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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바이오팜이 새 먹거리로 RPT·TPD·CGT 꼽은 까닭
  • SK바이오팜 'TRUST'로 미국 시장 잡는다
  • “그룹 시너지 극대화 가능”
  • 등록 2023-07-18 오후 6:01:01
  • 수정 2023-07-18 오후 6:01:01
[이데일리 김승권 기자] SK바이오팜(326030)이 차세대 플랫폼 기술 도입에 드라이브를 건다.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명 엑스코프리)’로 벌어들인 현금을 바탕으로 제2의 신약을 적극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SK바이오팜은 차세대 3대 영역(TPDㆍRPTㆍCGT) 기술 플랫폼을 통해 2026년 19조원 가치의 ‘빅 바이오텍’으로 거듭다겠다는 포부다. 빅 바이오텍은 높은 현금창출력을 기반으로 활발한 비유기적 성장을 통해 혁신 기술을 도입하고 지속해서 신약을 개발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SK바이오팜은 1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3개의 차세대 플랫폼 기술 도입 계획을 공개했다. 해당 기술은 △표적단백질분해(TPD) 기술 △방사성 의약품(RPT) △세포 유전자 치료제(CGT)다.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안정적으로 현금을 창출하면서 신약에 대한 의사결정을 빠르게 하는 균형 잡힌 ‘빅 바이오텍’이 되겠다”고 말했다.

SK바이오팜 향후 전략 로드맵 (사진=김승권 기자)
이어 이 사장은 “이는 빵을 만들던 회사에서 제빵 기계까지 만드는 회사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라며 “제빵 기계로 빵을 만드는 것처럼 기술 기반을 확장하는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이 사장이 비유하는 빵은 신약 후보물질, 제빵 기계는 플랫폼 기술을 말한다. 뇌전증 신약 하나로 기업 가치를 세상에 알린 이 회사는 여러 신약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플랫폼 기술에 투자하는 시류에 편승했다. 후보물질은 1개의 신약으로 탄생되지만 플랫폼은 여러 신약 탄생의 기반이 될 수 있다.

SK바이오팜 ‘TRUST’로 미국 시장 잡는다

이를 위해 회사 측은 ‘TRUST’로 요약되는 전략을 제시했다. 엑스코프리의 처방 수(TRx)를 늘려 매출총이익(Revenue Magic)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현금을 활용해(Uptake) 미래에 각광받을(Towards Future) 신약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영업 능력(Sales Platform)을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승권 기자)
SK바이오팜은 엑스코프리가 매출총이익 차원에서 강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해당 제품 매출총이익은 90% 중반으로 업계 최고 수준(빅파마 평균 60%)이다. 미국 판매를 미국 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가 직접 맡는 직판 구조와 SK팜테코 세종 공장이라는 그룹 내 생산 체제가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엑스코프리의 월간 TRx도 2만2000건을 돌파하며 올 4분기 회사의 흑자전환이 예상된다. 엑스코프리는 미국 내에서 벨기에 UCB제약의 3세대 치료제 ‘브리비액트’에 이어 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내년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세노바메이트 제품 (사진=SK바이오팜)
향후 전망도 밝다. 엑스코프리는 2033년(특허 만료 전)까지 지속 성장 예정이다. 실제 글로벌 뇌전증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18년 기준 약 61억달러(약 7조5000억원)로 이 중에서 약 54%인 33억달러(약 4조1000억원)를 미국이 차지하고 있다. 내년 미국 시장 전망치는 약 41억달러(약 5조원)다. 회사 측은 2029년 엑스코프리의 미국 연간 매출은 10억달러(약 1조2700억원)를, 영업이익은 6억달러(약 7600억원)를 거둬들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 사장은 “해당 제품으로 특허 만료 전까지 창출 가능한 현금이 4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미국은 처방 의약품의 TV 광고가 가능하고, 환자들이 의사에게 특정 약을 처방해달라고 하기 쉽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은 크다”고 설명했다.

TPDㆍRPTㆍCGT 선정 이유, “그룹 시너지 극대화 가능하기 때문”

특히 SK바이오팜은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차세대 3대 영역(TPDㆍRPTㆍCGT) 기술 플랫폼을 적극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 세 기술이 항암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 데 좋은 ‘모달리티(치료 접근법)’이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자산에서 기술로, 합성의약품에서 바이오의약품으로 나아가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먼저 표적단백질분해(TPD)는 암세포 단백질을 마늘처럼 갈아버려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회사는 최근 미국의 자연과학 연구개발 업체 ‘프로테오반트 사이언스’를 인수한 바 있다.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이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승권 기자)
해당 회사는 2020년 SK그룹과 미국 로이반트 간에 미국 프로테오반트 사이언스설립된 합작사다. 당시 SK그룹이 지분 40%를 확보했고, 최근 SK바이오팜이 나머지 지분 60%를 전량 인수하면서 SK그룹의 완전 자회사가 됐다. 이번 인수로 2세대 TPD 기술인 ‘분자접착(molecule glue)’ 기술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미국 내 연구 거점을 확보하게 됐다

이 사장은 “기술이 성숙하려면 시간이 필요해 5~7년 먼저 움직여야 하는데 SK그룹 차원에서 먼저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던 것이 SK바이오팜을 통해 가시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사성 의약품(RPT)은 쉽게 말해 핵을 이용한 의약품이다. 세포를 사멸시키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표적 물질에 결합해 미량을 체내에 투여해 치료하는 차세대 항암 치료제로 손꼽힌다. 회사 측은 미국 원자력 기업 테라파워로부터 원료를 확보할 계획이다.

방사성의약품치료제(RPT) 개념도 (사진=SK바이오팜)
RPT 개발에서는 원자력 벤처기업 테라파워에서 생산하는 방사성 동위원소 ‘악티늄-225(Ac-225)’가 핵심 요소다. 방사성 동위원소의 꾸준한 확보가 쉽지 않아서다. 이 사장은 “지난해 나온 노바티스의 RPT 의약품 ‘플루빅토’는 방사성 동위원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면서 기대 매출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그만큼 방사성 동위원소를 구하기 어렵지만 SK바이오팜은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 4개국에 대한 Ac-225의 독점 공급 계약을 맺은 상태여서 확보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테라파워는 2008년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설립한 기업이다. SK그룹은 작년 8월 테라파워에 3000억원을 투자했다.

세포 유전자 치료제(CGT)는 살아있는 세포나 유전 물질을 환자에게 전달해 유전적 결함이나 질병을 치료하는 방식이다. CGT는 SK그룹의 위탁개발생산(CDMO) 자회사 SK팜테코가 프랑스 이포스케시, 미국 CBM 등 CGT 전문 CDMO를 인수 또는 투자하며 생산 능력을 확보한 상황이다.

아울러 SK바이오팜은 2025년까지 글로벌 바이오텍을 인수합병(M&A)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중추신경계 질환 치료 후보물질 중 2~3년 안에 상업화가 가능한 제품을 보고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이 사장은 “지금은 자금 여력이 없는 바이오텍들에는 위기이지만 우리처럼 제품을 통해 현금 흐름이 발생하는 기업에는 기회”라며 “내후년 초까지가 저렴하게 기업을 인수 할 수 있는 최대의 기회인 만큼 이를 살리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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