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내년 하반기에는 국내에서 메신저 리보핵산(mRNA)으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할 수 있을 거 같다.”
이혁진(사진) 이대 약대 교수는 8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mRNA 코로나 백신 개발에 필요한 기술을 국내에서 (여러 기업 등을 통해) 모을 수 있다고 본다. 기업 간 컨소시엄 형태로 가는 게 가장 적절하다”며 이같이 내다봤다. 이혁진 교수는 모더나 초기 창립 멤버로 유명한 로버트 랭어 매사추세스공과대학(MIT)교수로부터 MIT 대학에서 박사후 연구원(포스닥)과정 가르침을 받은 인물이다. 현재 정부의 국산 mRNA 백신 개발을 위한 전문위원회 자문 등을 맡고 있다.
그는 “국내 개발 업체들이 임상 1상을 올해 들어가고 내년에는 임상 3상 결과까지 확보하려고 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상용화든 실패든 결판이 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령
에스티팜(237690)은 최근 3개의 mRNA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중 최종 물질을 선정하는 대로 올해 안에 임상 1상을 개시하고 내년 상반기 중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아이진(185490)은 이달에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코로나19 mRNA 백신을 위한 임상 1상 계획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 교수는 mRNA 백신 개발 기술에 대해 “우선 mRNA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며 “두번째로는 mRNA를 지질나노입자(LNP)로 제형화(보자기처럼 감싸는 기술) 해 실제 사람에게 투입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기술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mRNA는 분자량이 커 세포 내로 들어갈 수 없는 데다 들어가더라도 몸속에서 너무 빨리 녹아 없어진다. 이 때문에 mRNA를 안전하게 보호해 세포 내로 정확하게 전달해주는 물질(기술)이 필요하다.
그는 또 “mRNA물질 자체에 대한 요소기술도 많이 필요하다”며 “mRNA 물질을 이루는 기본 구조(5’CAP-5’UTR-ORF-3’UTR-PolyAtail)의 5가지 각 요소를 어떻게 최적화하느냐에 따라 항원(바이러스) 발현과 mRNA 안정성이 결정된다”고 했다. 5가지 요소 중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진 것이 불안전한 mRNA의 왼쪽 끝과 오른쪽 끝을 각각 보호하는 기술(5’CAP, PolyAtail)이다.
이 교수는 “이런 상용화기술과 요소기술 중의 하나라도 없으면 mRNA를 만들 수가 없다”며 “시장에 나온 모더나와 (화이자와 손잡은) 바이오엔테크도 mRNA의 요소기술만 갖고 있다. 한 회사가 모든 기술을 갖기 어려워 각 기술을 잘 수행할 수 있는 회사들의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게 적절하다”고 언급했다. 실제 요소기술이 있는 모더나 역시 대량생산기술은 스위스 론자에, LNP기술은 미국의 알뷰튜스(Arbutus)에 의존하고 있다.
그는 mRNA 백신 개발을 위한 정부 지원책과 관련 “업체들은 정부의 재정 지원과 선구매, 판매 활로 개척을 강조하고 있다”며 “정부가 mRNA 백신을 개발하겠다고 한다면 과감한 투자를 해야 결과물을 볼 것”이라고 역설했다. 모더나는 코로나19가 터진 이후에만 미국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돈이 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식약처에서 mRNA 코로나19 백신의 품목허가 가이드라인을 적어도 올해 안에는 내놔야 한다”며 “mRNA를 만들기 위한 물질이나 제형화(LNP기술)에 필요한 원료물질을 대량으로 주문할 수 있는 시스템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만약 mRNA 백신 개발에 필요한 원료물질이 같다면 정부가 컨소시엄 형태로 원료 물질을 대량으로 확보한 뒤 기업에게 나눠주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