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2019년부터 시작된
헬릭스미스(084990)의 경영권 분쟁이 3라운드에 접어들었다. 헬릭스미스 이사회가 소액주주들이 요구한 사외이사 교체 안건을 다음달 정기주주총회에서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임시주총에 이어 이번에도 각자에 유리한 이사진 구성을 위한 사측과 주주들의 표 싸움이 예상된다.
4일 헬릭스미스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이 회사는 이사회를 열고 정기주총 목적사항에 ‘일부 사외이사 해임 및 신규 사외이사 선임의 건’을 포함시키기로 결의했다. 지난달 17일 소액주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측이 사외이사 교체를 위한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이번 이사회 결정으로 비대위가 요구한 임시주총은 열리지 않게 됐다.
|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 (제공=헬릭스미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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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릭스미스 관계자는 “비대위의 임시주총 소집요구를 들어줄 경우 3월에 주총을 두 번이나 하게 돼 시간과 비용의 낭비가 크다고 판단했다”며 “주주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관련 안건을 정기주총에서 논의하자고 결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헬릭스미스측은 비대위가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하며 제시한 이유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대위는 임시주총 소집 이유로 지난해 7월 신규 선임된 비대위측 사내이사 2명이 경영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에 대해 헬릭스미스 관계자는 “(지난 7월 신규 선임된 두 명의 사내이사와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이사회와 이사 모임을 통해 회사와 교류하며 의견을 개진하고 있고 회사도 충실히 듣고 있다”며 “올해는 (의견 교류가) 더 빈번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헬릭스미스의 경영권 분쟁은 지난 2019년 9월 주력 후보물질인 유전자 치료제 ‘엔진시스(VM202)’가 미국에서 진행한 당뇨병성 신경병증(DPN) 임상 3상에서 실패하면서 처음 시작됐다. 임상 실패 소식으로 주가가 급락한 뒤 회사가 대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주주들과의 갈등이 커진 것이다. 지난해 3월 열린 정기주총에서는 이사 보수한도액 승인 안건이 소액주주들의 반대로 부결되면서 경영진들이 보수없이 근무하게 됐다.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지난해 7월에는 임시주총에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이사를 비롯한 경영진 해임안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후 해임안이 부결되고 회사측이 무상증자 등 주주가치 제고에 나서면서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당시 임시주총에서 주주측 추천 사내이사 2인을 선임하는 데 성공한 소액주주들이 지난달 10일 주주명부열람 및 등사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면서 2차 경영권 분쟁이 표면화됐다. 비대위가 요구한 사내이사 교체는 이 소송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비대위는 지난해와는 달리 김 대표의 해임을 요구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비대위측에서는 지난해 말까지는 대표이사 교체를 목표로 내세웠지만 이후 내부에서 엔진시스 임상 3상이 성공하려면 김 대표가 해임되면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온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대신 신규 사외이사 선임해 이사회를 비대위쪽 인선으로 꾸려 추후 주요 경영결정을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가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임시주총 요구가 나오면서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되자 김 대표는 연초 계획했던 미국 및 유럽 출장 일정을 주총 이후로 연기했다. 헬릭스미스측은 연내 여러 주요 임상들이 개시되거나 결과가 나올 예정인 만큼 회사가 연구개발과 임상에 집중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달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