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치과용 영상진단기기 전문기업 바텍이 단순히 영상을 찍고 보여주는 장비 제조사의 틀을 깨고, 의사의 지능형 임상 파트너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촬영된 영상 데이터와 임상 차트, 환자의 진료 정보를 통합적으로 이해해 최적의 치료 옵션을 제안하고 리포트까지 자동 생성하는 ‘에이전트 AI’가 그 중심에 있다.
 | | 이종하 바텍 연구소장. (사진=바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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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매출 90%, 세계 1위 바텍의 저력…10만대 양산 신화 딛고 솔루션 기업 도약 이종하 바텍(043150) 연구소장은 최근 경기도 화성 소재 바텍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그동안의 AI가 노이즈를 줄이고 해상도를 높이는 보는 AI에 집중했다면, 앞으로 바텍이 선보일 AI는 의사에게 치료 가이드를 제공하고 환자 설명을 돕는 에이전트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치과 진료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환자와의 신뢰를 잇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바텍은 한국보다 글로벌 시장에서 그 위상이 더 높은 기업이다. 현재 바텍은 전 세계 치과용 엑스레이 및 CT 시장에서 명실상부한 글로벌 리더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매출 구성비를 살펴보면 전체 매출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 내외에 불과하다.
나머지 9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 소장은 “이미 북미와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서 1위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며 “세계 시장에서 검증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음 단계인 AI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텍의 AI 전략은 단순한 소프트웨어 구현과 궤를 달리한다. 그는 “단순히 클릭하기 편하게 배치하는 UI 영역과 AI 기반의 진단 기술 영역은 조직부터 완전히 분리돼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두 영상을 띄워 비교하는 뷰어 기능을 넘어 영상 데이터 자체를 AI가 분석해 재구성하는 것이 바텍 기술의 핵심이다.
바텍의 AI 기술은 촬영 직후 3D 영상에서 치아, 잇몸, 치신경, 근육 등을 자동으로 분리해낸다. 의사가 1~2번의 클릭만으로 보고 싶은 부위만 따로 떼어 정밀하게 관찰할 수 있는 수준이다. 여기에 수 초 내에 전체 치아 번호를 자동으로 매겨주는 기능까지 더해져, 의사가 진단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이 소장은 “이런 기술들은 이미 연구 단계를 넘어 기술 검증(PoC)을 거치고 있으며 인허가 전략에 따라 순차적으로 현장에 적용되고 있다”며 “의사가 놓칠 수 있는 미세한 병변을 잡아내는 세컨드 오피니언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단계”라고 자신했다.
바텍이 그리는 미래인 에이전트 AI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진단 리포트를 자동으로 쓰고 치료 가이드를 제시한다. 환자가 “여기가 시리다”라고 말하면 AI가 해당 부위의 충치나 치주염 가능성을 먼저 포착해 의사에게 알리고 상담 과정에서는 이를 시각화된 데이터로 변환해 환자에게 보여준다.
특히 이는 병원 운영의 고질적 문제인 상담 역량의 격차를 해결한다. 그는 “상담 인력의 숙련도와 관계없이 AI가 생성한 객관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투명하게 설명할 수 있게 된다”며 “결국 기술이 환자의 불신을 해소하고 의료진과의 신뢰를 회복시키는 에이전트가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는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진단의 질을 이끌어가는 바텍의 지향점과 맞닿아 있다.
이 소장은 “보통 시장의 니즈가 있어서 제품을 만들어 팔지만 기술이 니즈를 또 만들어 갈 수도 있는 것”이라며 “바텍은 기술이 의료 질환 진단을 이끌어가는 방향을 지향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혁신적인 AI 비전은 바텍이 쌓아온 압도적인 시장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바텍은 최근 치과용 디지털 엑스레이 10만대 양산이라는 기념비적인 성과를 거뒀다. 이는 2002년 당시 글로벌 기업들이 40년 이상 독점하며 기술 혁신이 정체돼 있던 시장에서 바텍이 디지털 전환이라는 파괴적 혁신으로 일궈낸 결과로 여겨진다.
과거 아날로그 필름 방식이 주류였던 시절 바텍은 세계 최초로 파노라마, 세팔로, 3D CT 기능을 하나로 합친 쓰리인원(3-in-1) 장비를 출시하며 글로벌 시장을 주도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경쟁사들이 오피스를 닫을 때도 전 세계 네트워크를 가동하며 2022년 명실상부한 글로벌 1위로 올라선 저력이 이 10만 대의 기반이 됐다.
그는 “10만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판매량을 넘어 바텍의 기술 철학이 국가별 규제와 복잡한 임상 환경을 초월해 전 세계 현장에서 표준으로 검증됐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접근성 연구, 현재는 CSR 관점이지만…결국 미래의료 핵심 될 것” 최근 바텍이 전사적으로 매진하고 있는 접근성 연구는 기술 소외 계층을 향한 인간 중심 철학의 집약체다. 이 소장은 이를 “접근 제한의 해소”라고 정의했다. 기존 진단 장비는 정해진 자세를 유지할 수 있는 일반인을 전제로 하지만, 소아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 발달장애인 등은 장비 앞에서 가만히 있기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장애인 전용 치과가 전국에 20개 안팎에 불과해, 접근성 연구는 현재로선 사업성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사업성보다 사회 공헌(CSR) 관점이 크다”면서도 “하지만 일본처럼 방문 진료가 루틴화된 고령화 사회에서는 결국 이 접근성 기술이 미래 의료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텍은 휠체어 전용 밴딩 지지대와 같은 물리적 보조 장치는 물론 화질보다 촬영 성공 자체에 집중하는 특수 모드를 개발하고 있다.
특히 체류 시간 1분 단축은 바텍 접근성 연구의 핵심 지표로 여겨진다. 장애인이나 노인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와서 촬영을 마치고 나가는 전 과정을 1분 이내로 줄여 불안감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바텍은 선량을 조절해 촬영 시간을 1~2초 내로 극단적으로 줄인다. 이때 발생하는 막대한 화질 저하를 AI 영상 복원 기술로 극복하는 초격차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혁신은 철저히 현장에서 나온다. 바텍은 엔지니어를 치과 현장에 파견해 의료진과 오퍼레이터의 사소한 불편까지 수집한다. 이 소장은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보면 사용자가 요구하는 보강 대책보다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 보일 때가 많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턱 고정 장치(바이트)의 개선이다. 환자가 자꾸 움직이니 고정력을 높여달라는 현장의 요청에 대해, 연구진은 턱 고정 장치에 미세한 홈을 파서 아랫니만 정확히 고정되게 디자인을 변경했다. 이 사소한 홈 하나가 환자의 움직임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이는 곧 영상 품질의 차이로도 이어졌다.
바텍은 10만 대 양산으로 검증된 신뢰 위에 이러한 디테일과 AI 지능을 얹어 전 세계 치과 진료의 표준을 다시 쓰고 있다. 이 소장은 “우리가 개발하는 기술이 누군가에게는 진료의 기회를 제공하고 누군가에게는 더 건강한 삶을 선물한다는 사명감을 느낀다”며 “축적된 기술적 자부심을 바탕으로 글로벌 1위의 책임감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