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병주 지엔티파마 대표 (사진=한국바이오협회) |
|
[용인=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반려묘(고양이)에 대해서도 인지장애증후군(치매) 치료제 허가를 받을 겁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은 반려견보다 반려묘가 더 많습니다.”
최근 세계 두번째로 반려견 인지기능장애증후군 치료제 신약 ‘제다큐어’를 개발하는 데 성공한 곽병주 지엔티파마 대표는 같은 물질(성분명, 크리스데살라진)을 가지고 반려견에 이어 반려묘에 대해서도 임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곽대표는 15일 경기 용인의 지엔티파마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지금도 고양이는 물론 모든 동물에게 오프라벨(허가외 사용)로 제다큐어 처방이 가능하다”며 “하지만 임상을 거치면 확실하게 강아지뿐만 아니라 고양이의 인지장애증후군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의약품에 표시(라벨링)할 수 있고 해외 수출에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지엔티파마는 지난달 반려견 인지기능장애증후군 치료제 제다큐어 품목허가를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받았다. 화이자의 셀레길린(1999년)에 이은 세계 두번째 반려견 인지장애증후군 치료제이자 반려견 인지장애증후군의 다중표적 치료제(활성산소, 염증)로는 세계 첫번째다.
오프라벨 처방이란 의약품 라벨에 표기돼 있는 허가나 신고범위를 초과해 다른 적응증에 약을 처방하는 행위를 말한다. 현재 동물의 인지장애증후군 치료제는 없다. 따라서 이제 막 허가 받은 제다큐어를 의사 재량에 따라 다른 동물에게 처방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임상을 거치면 확실하게 해당 동물에게도 제다큐어 효과를 입증받게 된다.
제다큐어가 반려묘 인지장애증후군에서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되면 국내 250만마리, 전세계적으로 7억마리의 반려묘 주인과 노령묘를 키우는 이들에게 희소식이 될 전망이다. 곽 대표는 “선진국일수록 강아지보다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기르는 경우가 더 많다”며 “고양이도 인지장애증후군에 걸리면 가족을 몰라보고 집을 지저분하게 하는데 원인 및 증상이 강아지, 사람과 똑같다”고 설명했다.
회사에 따르면, 미국(9420만마리), EU(1억642만마리), 일본(965만마리)은 반려묘가 반려견보다 이미 많다. 미국, EU, 일본의 반려견은 차례로 8970만, 8751만, 890만 마리다. 지엔티파마는 국내 598만 마리의 반려견 중 50만 마리가 인지장애증후군을 겪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려묘 역시 반려견과 비슷한 비율(8%)로 인지장애증후군을 앓는다고 가정하면 대략 21만마리가 치료 대상으로 추정된다.
지엔티파마는 4월 제다큐어를 출시한다. 그는 “국내 10대 제약사 중 한 곳이 먼저 제안을 해와 국내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며 “다음달이면 대형 동물병원부터 시작해 4500개 전국 동물병원에서 처방이 실제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다큐어는 동물 전문의약품이라 수의사 처방이 필요하다.
곽대표는 반려견 견주의 최대 관심인 제다큐어의 가격에 대해 “강아지 인지장애증후군 약이 너무 싸면 향후 사람의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이 물질의 허가가 났을 때 사람들이 ‘강아지 약’을 사 먹을 우려가 있다”며 “견주들에게 과도한 부담은 주고 싶지 않아 최종 조율 중”이라고 강조했다. 지엔티파마는 애초 사람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크리스데살라진의 임상 1상을 마친 상황에서 반려견 인지장애증후군 치료제로 적응증을 확장한 경우다. 반려견 치매의 문제성 및 원인, 관련 시장 성장성에 주목해서다. 현재 같은 후보물질을 사용해 인간 알츠하이머 치매 신약도 개발하고 있다.
그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 1상(단일투여)까지 마쳤다”며 “이후 반복투여에서 독성을 확인하는 임상시험계획(임상 1b)을 승인받아 진행하려고 했는데 이번에 18명의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한 탐색적 임상까지 추가로 진행하기로 했다”고 언급했다. 이를 위해 회사는 내주에 식약처에 수정 임상시험계획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곽대표는 “사람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나타나는 3가지 증상(아밀로이드 플라크 생성, 타우 단백질 변성, 신경세포 사멸)이 똑같이 나타나는 강아지에서 효과를 봤던 물질”이라며 “사람의 알츠하이머 치매 신약 개발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