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광수 기자] 리보핵산간섭(RNAi) 기술 전문 기업 앨나일람(ALNY)이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낸다. 최근에는 복부 비만과 대사증후군에 관여하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발견했다. 복부 비만과 대사증후군은 전 세계 성인의 20%가 앓고 있는 질환이다.
복부에 있는 지방은 정상적인 체질량 지수(BMI)를 가지고 있고 과체중이 아니어도 당뇨병이나 심장질환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앨나일람은 이번에 발견한 유전자 돌연변이를 표적하는 물질을 도출해 치료제로 만들 계획이다.
2일 앨나일람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를 통해 복부 비만과 대사증후군에 관여하는 유전자 ‘INHBE’에서 돌연변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결과는 영국 바이오뱅크에 있는 36만명 이상의 개인 염기서열을 분석한 데이터를 활용해 도출됐다. 허리대 엉덩이(Waist-to-hip) 비율과 심장 대사 증후군의 인과관계는 널리 알려졌는데, 유전자 INHBE의 돌연변이가 허리대 엉덩이 비율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 허리 대 엉덩이 비율과의 유전자 수준 연관성(자료=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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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INHBE가 심장 대사 질환 치료를 위한 새로운 표적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앨나일람은 해당 데이터를 확인하기 위해 동물 실험을 진행했다. 마른 원숭이에 비해 비알콜성 지방간염이 있는 뚱뚱한 원숭이에 간에서 INHBE의 발현이 평균 3.2배 더 높게 나타난다는 것을 파악했다.
앨나일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INHBE 기능에 손실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변이는 ‘액티빈E(Activin E)’라는 펩타이드가 감소하는 것이었다. 앨나일람은 자체 개발 플랫폼인 ‘이카리아 RNAi’를 통해 INHBE는 물론 액티빈 E를 표적으로 하는 후보 물질을 개발할 계획이다.
폴 니오 앨나일람 부사장은 “가까운 미래에 INHBE를 표적으로 하는 개발 후보를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가설을 시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앨나일람은 “INHBE를 표적으로 하는 약물이 복부 지방을 줄이면서 관상 동맥 심장 질환이나 제2형 당뇨병에 대한 기존 약물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단일 표적이 새로운 비만 치료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단적인 예로 식욕 억제 호르몬인 ‘렙틴’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많았지만, 저항성이 생겨 결실을 보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
시장에서는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NVO)가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비만 치료제 ‘위고비(Wegovy)’의 경쟁자가 될 수도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미국 투자 전문지 모틀리 풀은 “앨나일람이 항비만 분야에 진출한 것만으로 주식을 매수할 수는 없다”면서도 “앨나일람은 최근 4년동안 6개의 제품을 출시해 폭발적인 성장을 했고, 지금 매수하기에 좋은 주식”이라고 평가했다. 앨나일람은 1일(현지시간) 주당 139.35달러에 마감했다. 올해 들어 19.53% 하락한 가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