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젬백스앤카엘과 바이오빌 간의 10여 년에 걸친 주식거래 분쟁이 재점화됐다. 젬백스 측은 공탁금 295억원을 선제적으로 반영한 만큼 재무적 리스크는 최소화했다는 입장이다.
 | 젬백스앤카엘과 바이오빌이 13년째 법적 공방을 펼치고 있다. (사진=ChatGP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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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젬백스(082270)는 바이오빌이 제기한 271억원 규모의 지급명령신청서를 접수했다고 지난 14일 장 마감 후 공시했다. 젬백스는 지급명령문을 송달 받으면 정해진 기한 내에 이의 신청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젬백스의 100% 자회사인 젬백스앤카엘은 비상장사로, 신약개발 사업 법인 역할을 맡고 있다.
2012년 주식거래했다가…13년째 소송 중 양사의 관계는 2011년 젬백스앤카엘이 바이오빌 주식103만8000주(지분율 18.11%)를 취득해 최대주주로 등극하면서 시작됐다. 젬백스앤카엘은 2013년 전환사채(CB) 행사로 지분을 29.71%까지 확대했다 같은해 백성현 경동렌터카 대표에게 200만주를 매각하며 최대주주에서 물러났다. 젬백스앤카엘은 2017년까지 잔여 지분을 모두 매각하고 바이오빌과 관계를 청산했다.
 |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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젬백스앤카엘과 바이오빌 간 소송의 시발점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이오빌은 같은해 6월 신사업 추진과 기업가치 제고를 명목으로 젬백스앤카엘 등으로부터 한국줄기세포뱅크 주식 266만8015주를 약 299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엔 젬백스앤카엘이 보유한 156만5450주가 포함됐다. 거래대금 중 175억원은 젬백스앤카엘에 지급되는 조건이었다. 바이오빌은 이를 조달하기 위해 175억원 규모의 제1회 전환사채를 발행해 대금을 지급했다.
문제는 이후 바이오빌이 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불거졌다. 2019년 횡령·배임 혐의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오른 바이오빌은 2020년 5월 상장폐지가 결정되고 같은해 6월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받았다.
회생 과정에서 바이오빌은 2012년의 한국줄기세포뱅크 지분 인수 계약이 이사회 특별결의 흠결과 신용공여 금지 위반이 있었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바이오빌은 해당 소송을 통해 젬백스앤카엘에 계약 무효 및 175억원의 부당이득금과 지연손해금을 반환할 것을 요구했다.
해당 사건은 2024년 11월 1심에서 원고인 바이오빌이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젬백스앤카엘이 약 175억원의 부당이득금과 법정이자를 합쳐 총 295억원을 반환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젬백스앤카엘은 2024년 12월 대전지방법원에 295억원을 공탁하며 판결 이행 의사를 표명했다.
공탁금은 2024년 회계연도에 이미 반영됐다. 회사 측은 “공탁금 295억원은 이미 회계에 반영돼 재무적 리스크는 최소화했다”며 “향후 항소심이나 상고심에서 패소하더라도 추가로 발생할 비용은 기간이자와 법무비용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오빌과 바이오빌 주주들은 과거 지분 거래와 경영 의사결정 과정에서 젬백스그룹이 부당 이익을 얻었다고 봤다. 이에 바이오빌은 젬백스앤카엘뿐 아니라 계열사인 삼성제약, 젬앤컴퍼니와 젬백스앤카엘의 최대주주인 김상재 젬앤컴퍼니 대표이사 등 젬백스그룹 관계자들을 상대로도 다수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바이오빌 주주 318명은 김상재 대표와 삼성제약 등을 대상으로 집단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했다.
현재 총 4건의 손해배상 소송이 병행되고 있으며, 이 중 젬백스앤카엘이 피고로 포함된 사건은 항소심 단계에 있다. 나머지 3건 중 2건은 1심에서 삼성제약과 김상재 대표 측이 승소했고, 1건은 진행 중이다. 형사 사건 역시 배임·사기·자본시장법 위반 등 주요 혐의 모두 불기소 처분됐다.
소송 조기 종결 위해 합의도 추진했지만…지난달 ‘협상 결렬’ 젬백스앤카엘은 한국줄기세포뱅크 지분 인수 계약 무효 소송의 1심 패소 이후 장기화된 소송을 조기 종결하기 위해 바이오빌 측과 합의를 추진했다. 회사는 지난 7월 말부터 9월 중순까지 복수의 법무법인을 통해 소송 일괄 타결을 위한 실무협상을 진행했다. 바이오빌 경영진이 지난 8월 18일 합의 의사를 표명하면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이후 양측은 8월 28일부터 지난달 15일까지 총 네 차례의 합의서 초안을 주고받으며 조율에 나섰다.
당시 논의된 합의안의 핵심은 젬백스앤카엘이 공탁금 295억원에 추가로 55억원을 더해 총 350억원을 지급하고, 바이오빌은 자신들이 보유한 한국줄기세포뱅크 주식 약 600만주와 자회사 킹스맨(2만4240주), 케이디알플러스(1500주)의 지분 전량을 젬백스앤카엘 측에 이전하는 일괄 교환 방식이었다. 젬백스앤카엘은 이를 통해 모든 민·형사 소송을 종결짓고 신약개발 등 본업에 집중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양측의 이해관계는 끝내 좁혀지지 못했다. 쌍방이 합의 불가 입장을 공식화했다. 젬백스앤카엘은 지난달 29일 바이오빌에 ‘합의의사 부존재 통지’를 내용증명으로 발송하며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젬백스앤카엘 관계자는 “합의 결렬로 인해 새롭게 발생할 손실은 없다”면서도 “소송 장기화에 따라 평판 리스크가 존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