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광수 기자] 한미약품그룹 후계 자리가 원점으로 돌아왔다. 한미약품그룹은 오는 24일 열릴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임종윤 대표이사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올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임 대표는 12년 만에 한미사이언스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하지만 임 대표 측이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해임에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로 알려지면서, 향후 분쟁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재계 안팎서 나온다.
15일 임종윤 대표이사 측근은 “(임 대표는) 사임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분쟁이 장기화 될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임 대표이사는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의 2남 1녀 중 장남이다. 2010년 한미약품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임 전 회장과 대표이사직을 수행했다. 지난 2020년 임 전 회장이 타계한 이후 모친인 송 회장과 함께 각자 대표체제로 회사를 경영해 왔다.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다. 송 회장이 한미사이언스 주식 11.65%를, 임 대표가 7.88%를 각각 갖고 있다. 임 대표의 동생인 임주현, 임종훈
한미약품(128940) 사장이 각각 8.82%, 8.41%의 지분을 갖고 있다.
임종윤 대표이사를 재선임하지 않을 예정인데다,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도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에 자진 사임하기로 하면서 한미약품 삼 남매 후계구도가 원점으로 돌아왔다는 평가다. 사실상 삼 남매가 동일 선상에 서게 된 것으로 후계자 경쟁 구도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임종윤 대표가 그룹 전반의 경영권이 승계할 것으로 관측해왔다.
한미사이언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책임경영을 위한 선택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한미약품그룹은 “사외이사보다 사내이사가 더 많은 부분을 해소해 선진화된 ESG 경영체제를 갖추면서도,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이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직위를 유지해 책임경영도 구현하는 방안”이라고 밝혔다.
한미약품 삼 남매는 한미사이언스와 별개로 한미약품 사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임주현 사장은 한미약품에서 해외 사업과 인력 개발을 맡고 있다. 임종훈 사장은 경영기획과 IT 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임주현 사장은 최근 한미약품 파트너사인 미국 스펙트럼의 사외이사로 선임되기도 했다.
임 대표는 분자진단 기업 디엑스앤브이엑스(옛
캔서롭(180400))의 최대 주주이자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해외 기술 자원 투자 기업 코리(COREE)컴퍼니를 설립해 백신 공급을 위해 꾸려진 한미사이언스 컨소시엄에도 참여하고 있다.
임 대표 측근은 “(임 대표가 코리컴퍼니 등) 스타트업에 집중할지 한미약품 사업에 실무로 돌아와 전반적인 사업재편 및 구조조정을 할지 아직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