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광수 기자]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러시아 코로나19 백신인 ‘스푸트니크V’ 위탁 생산 사업을 그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서방의 제재가 본격화 되면서 다국적 제약사와 바이오 기업이 러시아에 투자 등을 중단한 상황이어서 그 배경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스푸트니크V는 러시아 국부펀드(RDIF)의 투자를 받아 개발된 백신으로, 서방이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퇴출하는 제재와 동시에 RDIF에 대한 투자도 중단됐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중요시하는 투자업계에서는 국내 바이오 업체도 스푸트니크V와 인연을 끊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 스푸트니크V 백신 (사진=스푸트니크 백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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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스푸트니크V 사업을 지속하는 이유는 이미 절차가 많이 진행돼서다. 21일 한국코러스에 따르면 스푸트니크V와 1회 접종용인 ‘스푸트니크 라이트’ 백신의 상업물량 생산을 완료, 최종 출하만 앞둔 상태다. 국내에는 한국코러스를 포함해
이수앱지스(086890)와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등이 스푸트니크V 생산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러시아 항공당국이 영공을 닫은 것도 사업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한국코러스 관계자는 “이미 산업생산 단계로, 중동 파트너를 통해서 준비하는 상황”이라며 “러시아에서 원부자재를 받지 않고, 자체 수급하고 러시아로 보내지지 않고 최종 목적지로 보내는 것이어서 관련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투자 규모가 작지 않은 것도 있다. 시설 투자와 원부자재를 구입하는데 상당한 규모의 투자금을 집행했다는 설명이다. 한국코러스 관계자는 “라인 정비와 배양기를 추가로 확충했다”며 “향후 생산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발주를 준 것도 있다”고 말했다.
계약금을 받은 만큼 중단이 어렵다는 설명도 있다.
휴온스(243070) 글로벌 컨소시엄이었던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휴온스 글로벌의 스푸트니크V 위탁생산 중단을 결정하며, 자동으로 스푸트니크V 사업이 중단됐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이와 별개로 인도 엔소 디엠씨씨 헬스케어(Enso DMCC Healthcare)로뷰터 ‘스푸트니크 라이트’ 생산을 수주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관계자는 “기술 이전을 받고 계약금을 받은 상태”라며 “인도적 차원이 존중 되는것이 중요하겠고, 투명한 절차와 국제 규칙 준수를 원칙으로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스푸트니크V는 러시아에서 개발돼 세계 최초로 국가 승인을 받은 코로나19 백신이다.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 연구소가 RDIF의 지원을 받아 개발했다. 바이러스 벡터 방식인 스푸트니크V의 1회 접종 비용은 10달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