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진희 기자]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원천기술 개발부터 완제품 생산까지 직접 했기에 안정적 성장과 업계 발전에 기여할 수 있게 됐다. 중동에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최초로 공장을 세울 수 있게 된 것도 이 같은 저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현지 기업이 먼저 사업 제의를 했고, 준비돼 있었던 만큼 흔쾌히 승낙했다.”
주희석
메디톡스(086900) 부사장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데일리 정책 토론회’에서 “제약·바이오사가 3상까지는 진행할 수 있어야 일자리 창출 등 관련 생태계에 파급력을 끼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 주희석 메디톡스 부사장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정애 의원-이데일리 정책 토론회’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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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1월 메디톡스는 두바이 국영기업 테콤그룹이 소유한 두바이사이언스파크와 보툴리눔톡신 완제품 공장 건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완공되면 국내 기업의 해외 1호 보툴리눔톡신 공장이 된다.
주 부사장은 “임상 1, 2상에서 멈추고 기술수출하면 일자리 창출 등 경제 효과가 크지 않다”며 “개별 기업에는 의미 있는 일일 수 있으나, 이 과정까지 소규모 임상 의약품만 생산하기 때문에 한계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K바이오 기술수출, 과연 최상의 선택인가’라는 토론회의 주제에서 임상 1, 2상보다는 3상에 집중해야 ‘제약·바이오 강국’ 진입을 앞당길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한 셈이다.
주 부사장은 임상 3상 지원을 확대하지 않으면 국내 제약·바이오벤처들이 글로벌 기업의 기술 하청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그는 “사실 임상 1, 2상의 성공 확률이 3상보다 낮다”며 “임상 3상의 성공 확률은 50%가량은 되지만, 도전하지 못하는 것은 비용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상 3상 비용의 경우 1000억~2000억원도 우습게 나간다”며 “임상 3상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기업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중에서도 손가락에 꼽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고 주 부사장은 보고 있다. 메디톡스가 그의 견해를 입증한다. 2006년 보툴리눔톡신 A형 제제 ‘메디톡신주’ 출시 이후 메디톡스는 빠른 성장을 일궈왔다. 업계에 따르면 메디톡스의 올해 실적 전망치는 연결기준 매출액 2189억원, 영업이익 565억원이다. 지난해 대비 각각 12.7%, 32.4% 증가한 수치다. 연매출액 1조원 이상을 달성해 글로벌 제약·바이오제약 기업 ‘톱20’ 진입하는 게 목표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이 국내에서 나오려면 건전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도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주 부사장은 주장했다. 정책적으로 신약 개발까지 외부 자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산업 특성을 고려해 세제 혜택을 늘리고,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전문 인재 양성해야 한다고 입장이다.
그는 “우리보다 국가 규모가 작은 아일랜드가 제약·바이오 선진국이라고 불릴 수 있는 데는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세제 혜택과 전문 인력 양성 프로그램이 있다”며 “국내에서는 적은 인력풀로 인해 인재 구하기가 어려워 서로 뺏기고 뺏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주 부사장은 국내 심사기관이 글로벌 전문가를 영입해 트렌드에 맞는 기준으로 신약 허가와 규제 등을 할 필요가 있다고도 피력했다.
그는 “신약 허가 등에 외국 전문가도 심사할 수 있게 한다면 보다 신뢰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국내 기준이 세계에서도 통할 수 있도록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