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최근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알테오젠은 정맥주사를 자가 주사가 가능한 SC제형으로 변환시키는 기술로 후발 주자임에도 글로벌 톱 기업인 미국 할로자임 시가 총액을 넘어섰다. 28일 기준 알테오젠(196170) 시가 총액은 약 20조원으로, 약 8.6조원인 할로자임보다 2배 이상 크다.
작년 9월 기준으로 할로자임 시가총액은 약 7조원으로 약 4조원대인 알테오젠을 3조 가량 앞섰던 것을 고려하면 얼마나 큰 반전이 있었는지 가늠할 수 있다.
비만치료제 장기지속형 플랫폼을 자체 개발한 펩트론은 1년 새 시가 총액이 약 5889억원에서 1조 8000억원대로 약 200% 이상 급등했다. 이들 기업의 가치 급상승은 최근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서 니즈가 높은 혁신 기술을 자체 개발, 글로벌 기업들의 선택을 받았기 때문이다. 뚜렷한 경쟁자나 대체제가 없다는 것도 이유다.
실제로 알테오젠은 MSD는 물론 사노피, 산도스 등과 대규모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알테오젠 기술 핵심은 정맥주사를 자가 주사가 가능한 피하주사(SC)로 바꿔주는 것이다. SC제형 기술은 약물 투여 방식을 정맥주사에서 자가 주사로 바꿀 수 있고, 투약 시간도 획기적으로 감소시켜 높은 편의성이 장점이다. 신약 특허 연장도 가능해 글로벌 기업들이 너도나도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그 중심에 알테오젠이 있다. 할로자임이 먼저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기술을 개발했지만, 특허 만료가 다가오고, 알테오젠은 후발주자임에도 할로자임보다 뛰어난 기술력으로 시장 장악을 예고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광풍이 불고 있는 비만치료제 시장에서는 펩트론(087010) 등 국내 기업들의 장기지속형 기술을 경쟁적으로 도입하려 하고 있다. 기존 1일 1회 또는 1주 1회 투약하던 것을 한 달에 한번, 두 달에 한 번 투약이 가능한 기술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마운자로를 개발한 일라이 릴리는 펩트론과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고, 새로운 비만치료제 개발에 나선 베링거인겔하임은 인벤티지랩(389470)을 선택했다. 위고비로 유명한 노보노디스크도 국내 바이오 벤처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국 기업들이 확보한 마이크로스피어(미립구) 기반 장기지속형 플랫폼은 현재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GLP-1 비만치료제에 가장 우수한 효과를 나타내는 기술로 인정받고 있다.
비만치료제 장기지속형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해 글로벌 기업 러브콜을 받는 바이오 벤처 대표는 “국내 기업들이 장기지속형 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들의 주목을 받는 것은 누구보다 먼저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고, 경쟁력 높은 기술로 발전시켰기 때문”이라며 “남들이 눈여겨보지 않았던 분야였지만, 미래 시장성을 보고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의 이런 선전은 블루오션 시장에 과감하게 먼저 진입, 끊임없는 R&D로 기술을 업그레이드한 전략이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먹혀들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비단 신약 개발뿐만 아니라 다양한 블루오션 및 혁신 기술 시장에 뛰어들어야 K-바이오가 글로벌 반열에 올라설 수 있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매년 글로벌 바이오 강국 도약이라는 비전을 강조하고 있는 정부도 이런 부분을 진지하게 눈여겨봐야 한다. 다양한 혁신 기술 선점을 통해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하려는 K바이오에게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