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미리 기자] 수년 전 기술수출에 성공한 메디톡스, 동아에스티 등 4곳이 올들어 잇따라 기술반환을 경험했다. 업계에서는 타깃, 자료 등 측면에서 국내 제약·바이오업체들이 이제는 역량을 보다 글로벌 수준에 맞게 끌어올릴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올해만 4곳·8건 반환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 4곳이 총 8건(후보물질 기준)의 기술반환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부터 작년까지 6개사, 총 13건의 기술반환이 이뤄진 점을 감안할 때 적지 않은 양이다. 이들 숫자에는 기술반환 뿐만 아니라 회수도 포함했다.
가장 최근 발생한 사례는
메디톡스(086900)다. 메디톡스는 미국 애브비 자회사인 앨러간에 지난 2013년 기술수출한 액상형 보툴리눔 톡신(신경독소 후보제품) 기술이 반환됐다고 8일 발표했다. 해당 제품에 대한 앨러간 측과의 개발 및 상업화가 중단됐다는 의미로 앨러간을 통해 보톡스 최대시장 미국에 진출하기 위해 8년을 기다린 메디톡스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또한 메디톡스가 총 3989억원 중 건진 수익도 계약금(약 700억원) 및 마일스톤 일부에 불과했다.
지난 7월에는
동아에스티(170900),
헬릭스미스(084990)가 잇따라 기술반환 소식을 전했다. 동아에스티는 지난 2016년 미국 애브비 자회사인 애브비 바이오테크놀러지에 이전한 MerTK저해제 권리를 반환받았다. 헬릭스미스는 미국 블루버드바이오에 지난 2015년 이전한 T세포 기반 면역치료제 구성기술을 회수했다고 각각 공시했다. 또 지난 5월에는
에이비엘바이오(298380)가 지난 2018년 미국 트리거테라퓨틱스가 기술수입한 5개 항암제 후보물질 관련 계약을 해지했다고 발표했다.
“정책적 드롭 해외도 많아”이들 대부분은 기술반환 이유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진 않았다. 후보물질의 개발 우선순위가 밀리거나 경쟁 약물이 먼저 출시된 경우, 다른 회사를 인수하거나 새로 계약을 맺은 경우 등 글로벌 제약사의 전략 변화에 의한 것인지, 혹은 임상과정에서 독성 등이 문제였는지 등이다. 원인을 알아야 효과적인 대처를 할 수 있는 만큼, 업계에서는 기술반환을 겪은 이들 기업이 원인부터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는 당부가 나온다.
후자와 달리 전자는 비관적이진 않다. 이승규 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정책적으로 드롭된 사례는 해외에도 많다”며 “기술반환을 겪은 기업들은 데이터를 쌓으면서 ‘우리가 옳다’를 증명하거나 타깃 질환을 바꾸는 등 대응을 하면서 다른 파트너사들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실제 한미약품은 미국 얀센으로부터 기술반환된 바이오신약 후보물질 ‘에피노페그듀타이드’를 미국 MSD에 재수출했다. 유한양행도 중국 뤄신으로부터 돌려받은 ‘레이저티닙’을 2018년 얀센에 재수출했다.
역량을 지금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도 나온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처럼 지적재산권이 고부가가치를 갖는 산업은 특허 역량을 갖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또 기술수출은 파기의 변수가 있는 만큼 전주기 신약개발 과정을 겪고 글로벌 시장에 직접 뛰어드는 경험을 해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도 “기술이전이 2015년부터 본격화된 만큼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은 맞다. 기술이전을 어떻게 하는지 알았으니 이제는 성공확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며 “지금까지는 개발하는 후보물질을 불특정 다수에 뿌리고 선택되면 기술이전이 진행됐지만 이제는 기술이전을 하려는 시장군을 정해 그들의 파이프라인을 보완, 대체, 발전(Next generation)한 후보물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데이터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를 받는다는 가정 하에 축적해나가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