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폐암 신약 개발업체 보로노이(310210)가 글로벌 임상시험의 목표 환자 수를 35%가량 줄였음에도 임상개발비가 급증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로노이는 해외 의료진의 환자 등록 요청이 예상보다 많아지면서 추가 자금이 필요해졌다는 입장이지만, 목표 환자 수를 대폭 축소한 상황에서 오히려 비용이 늘어났다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 보로노이 로고.(사진=보로노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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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억 CB 추진…“글로벌 임상 참여 수요 예상 웃돌아” 28일 업계에 따르면 보로노이는 약 8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13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한 데 이어 다시 외부 자금 확보에 나서면서 자체 신약개발에 따른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에 조달하는 자금은 주력 신약 후보물질인 ‘VRN11(VRN110755)’의 글로벌 임상개발에 활용될 예정이다. VRN11은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4세대 폐암 치료제다. 기존 EGFR 표적치료제인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에 내성이 발생한 환자를 비롯해 치료 경험이 없는 비소세포폐암 환자까지 개발 대상으로 삼고 있다.
보로노이는 2023년 국내에서 VRN11의 임상 1상 승인을 받은 뒤 글로벌 임상을 진행해 왔다. 임상 1a상에서는 투약 용량을 단계적으로 높이며 안전성과 초기 유효성을 평가했다. 현재는 적정 용량을 찾기 위한 임상 1b상과 치료 효과를 추가 검증하는 2상으로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초기 임상 결과는 긍정적이다. 보로노이가 이날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발표한 임상 1상 결과에 따르면 C797S 내성 변이 환자 8명 가운데 7명에서 객관적 반응이 확인됐다. 객관적 반응률은 87.5%였으며,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은 11개월로 나타났다.
뇌전이를 동반한 C797S 음성 환자 20명에서는 두개내 질병조절률 95%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4명은 뇌 병변이 완전히 사라지는 완전관해를 보였다. 다만 환자 수가 제한적인 초기 임상 결과인 만큼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목표 환자 391명→255명…임상비는 오히려 급증 눈에 띄는 점은 보로노이가 최근 임상시험의 목표 환자 수를 대폭 줄였다는 사실이다. 보로노이는 지난 9월 VRN11의 글로벌 임상 1/2상 목표 환자 수를 기존 391명에서 255명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임상시험계획 변경승인을 신청했다. 이는 기존 계획보다 136명(34.8%) 감소한 규모다.
하지만 이는 최근 자금조달을 추진하는 배경으로 임상 환자 수가 늘어났다는 보로노이 측 설명과는 직접적으로 대치되는 부분이다. 공시를 통해 임상 계획을 축소했는데, 오히려 최근 환자 수가 늘어나 자금조달의 필요성이 커졌다는 설명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보로노이 측은 임상 목표 환자 수 축소와 실제 임상개발비 증가는 별개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임상시험계획에 기재된 목표 환자 수는 앞으로 모집할 환자를 포함한 전체 계획인 반면, 실제 비용은 임상 진행 단계와 환자 등록 속도, 시험기관 운영 상황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보로노이 관계자는 “공시를 통해 기재한 목표 환자 수는 임상을 신청할 때 총 몇 명의 임상을 할 것인지 대략적인 숫자를 나타내는 것”이라며 “이후 실제 임상을 진행하면서 상황에 맞춰 수정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임상 환자 수가 늘어났다는 것은 이번에 축소한 전체 계획과는 별개로 현재 진행 중인 임상 단계에서 글로벌 임상책임자(PI)들의 환자 등록 요청이 예상보다 많아지면서 임상 진행에 필요한 자금도 늘어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보로노이는 한국을 비롯해 대만, 말레이시아, 스페인, 프랑스 등 10개국 29개 사이트에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자체 임상에 커지는 자금 부담…기술이전 시점 관건 문제는 앞으로도 상당한 자금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로노이가 27일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발표한 VRN11 임상 1상 안전성 분석 대상자는 총 82명이다. 이를 변경 신청한 전체 목표 환자 수 255명과 단순 비교하면 약 32% 수준으로, 아직 170명 이상의 환자에 해당하는 모집 규모가 남아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보로노이는 최근 전체 임상 규모를 줄였던 만큼, 만약 당초 계획을 유지했더라면 더 많은 자금이 필요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보로노이가 어느 시점에 기술이전을 추진할지도 관심사다. 보로노이는 과거 후보물질을 비교적 초기 단계에서 기술수출했지만, VRN11은 글로벌 권리를 직접 보유한 채 자체 임상을 통해 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추진해 왔다. 초기 임상 성과를 토대로 기술이전 계약 규모를 키우려는 취지지만, 개발을 지속할수록 회사가 직접 부담해야 하는 비용도 증가하는 구조다.
보로노이는 현재 글로벌 제약사들과 기술이전을 논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보로노이 관계자는 기술수출 계획에 대해 “현재 복수의 글로벌 빅파마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현재 논의 중인 상태”라고 말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보로노이가 당초 1300억원 규모의 자금조달을 계획했다가 규모를 줄였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회사 측은 이를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