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박영환 에스엔바이오사이언스) (사진=에스엔바이오사이언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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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최근 국내 항암제 시장의 강자
보령제약(003850)과 나노입자 항암제 후보물질의 국내 판권 이전 계약을 체결한 바이오벤처 에스엔바이오사이언스가 동남마 판권 옵션 계약을 통해 최대 1000억원의 계약금과 마일스톤(단계적 기술료)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영환 에스엔바이오사이언스 대표는 5일 경기 성남시 수정구 LH기업성장센터에서 기자와 만나 “보령제약에 이전한 SNB-101 계약에는 국내 판권에 더해 동남아 판권까지 옵션이 부여돼 있다”며 “임상(2상까지)이 잘 될 경우 보령제약에 동남아 판권까지 이전하기로 돼 있어 계약금과 마일스톤을 다 합친 총 계약 가치가 약 1000억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앞서 에스엔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월 보령제약에 임상 1상 단계의 나노입자 항암제 후보물질 SNB-101의 발매 후 국내 독점 판매권을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SNB-101은 3대 세포독성항암제 가운데 하나인 이리노테칸(성분명)의 난용성(물에 녹지 않는 성질) 단점을 개선한 개량신약이다. 이리노테칸은 인체 투여 시 전체 투여량의 5%만 ‘활성형 SN-38’로 변환돼 흡수율이 떨어지는 데다 나머지는 부작용을 일으키는 단점이 있다. 적응증도 대장암(직장결장암)으로 제한돼 있다.
에스엔바이오사이언스는 나노기술의 일종인 자사의 이중나노미셀 기술을 활용해 항암효과에 필요한 성분인 SN-38만을 직접 투여할 수 있도록 이리노테칸을 개선했다. 기존 의약품을 잘게 쪼개고 쪼갠 약이 서로 뒤엉켜 침전되지 않도록 분자량이 큰 고분자로 두번 싸는 기술을 통해서다. 그 결과 SNB-101은 전임상 시험에서 기존 이리노테칸 약물보다 최대 8배의 종양 내 약물축적률을 보였다. 다양한 고형암 마우스(쥐) 모델에서 단독투여 시 이리노테칸 주사제보다 최대 1.8배의 종양 성장 억제효과도 나타냈다.
박영환 대표는 “SNB-101은 개량신약이긴 하지만 단순히 세 번 먹어야 하는 약을 한 번만 먹게 하는, 용법·용량을 바꾸는 일반적인 개량신약 차원을 넘어 적응증을 췌장암과 폐암 등으로 확장한다”며 “사실상 항암제 신약과 같이 새로운 시장이 열리기 때문에 의미와 밸류(가치)가 일반적인 개량신약보다 더 크다”고 설명했다. SNB-101은 개량 대상인 이리노테칸의 최대 매출 1조원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얘기다. 상용화된 다른 나노항암제의 가치 역시 독실(1조1000억원), 아브락산(1조3000억원), 오니바이드(2조원)등에서 모두 조단위를 보인다.
박영환 대표는 “나노기술을 활용한 의약품은 대부분 대량생산 단계를 통과하지 못해 상업화된 것은 많지 않다”며 “하지만 우리는 두 번째, 세 번째 파이프라인까지 모두 나노의약품일 정도로 나노의약품 생산과 임상에 이르는 기술이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에스엔바이오사이언스는 최근 미국에서 SNB-101에 적용된 이중나노미셀 기술 특허를 획득했다. 국내는 물론 유럽, 호주, 러시아 특허에 이은 것으로 향후 글로벌 기술이전을 위한 발판이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에스엔바이오사이언스의 가능성은 보령제약에 앞서 일찍이
OCI(010060)와
휴젤(145020) 등이 알아봤다. 휴젤은 2017년 시드 투자(1억원)자로 초기부터 협력사로 나섰고 2019년에는 OCI(50억원)와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가 총 70억원을 투자했다. 에스엔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세차례(스리즈 B-1, B-2, 브릿지) 추가 투자유치에 성공, 이제까지 총 221억원 투자금을 확보했다.
에스엔바이오사이언스 내주 열리는 제약·바이오 항암제 올림픽인 미국암연구학회 연례학술회의(AACR)에도 참석한다. SNB-101의 전임상 및 초기 임상 데이터 발표에 나서 기술수출이나 투자유치를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박 대표는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1상 승인까지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고 있어 다른 바이오벤처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며 “SNB-101 임상 1상을 올해 연말쯤 끝나고 국내는 물론 미국에서 임상 2상을 연말이나 연초에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