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진호 기자]“코로나19 백신으로 유명한 미국 모더나와 독일 바이오엔텍이 최근 집중하고 있는 분야가 ‘암 치료 백신’(치료용 항암 백신)입니다. 우리의 현재 개발 로드맵대로라면, 바이오엔텍이 내세운 2030년보다 이른 2028년에 암 치료 백신을 허가받는 것을 목표로 내걸고 있습니다.”
22일 정헌 애스톤사이언스 대표는 이데일리와 만나 “모더나 바이오엔텍은 ‘메신저리보핵산’(mRNA), 애스톤사이언스는 ‘플라스미드 디옥시리보핵산’(pDNA) 기반 암 치료 백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 정헌 애스톤사이언스 대표가 암 치료 백신의 개발 방향과 시장 동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제공=이데일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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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 목적으로 접종하는 백신은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외부 항원(바이러스나 세균 등)을 죽이거나 살아 있는 상태로 몸에 넣어주는 방식으로 설계된다. 체내 면역시스템에게 앞으로 닥칠지 모를 위험을 미리 학습시키기 위함이다. 암 치료 백신 역시 면역세포 중 T세포의 공격성을 높일 수 있도록 만드는 암의 항원을 약물로 구성한 물질이다.
다만 병이 발생하기 전에 쓰는 예방 백신과 달리, 암 치료 백신은 이미 암이 발생한 환자에서 병의 재발을 막거나 치료하는 목적으로 개발된다. 이런 백신이 10년 이내 암 치료의 새로운 옵션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2018년 정 대표가 설립한 애스톤사이언스는 현재 암 치료 백신 후보물질 4종(AST-301, AST-201, AST302, AST-021p)의 임상 개발을 국내외에서 진행 중이다. 이중 펩타이드 기반 물질인 AST-021p를 제외한 나머지 3종은 모두 pDNA 기반 물질이다. 즉 항원의 DNA를 플라스미드를 활용해 전달하도록 설계됐다.
애스톤사이언스의 주력 후보물질은 유방암이나 위암에서 나타나는 HER2 항원을 타깃하는 ‘AST-301’이다. 현재 회사는 AST-301로 삼중음성유방암(미국, 호주, 대만 등 임상 2상 진행) 및 HER2 양성 위암(대만 임상 2상 진행) 등 2종의 적응증을 동시에 개발하고 있다.
정 대표는 “HER2라는 항원은 유방암 위암에서 항체 치료제나 항체약물접합(ADC) 치료제 등의 타깃으로 널리 쓰인다”며 “암 치료 백신 분야에서도 현재 우리를 비롯해 4곳 정도가 HER2 타깃 물질을 발굴해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셀라스 라이프사이언스의 ‘Nelpepimut-S’(미국 및 유럽 내 임상 3상 완료)와 미국 그리니치 라이프 사이언스의 ‘GP2’(미국 내 임상 3상 진행), 캐나다 제너렉스 바이오테크놀로지의 ‘AE37’ 등이 HER2 타깃 암 치료 백신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어 “암 치료 백신은 결국 항원에 기반한 면역치료제다. 안전하고 효과가 뛰어난 항원을 찾아 내는 것이 관건”이라며 “2028년 AST-301의 품목허가를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암 치료 백신을 개발하는 방법도 가지각색이다. 앞서 언급한 HER2 타깃 암 치료 백신 중에서도 AST301는 DNA 기술이, GP2와 AE37는 재조합 펩타이드 기술지 적용됐다. 최근 들어 모더나나 바이오엔텍 등은 각각 글로벌 제약사(빅파마)인 미국 머크(MSD) 스위스 로슈와 연합해 mRNA 기반 개인 맞춤형 암 치료 백신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정 대표는 “DNA, mRNA, 펩타이드 등 다양한 방식의 암 치료 백신이 시도되고 있다”며 “특정 방식이 절대적인 비교우위를 갖는 것은 아니다”며 운을 뗐다.
그에 따르면 DNA 기반 암 치료 백신은 범용으로 사용할 수 있어 단가가 싸고, 이미 다른 분야에서 관련 방식으로 허가된 치료제가 많아 허가 절차가 어느 정도 정립된 상태다. 개발 시기 등 로드맵이 비교적 명확하게 나온다는 얘기다. 반면 빅파마가 시도하는 개인 맞춤형 mRNA 방식은 사실상 코로나19 백신을 제외하곤 개발된 사례가 없다.
정 대표는 “세계적인 대유행(팬데믹) 상황에서 mRNA 백신이 ‘긴급 또는 조건부’ 승인됐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서 부작용이 제기된 약물이 그렇게 허가될 수 없다”며 “mRNA 기반 암 치료 백신 후보물질이 제대로 절차를 밟게 될 경우 얼마나 시간이 필요할 지 가늠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물론 모더나나 바이오엔텍의 기술력과 이들과 협력하는 빅파마의 상업화 경험이 어떤 시너지를 만들어 낼지는 모른다”며 “다양한 방식의 암 치료 백신이 개발에 성공해 새로운 옵션으로 부상하길 기대한다. 우리도 펩타이드나 mRNA 기반 암 치료 백신 제작 기술 및 후보물질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편 애스톤사이언스는 △AST201(난소암 대상 미국 내 임상 2상 준비) △AST-301(유방암 대상 미국 내 임상 1상 진행) △AST-021p(고형함 대상 국내 임상 1상 진행) 등 다른 후보물질의 개발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회사는 현재까지 시리즈 A~C 투자를 통해 총 48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상장에 대한 업계 기대감도 한때 달아올랐지만, 아직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정 대표는 “시장 상황을 보며, 상장 시점이나 방식 등이 개발 과정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며 “연내 코스닥 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는 마무리 할 수 있도록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다만 이를 마친 뒤, 실제로 국내에서 기업공개(IPO)를 진행할지, 미국 나스닥 시장으로 방향을 돌릴지 아직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내부적인 논의를 거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