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광수 기자] 머크(MSD)는 왜 시젠(Seagen)을 사려고 할까. 400억달러(약 52조원)나 하는데 말이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머크의 2분기 실적 발표 전에 협상이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지금까지 결과가 나오지 않아 시장의 궁금증은 커지고 있다.
다만 최근 발표된 머크 2분기 실적에서 시젠의 인수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머크는 2분기 실적 발표를 보면 면역 항암제 ‘키트루다(Keytruda)’의 2분기 매출로 53억달러(약 6조9000억원)을 거뒀다. 회사 전체 수익 146억달러(약 19조6000만원)의 36%에 해당된다.
“키트루다 특허 만료 전 포트폴리오 확보 차원”현지 전문매체 피어스 바이오테크는 머크의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머크는 얇은 포트폴리오(항암제)를 심화시키는데 관심이 있어 시젠을 합병하려 하는 것”이라고 28일(현지시간) 분석했다.
| (자료=머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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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매출 기여도 1위인 머크의 ‘효자’ 키트루다의 미국 특허는 오는 2028년에 만료된다. 약 6년이 남았다. 특허 기간이 만료되면 복제약이 나올 수 있어 매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그전에 새로운 항암제를 확보하겠다는 것이고 그 방법이 시젠 인수라는 설명이다.
시젠이 승인을 받아 판매중인 항암제는 △에드세트리스(호지킨 림프종) △파드세브(방광암 치료제) △투키사(유방암 치료제) △티브닥(재발성 전이성 자궁경부암 치료제)로 4종이다. 또 12개의 항암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머크가 시젠을 시장에서 거론되는 가격인 52조원에 인수하게 되면 아스트라제네카(AZ)가 지난 2020년 알렉시온을 390억달러(50조7000억원)에 인수한 이후 최대 규모의 빅딜로 기록된다.
머크, 반독점 우려는 일축 머크의 키트루다는 전 세계 암 환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면역항암제다. 지난 201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흑색종 치료제로 승인받은 뒤 적응증을 꾸준히 확대해왔다. 지금은 폐암과 위암, 신세포암 등 16개 암종에서 발생하는 30여개 적응증에 쓰이고 있다.
이 때문에 머크의 시젠 인수가 반독점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는 대형 제약사 M&A에 대한 검토를 강화하고 있다. 약값 인상 억제등을 위해서다.
다만 최근 컨퍼런스에서 롭 데이비스 머크 대표는 이 같은 질문에 대해 “항암제 시장은 앞으로도 엄청나게 경쟁적인 분야일 것”이라며 “면역항암제든지 표적치료제든지 무관하게 암에 따라 개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논란의 가능성이 없다고 봤다.
또 시젠 인수 수단이 현금이 될 것인지, 아니면 주식 교환등이 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그는 “미래의 거래의 조합에 대해 추측하고 싶지 않다”며 “비즈니스를 최적화하는 데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구조화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추고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