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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글로벌 빅파마 베링거인겔하임이 벤처펀드를 통해 한국 바이오기업에 대한 투자와 기술 도입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최근 한국을 방문한 벤처투자 조직은 일부 바이오기업과 적극적인 후속 투자 논의를 진행 중인 것이 확인됐다.
베링거인겔하임은 2023년 글로벌 빅파마 최초로 벤처펀드(BIVF)를 통해 한국 바이오텍 직접 투자 의사를 밝힌 뒤 수년간 꾸준히 국내 시장을 검토해오고 있다. 특히 벤처펀드 한국 시장 공략은 최근 1년 새 빠르게 구체화됐다. 최근 BIVF가 한국을 공식 방문한 것은 2025년 11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주관한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위크’다.
이데일리 제약·바이오 프리미엄 콘텐츠 팜이데일리는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BIO International Convention 2026, 바이오USA)을 계기로 한정현(June Hahn) 베링거인겔하임코리아 BD&L 총괄과 캐서린 리우(Kathryn Liu) 베링거인겔하임 벤처펀드(BIVF) 투자 매니저를 서면 인터뷰했다. 기술도입과 벤처투자를 총괄하는 핵심 인력들이 동시에 한국 시장에 대한 시각을 공개한 것은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 | (왼쪽부터)한정현(June Hahn) 베링거인겔하임코리아 BD&L 총괄, 캐서린 리우(Kathryn Liu) 베링거인겔하임 벤처펀드(BIVF) 투자 매니저.(사진=베링거인겔하임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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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한국 기업과 후속 투자 논의”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벤처펀드 투자 계획이다. 캐서린 리우 투자 매니저는 “이번(2025년)에 한국 방문에서 만난 기업들 중 몇몇 곳과는 현재 아주 적극적으로 후속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한국 VC들과 같이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네트워킹 차원의 만남을 넘어 실제 투자 또는 전략적 협력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검토가 이어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다만 베링거인겔하임은 구체적인 투자 대상 기업이나 현재 논의가 어느 단계까지 진행됐는지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베스트 인 클래스 약물 개발 기업이 아닌 퍼스트 인 클래스 치료제 개발 기업들이 후보군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베링거인겔하임이 수년 전부터 한국 바이오텍에 관심을 보여온 점을 감안할 때, 이번 후속 논의가 실제 투자나 공동개발로 이어질 경우 국내 바이오 생태계에 의미 있는 이정표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리우 매니저는 “글로벌 VC들이 한국 바이오 생태계에 더 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벽이 낮아지길 기대한다”며 “그렇게 된다면 한국은 글로벌 연구개발(R&D) 혁신과 사업개발(BD) 파트너십의 핵심 허브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임드바이오 1.4조 딜 비결은 “우리가 찾던 조건과 거의 일치” 베링거인겔하임이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 의지를 실제 행동으로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해 에임드바이오(0009K0)와 체결한 약 1조4000억원 규모 항체약물접합체(ADC) 기술이전 계약이다. 임상 진입 전 전임상 단계 후보물질에 조 단위 가치를 인정한 사례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한정현 BD&L 총괄은 “처음 소개받았을 때 우리가 찾던 타깃과 연구개발 단계, 물질의 특성이 거의 일치했다”며 “심화 검토 과정에서 에임드바이오가 보여준 수준 높은 준비성과 민첩한 대응 능력이 장기적으로 함께할 수 있는 파트너라는 확신을 줬다”고 설명했다. 데이터는 물론 사업개발 과정에서의 준비성과 실행력이 빅딜을 성사시키는 중요한 평가 요소였다는 의미다.
베링거인겔하임이 한국 시장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과거 협업 경험도 자리 잡고 있다. 한 총괄은 “에임드바이오 이전에도 한국 기업들과 세 건의 기술이전을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한국 신약개발 생태계의 혁신성과 역동적인 기업가 정신을 직접 경험했다”며 “이 같은 경험이 한국에 독립적인 BD&L 조직을 신설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회사는 ADC와 장기지속형 제형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과 공동연구와 기술평가를 확대하고 있다. 벤처투자 조직까지 한국 시장에 적극 나서면서 기술도입과 투자 양 축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아울러 베링거인겔하임이 장기지속형 제형 기술 도입을 위해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인벤티지랩과 지투지바이오 프로젝트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진행된 공동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는 베링거인겔하임 내부에서 기술성과 사업성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는 단계라는 점이 이번 인터뷰를 통해 처음 확인됐다.
