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미리 기자] 헬릭스미스 정관에 담긴 ‘경영진 퇴직 보상액 한도 500억원’ 조항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방어하기 위해 약 10년 전 도입한 ‘황금 낙하산(Golden parachute)’ 조항이 되레 회사의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 헬릭스미스 정관(사진=헬릭스미스 공시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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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vs 주주 ‘결전의 날’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내일 오전 9시 열리는
헬릭스미스(084990) 임시 주주총회에서는 ‘정관 변경’ 의안이 다뤄진다. 이번 임시 주총을 추진한 주주 70명이 헬릭스미스 정관에서 △제36조 이사의 선임 △제40조 이사의 보수와 퇴직금 관련 내용 삭제를 제안했기 때문이다.
이중 주주들이 가장 문제로 지적하는 조항이 ‘이사의 보수와 퇴직금’이다. 이는 ‘등기 및 비등기 임원이 임기 중에 적대적 인수합병으로 인하여 실직할 경우 통상적인 퇴직금 이외에 오백억원 한도에서 퇴직 보상액을 지급해야 하며 이와 관련된 사항은 이사회에서 결정한다’는 내용을 말한다.
현재 주주들(소액주주 비상대책위원회)은 이를 두고 “매출도 거의 없는 기업에서 500억원이 웬 말이냐”며 “해임 시 김선영 대표는 500억원을 또 챙기게 된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현 경영진이 해임될 상황을 염두에 두고 정관에서 해당 조항 삭제도 함께 추진하는 것이다.
적대적 M&A 방지 장치해당 조항이 헬릭스미스 정관에 포함된 지는 꽤 오래됐다. 헬릭스미스는 2012년 3월 30일 정관을 개정해 해당 내용을 포함했다. 연구개발 기간은 긴데 매출은 단기간 내 발생하지 않아 지속적으로 외부투자 유치가 필요한 바이오벤처 특성상 적대적 인수·합병(M&A) 우려가 있어서다.
이른바 ‘황금 낙하산’으로 불리는 경영권 방어 장치다. 정관에 임원 퇴직 시 거액의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해 인수비용을 높임으로써 경영권을 방어하는 방식이다. 포이즌 필(Poison pill), 백기사 등과 함께 기업의 적대적 M&A를 방어하는 대표적인 수단으로 알려져 있다.
헬릭스미스 도입 전에도 국내에 ‘황금 낙하산’을 추진한 기업은 많았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2009년 1678개 상장회사 중 정관상 경영권 방어수단을 도입한 회사는 17.8%(298곳), 이 중 23.2%(138곳)가 ‘황금 낙하산’을 도입한 회사였다. 6개 방어수단 중 두 번째로 많은 사례다.
전제조건 ‘건실한 운영’다만 ‘황금 낙하산’이 항상 긍정적이진 않다는 지적이다. 이 조항을 되레 악용하는 경영진이 있다는 평가도 있어서다. 크레딧시장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적대적 M&A 방어전략은 건실하게 운영을 잘해온 경영자들이 낮은 지분율로 불합리하게 피해를 볼 경우를 대비하려는 취지”라고 했다.
김우찬 경제개혁연구소장(고려대 교수)은 “주로 작은 회사들이 정관에 황금 낙하산 조항을 둔다”며 “정당한 기업 인수시장을 방해한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 또 본인이 무능해서 쫓겨나는 건데 쫓겨나지 않으려고 회삿돈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회사에 위해를 가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헬릭스미스 관계자는 ‘퇴직 보상액’ 관련 주주들의 지적에 대해 “정관상 ‘한도’라는 단어를 일부러 ‘요구’로 바꾸는 습관적 거짓 행위들이 그동안 그들(비대위)의 활동 전반에 드러나 있다”며 “‘요구’한 적 없는 내용을 바탕으로 음해하는 적대적 M&A 세력의 음모”라고만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