선임된 뒤 5연임에 성공했다. 김 대표는 일양약품 연구소장 출신으로서 일양약품의 자체 국산 신약 항궤양제 ‘놀텍’, 만성골수성백혈병치료제 ‘슈펙트’ 등 개발에 기여했다. 김 사장은 현재 일양 오너가 3세인 정유석 부사장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지난 2009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오흥주 동국제약 사장은 최근 총괄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난 1989년 동국제약에 입사해 2008년 해외사업부 부사장에 이어 2009년 사장 자리에 올랐다. 노병태 대화제약 회장 역시 1985년 대화제약 영업부에 입사한 뒤 CEO 자리까지 올랐다. 2013년 8월 일신상의 사유로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2015년 3월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유제만 신풍제약 대표도 장수 CEO다.

이보다 길게 CEO 자리를 지킨 경우도 있었다. 무려 18년 10개월동안 대표로 역임한 이정치 일동홀딩스 회장은 지난 3월 퇴임했다. 이성우 삼진제약 사장 역시 지난 2001년부터 6연임하며 18년을 CEO로 근무했다.

제약·바이오 업계의 장기 연임은 국내 여타 다른 업계와 비교해 특이한 현상이다. 신약 개발에 긴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만큼 일관된 경영 철학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업계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은 길게는 수십년의 시간이 걸린다”라며 “개발 성공 이후에도 생산과 공급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아 잦은 리더 교체는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특히 제약업계의 오너 경영에서 원인을 찾는다. 안정을 추구하는 보수적 제약업계 분위기가 일정 성과를 내는 CEO에게 한 번 신뢰를 보내면 끝까지 힘을 실어준다는 분석이다. 또다른 관계자는 “수십년간 회사 경영을 맡아온 CEO는 오너의 심중을 꿰뚫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