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명선 기자] 코로나19 백신 후발주자인 국내 바이오 업체들이 시장 공략을 위해 내세운 전략 중 하나는 ‘백신 제형 다양화’다. 엔데믹(풍토병화) 상황을 염두에 두고, 주사제에서 스프레이, 패치 등으로 제형을 달리한 백신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대부분 개발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사람 대상 임상에서 기존 백신보다 높은 효과를 보이는지, 플랫폼 기술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지가 시장성을 좌우할 것으로 풀이된다.
|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스프레이, 패치 등으로 제형을 달리한 백신을 개발 중이다. 마이크로니들 패치. (사진=라파스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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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이 도전장을 내민 백신 종류 중 하나는 코에 뿌리는 ‘스프레이형 백신’이다. 주사제 형태의 기존 백신보다 복용 편의성을 높였다는 특징이 있다.
진원생명과학(011000), 씨케이엑소젠이 비강용 백신을 개발 중인 대표적인 기업이다.
진원생명과학은 DNA 백신 ‘GLS-5310’를 비강 스프레이 제형으로 개발 중이다. 지난해 7월 피내 주사와 비강 스프레이를 병용 접종해 백신 면역반응을 평가하는 방식의 미국 임상 1상을 승인받았다. 진원생명과학 관계자는 “미국에서 30명을 대상으로 임상 1상 진행 중이다. 미국 임상시험 결과를 토대로 국내 임상 진행 여부도 판단할 수 있지만, 국내 개발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씨케이엑소젠은 엑소좀 플랫폼 주사형 코로나19 백신 ‘CKV21’의 제형을 비강 분무형으로 추가해 연구 중이다. 아직 임상에 돌입하지는 않았다. 김재영 씨케이엑소젠 대표는 “코로나19는 주로 코에 있는 바이러스가 전파되면서 감염되는 방식이다. 기존에 나온 백신을 맞아도 돌파 감염이 되는 상황에서는 전파를 막는 게 중요하다. 코 면역력을 높여줘야 하는데, 우리가 활용하는 엑소좀은 코점막에 잘 흡수돼 감염 예방 효과가 높다. 개발을 완료하고 해외 다국적 제약사와 사업화 계획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붙이는 ‘패치형 백신’ 개발 계획을 알린 기업도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유바이오로직스(206650)와 에이디엠바이오사이언스다. 두 기업은 마이크로니들(미세한 바늘이 달린 패치제) 기술을 이용해 유바이오로직스 코로나19 백신 ‘유코백-19’ 성분을 피부 부착형 제품으로 개발할 수 있는지 공동 연구 중이다. 패치에 붙은 미세바늘이 피부 각질층을 통과해 약물을 전달한다.
라파스(214260)도 마이크로니들 패치 제형의 코로나19 백신 전임상 단계를 밟고 있다.
제형을 달리한 백신은 현재 유통되는 백신으로는 접종이 제한되는 대상에 적합한 백신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가령 패치형 백신의 경우 추가 백신 접종이 필요하지 않아, 주사를 맞은 부위 통증과 발열 등 부작용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냉동 보관 등 까다로운 유통 과정을 요구받는 주사제에 비해 편의성이 높다. 유통·물류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지역에서의 수요도 있을 것으로 평가받는다. 업계에서는 향후 코로나19가 엔데믹으로 전환될 시 편의성을 내세운 백신 수요가 있을 것으로도 내다본다.
그러나 무엇보다 안전성과 유효성 입증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제형을 다양화한 백신은 코로나19뿐 아니라 독감 관련해서도 개발돼왔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뿌리는 독감 백신 ‘플루미스트’가 대표적인 예다. 제형을 바꾼 백신은 임상을 따로 거쳐야 해서 연구개발(R&D) 비용이 더 들어간다. 개발이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화이자와 모더나 등 기존 백신 효과를 넘지 못하면 실제로 쓰이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제형을 달리한 백신 개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일반 의약품이 아니라 생물학적 제제인 백신이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패치나 스프레이형 백신 개발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항체 생성 등 효과를 입증하는 게 쉽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다양한 코로나19 백신에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한다면 시장 수요가 충분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 관계자는 “플랫폼 기술로서 인정받아 다른 백신에도 적용할 수 있게 된다면 시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 그러나 자사의 특정한 제품군을 상대로만 적용될 수 있는 기술이라면, 시장성에 한계가 있을 것이다. 화이자와 모더나 등 선두 업체들은 이미 예방 효과 데이터를 내놓고 부작용 모니터링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