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집에서도 코로나19를 검사할 수 있는 자가검사키트에 ‘진단’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말라고 제동을 걸고 나섰다. 자가검사키트가 확진용 장비가 아니라 분자진단(PCR)을 보조하는 수단이라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식약처는 지난달 30일 자가검사키트에 ‘진단’이라는 표현을 쓴 SD바이오센서에 해당 표현을 ‘검사’로 바꾸라는 행정지도를 내렸다. 식약처는 이미 출고됐지만 판매가 이뤄지지 않은 제품에 대해서도 스티거 부착을 통해 수정을 요구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자가검사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이 보다 바람직해 검사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수정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SD바이오의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스탠다드Q 코로나19 Ag 홈테스트’ 포장 박스에는 정면과 측면 등에 ‘코로나19 항원 자가 진단’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에 따라 SD바이오센서는 30일 출고 물량부터 포장박스의 ‘자가 진단’이라는 표현 부분에 ‘약국 전용’이라는 스티커를 붙여 제품을 시장에 내놨다. 일부 약국에서는 이 스티커 부착 작업 탓에 당일 일부 자가검사키트 배송 및 공급 지연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코로나 자가검사와 자가진단이라는 용어는 혼용돼 사용됐다. 그러다 정부는 자가검사키트를 공식적으로 도입하는 과정에서 코로나 감염 여부를 확진하는 데 사용하는 분자진단을 보조하는 수단으로서의 검사 성격을 명확히 하기 위해 자가검사키트로 용어를 통일했다.
정부는 자가검사키트에서 양성뿐만 아니라 음성이 나오더라도 증상이 있거나 역학적 연관성이 있는 경우 의료기관을 방문해 PCR검사를 받으라고 권고하고 있다. PCR검사는 코로나 바이러스 유전자를 증폭해 확진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이라 가장 정확도가 높다.
SD바이오센서는 식약처 행정지도와 별개로 자체적으로 제품의 포장 박스 문안을 바꾸는 작업에도 나섰다. SD바이오센서 관계자는 “행정지도가 오기 전인 지난달 28일에 진단이라는 표현이 오해를 살 수 있어 자체적으로 제품 포장 문구를 검사로 바꾸기로 했다”며 “3일부터 출고되는 제품 물량에는 새박스가 적용돼 스티커 작업도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식약처가 진단이라는 표현을 쓴 자가검사키트 제품에 수정 요청을 한 이상 향후 후발 개발 업체들도 자가 ‘진단’이라는 표현은 사용할 수 없을 전망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자가검사라는 표현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