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류성 제약·바이오 전문기자]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에서 한미약품의 ‘팔팔’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원조인 화이자의 ‘비아그라’가 시장에서 퇴출될 위기에 몰리고 있어 주목된다.
| 한미약품의 발기부전 치료제 ‘팔팔’ ‘구구’ 제품. 한미약품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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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의 ‘팔팔’과 ‘구구’는 지난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의 40%를 점유하면서 압도적인 1위 품목의 자리를 확고히 했다. 반면 화이자의 ‘비아그라’는 시장점유율이 불과 7%에 머물면서 존재감을 상실한 모양새다. 이밖에 주요 제품의 시장점유율을 보면 ‘센돔’(종근당) 7%, 자이데나(동아ST) 6%, 시알리스(릴리) 5% 등이다.
한미약품(128940)의 ‘팔팔’이 오리지널 신약인 ‘비아그라’를 압도하는 배경에는 탁월한 브랜드 전략이 자리한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팔팔’이라는 브랜드 자체가 발기부전 치료제의 효능을 확실하게 떠올리게 하는 효과를 내면서 환자들의 제품 선호도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아그라가 특허만료가 된 이후 수많은 제약회사들이 제네릭을 출시하면서 비아그라의 이름을 차용하거나, 성적인 의미를 직접적으로 표기한 브랜드를 다수 사용했다”면서 “반면 한미약품은 2음절의 독특한 제품명인 ‘팔팔’로 브랜딩하면서, 제네릭임에도 오리지널리티를 형성할 수 있었으며, 발기부전 치료를 망설이던 환자들이 비뇨의학과를 찾는 문턱을 크게 낮출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한미약품은 ‘팔팔’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자 ‘팔팔’과 유사한 상표를 사용하는 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상표권을 지키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최근 한미약품은 ‘비타D팔팔’ ‘맨프로팔팔’ ‘맨즈팔팔’을 상대로 제기한 상표권 무효소송에서 승소하기도 했다. 한미약품은 지난 2019년 12월에는 건강관리용약제, 식이보충제, 혼합비타민제, 영양보충드링크 믹스 등으로 등록된 상표 ‘기팔팔’에 대한 상표권 무효소송서 이기기도 했다. 그해 11월에는 남성용 건강기능식품 ‘청춘팔팔’을 상대로 진행한 상표권 무효소송에서도 승소했다.
복용 편의성을 대폭 개선한 것도 ‘팔팔’ ‘구구’가 ‘비아그라’를 압도하는 또다른 주요 요인으로 평가된다. 한미약품은 지난 2012년 ‘팔팔’을 출시하면서 50mg을 주력 품목으로 삼았다. 여기에 25mg과 100mg 등 다양한 용량을 시장에 선보이는 전략을 더했다. 또 물 없이 복용할수 있는 츄정을 함께 출시하면서 환자의 편의성을 높였다.
반면 화이자는 ‘비아그라’ 100mg 제품만을 국내에서 판매하며 고가 정책을 시행했다. 많은 환자들은 ‘비아그라’ 100mg 제품을 구매하면서 약가부담으로 제품을 반으로 쪼개서 복용하는 불편이 있었다. 한미약품은 환자들의 이런 불만을 파악하고 소용량 전략을 펼친 게 주효했던 것.
국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은 지난 5년간 연평균 8.1%씩 고성장을 거듭할 정도로 잠재력이 큰 대표적 시장으로 손꼽힌다. 지난해 이 시장 규모는 1531억원에 달했다. 한미약품의 발기부전 치료제 ‘팔팔’ ‘구구’의 지난해 매출규모는 448억원이다. 이 회사의 발기부전 치료제 매출은 지난 5년간 연평균 9.0% 가량씩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