한 총괄은 인벤티지랩과 지투지바이오 장기지속형 제형 딜 성사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그동안의 연구 결과가 평가 단계에 들어선 만큼 자세한 사항을 말씀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두 회사와 진행한 공동연구가 종료됐고 그 결과물을 바탕으로 베링거인겔하임 내부 평가가 진행 돼 결과 도출이 곧 이뤄질 것임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인벤티지랩과 지투지바이오는 모두 1차 공동연구 이후 추가 공동연구라는 유사한 경로를 밟으며 베링거 측과 협력 관계를 확대해 왔다. 인벤티지랩은 2024년 9월 베링거인겔하임과 첫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한 뒤 약 14개월 만인 2025년 11월 추가 공동연구 계약을 맺었다. 지투지바이오(456160)는 2025년 1월 1차 계약에 이어 약 6개월 만인 2025년 7월 추가 장기지속형 제형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퍼스트 인 클래스엔 전임상 단계서도 투자”...베스트 인 클래스는 관심 밖 최근 글로벌 빅파마들은 더 이상 베스트 인 클래스 약물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퍼스트 인 클래스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이어지고 있는데 베링거인겔하임 역시 퍼스트 인 클래스에만 투자하겠다는 기조를 강조했다.
특히 베링거인겔하임은 항암 분야 중 T세포 인게이저(TCE)와 ADC 신규 페이로드, 심혈관·대사질환에서는 뇌졸중과 만성콩팥병, 자가면역에서는 인비보(in vivo) CAR-T 플랫폼을 우선 검토 대상으로 꼽았다. 폐섬유증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내피·상피 재생 관련 신규 기전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 총괄은 “계열 내 최고 약물은 우리의 관심 대상이 아니며 계열 내 최초 약물이면서 임상 전 단계인 과제를 선호한다”며 “이 기준을 충족하는 한국 바이오텍 및 제약사들과 현재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링거인겔하임의 K바이오 투자 의지가 주목받는 이유는 BIVF 이력 때문이다. 2010년 출범한 BIVF는 펀드인펀드(Fund of Funds) 투자 7건을 포함해 70개 이상의 바이오 기업에 투자했으며 현재도 40개 이상의 활성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14개 기업은 성공적으로 투자금을 회수(엑시트)했다. 6개사는 베링거인겔하임 본사에 인수됐으며 또 다른 6개사는 다른 글로벌 제약·헬스케어 기업에 인수됐다. 즉 단순 재무적 투자에 그치지 않고 유망 기술을 조기에 발굴해 전략적 협업과 인수까지 연결하는 투자 전략을 펼쳐온 셈이다.
베링거인겔하임은 한국 기업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에 대해 임상 단계나 기술수출 실적보다 과학적 혁신성(Science-driven innovation)을 제시했다.
리우 매니저는 “한국 바이오 생태계는 활발한 VC 투자와 정부 지원, 늘어나는 BD 기회 등으로 역동적이지만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과학의 참신함과 깊이, 높은 품질이었다”며 “특히 차별화된 플랫폼을 기반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계열 내 최초 약물 잠재력을 가진 자산이 많았다”고 평가했다.
특히 “표적치료제와 차세대 모달리티 분야에서 이러한 강점이 두드러졌고 탄탄한 사이언스를 기반으로 스마트한 리스크를 감수하는 기업들이 많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후기 연구”...베링거가 본 K바이오 과제 베링거인겔하임은 K바이오 과학 수준에는 높은 점수를 줬지만 더 큰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후기 개발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 총괄은 “글로벌 빅파마는 전임상 과제를 도입하더라도 최종적으로 임상 3상과 상업화까지 염두에 두고 기술이전을 결정한다”며 “지금 당장의 데이터뿐 아니라 향후 어떻게 개발해 경쟁력을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큰 그림을 함께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이전 이후에도 글로벌 제약사와 적극적으로 협업하며 후기 개발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 한국 바이오 생태계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