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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스페셜] 이중맹검 vs 오픈라벨, 임상 디자인 차이는
  • 식약처 “임상 1~2상 오픈라벨 가능, 3상은 이중맹검”
    의료기기와 먹는 약 비교 등 특수상황에만 오픈라벨
    “이론적 1~2상 오픈라벨 가능,실상은 이중맹검 신뢰”
    오픈라벨,스폰서가 중간 결과 볼 수 있어 유의해야
  • 등록 2021-04-07 오후 5:05:28
  • 수정 2021-04-07 오후 5:08:44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김유림 기자]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열풍이 불면서, ‘이중맹검’과 ‘오픈라벨’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이중맹검은 환자와 약물 투여자(의료진) 모두 임상이 끝날 때까지 시험약과 대조약 중 어떤 약을 투여했는지 모르게 진행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반면 오픈라벨은 환자와 의료진 모두 가짜약과 진짜 약물 중 어떤 것을 사용했는지 모두 알고 있는 상황에서 임상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임상 시험은 수많은 질병, 여러 인종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각 규제 당국은 이중맹검과 오픈라벨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은 정해 놓지 않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특수한 상황이 있지 않은 이상 임상 3상부터는 이중맹검을 필수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임상 1상은 안전성 확인, 임상 2상은 최적의 용량을 찾는 과정이라서 오픈라벨 임상 데이터도 받아준다. 임상 3상은 확정된 용량을 바탕으로 진짜 치료효과를 증명해내고 품목허가로 가는 과정이라서 이중맹검을 해야 한다. 오픈라벨은 의료진과 환자의 주관적인 생각이 들어가면서 편향될 가능성이 높다. 임상 1~2상도 가능한 한 이중맹검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이어 “종근당(185750)의 나파벨탄은 오픈라벨로 임상 2상을 진행했기에 이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조건부허가가 아닌 임상 3상을 이중맹검 방식으로 신청했으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며 “환자가 복용하는 허가를 바로 신청하다보니 3상 관점에서 임상을 평가했고, 오픈라벨은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픈라벨을 할 수밖에 없는 특수한 상황은 위약과 진짜약을 구분하지 못할 만큼 같은 모양으로 만들기 어려운 경우다. 의료기기와 경구용 치료제 비교 등 특별한 장치가 들어가서 환자와 의료진 모두 알 수밖에 없는 경우, 희귀질환 환자수가 너무 적어 약물군만 투여해야 하는 경우 등에 적용된다.

특수한 상황이 아닌데도 드물게 오픈라벨 임상이 진행될 때는 고혈압 환자의 혈압을 기계로 재거나, 종양 크기를 CT를 통해 확인하는 등 약효를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근거가 명확해야 한다. 또는 약효를 평가하는 사람은 환자가 어떤 약을 투여받았는지 모르는 독립된 평가자를 세우면 된다.

다만 업계는 이중맹검은 임상 시험의 기본이며, 임상 1~2상이라 할지라도 오픈라벨은 허가받기 어렵다고 전했다. 미국 임상을 진행 중인 바이오기업 대표는 “미국식품의약국(FDA)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1상은 안전성, 2상은 최적용량 찾기, 3상은 등록을 위한 허가 임상을 하는 것”이라며 “1~2상까지 FDA도 안전성을 제외하고 조금 느슨하게 보고, 3상은 이중맹검 디자인을 권고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식약처와 FDA가 이론적으로는 임상 2상까지 오픈라벨을 인정해 준다고 하지만, 실상은 임상 승인을 받기도 힘들다”며 “위약군의 플라시보를 사실상 측정을 할 수가 없으니, 오픈라벨의 명확한 이유가 없으면 거부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오픈라벨 임상은 중간 결과를 회사가 마음만 먹으면 열어볼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대형제약사 연구원은 “이중맹검은 회사도 임상이 끝나기 전까지 중간 데이터를 볼 수 없을 정도로 철저히 익명과 비밀이 보장된다”며 “오픈라벨은 회사와 스폰서가 수시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투자자를 끌어당기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투자시 유의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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