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명선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신약 플랫폼’ 기술수출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신약 플랫폼은 다양한 신약 후보 물질을 도출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말한다. 기반 기술에 대한 외국 기업의 관심이 늘어난 것이다. 플랫폼 개발에 집중해온 국내 바이오벤처에 대한 기대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신약 플랫폼’ 기술수출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사진=알테오젠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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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건…각국에서 관심 가지는 국내 신약 플랫폼 기술수출9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11월 25일 기준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기술수출은 총 28건 이뤄졌다. 이중 4개가 신약 플랫폼 수출 건으로 규모는 총 4조2632억원이다.
지난 1월 GC녹십자랩셀(현 지씨셀)과 아티바 바이오테라퓨틱스(GC녹십자홀딩스, GC녹십자랩셀이 설립한 미국 현지 법인)는 미국 머크(MSD)에 CAR-NK(키메라 항원 수용체-자연살해) 플랫폼을 기술수출했다. 약 2조900억원 규모다. 양사는 이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3가지의 고형암을 타깃하는 CAR-NK 세포치료제를 공동 개발한다. CAR-NK는 건강한 사람의 혈액에서 뽑은 자연살해(NK)세포 유전자를 조작해 특정 체내 암세포나 비정상 세포를 공격하는 치료제다.
| 11월 25일 기준 올해 총 4조2632억원 규모의 신약 플랫폼 기술수출이 이뤄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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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켐바이오(141080)는 항체-약물 접합체(ADC) 플랫폼 기술을 6월 영국 익수다테라퓨틱스에 약 4237억원, 11월에는 체코 소티오바이오텍에 약 1조2127억원에 각각 수출했다. ADC플랫폼은 항체와 링커, 톡신이 접목된 기술로 여러 적응증에 대한 항암제 후보물질을 개발할 수 있다.
올릭스(226950)는 회사가 보유한 갈낙(GalNAc) 기반의 비대칭 RNA(asiRNA)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2종의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해 찾아주는 계약을 중국 한소제약과 맺었다. 갈낙 기술은 siRNA 등 핵산 치료제를 간세포로 전달해 약의 효능을 높인다. 10월에 맺은 이 계약은 약 5300억원 규모다.
신약 플랫폼 기술수출은 2019년 2건, 2020년 3건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양상을 보인다. 두 해 모두 레고켐바이오와
알테오젠(196170)이 계약 실적을 올렸다. 레고켐바이오는 지난해와 올해 각각 두 건의 플랫폼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알테오젠은 2019년과 2020년 연속으로 글로벌 10대 제약사 중 한 곳과 손을 잡았다.
| 신약 플랫폼 기술수출은 2019년 2건, 2020년 3건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양상을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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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켐바이오, 알테오젠, 올릭스, 에이비엘바이오 등 주목특히 신약 플랫폼 기술 자체에 집중해온 바이오벤처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술수출한 플랫폼 물질의 임상 개발이 본격화될수록 기술이전 계약 가치는 상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3년 연속 플랫폼을 기술수출한 레고켐바이오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ADC 플랫폼을 3개 항체에 적용하는 계약이 4960억원이었다. 항체당 1650억원 꼴이다. 그런데 올해는 소티오바이오텍과 5개 타깃을 대상으로 플랫폼 기술이전 계약이 1조 2100억원가량으로, 항체 하나당 2400억원 정도다. 이미 시장에서 가치가 반영되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3년 사이 두 번 플랫폼 기술을 수출한 알테오젠도 ‘플랫폼 강자’다. 2008년 원천기술인 지속형 바이오베터 기술을 기반으로 설립된 알테오젠은 꾸준히 플랫폼 기술을 개발해왔다. 2011년부터는 항체치료제 기반 기술인 ADC 플랫폼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2019년과 2020년에 맺은 기술수출 계약은 앞서의 두 원천기술과는 또 다른 피하주사 제형 변경 기술 플랫폼(ALT-B4) 건이다. 알테오젠 관계자는 “기술수출한 플랫폼을 활용한 후보물질에 대한 임상이 진전될수록 (기업 가치도) 함께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올해 플랫폼 기술수출 계약을 맺은 올릭스도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올릭스 주가는 기술이전 계약 발표 전 거래일인 2020년 3월 27일 2만6950원에서 10일 43350원에 마감됐다.
이외에도 플랫폼 기술을 지닌 국내 바이오벤처는 여럿이다.
에이비엘바이오(298380),
셀리버리(268600),
셀리드(299660)가 대표적이다. 에이비엘바이오 관계자는 “현재 BBB(혈액·뇌 관문) 셔틀 플랫폼을 두고 글로벌 제약사와 논의가 오가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원숭이 실험 데이터가 늦게 나오면서 논의가 지연된 건 맞다. 다만 올 6월 실험 결과가 나온 것, 이 플랫폼이 주로 활용되는 중추신경계(CNS) 질환 치료제에 글로벌 제약사의 관심이 높아지는 점이 우호적”이라고 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기술력을 인정받으면 신약 플랫폼만으로 먹고 살 수 있다. 제품을 생산해내야 하는 다국적 제약사들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다른 관계자도 “결국 신약 개발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들이 많아지는 흐름과 관련 있다. 앞으로 플랫폼 기업들의 성장이 주목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