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식약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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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에 따라 백신 효과를 확인하고자 하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진단키트의 무게 중심이 점차 감염 여부 검사에서 접종 후 중화항체 형성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로 옮겨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중화항체 진단키트 개발은 쉽지 않아 국내에서 허가를 받은 제품이 없는 실정이다. 나아가 중화항체 진단키트로도 백신 접종 효과를 100% 보장할 수 없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7일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국내에서는 총 759만8787명이 1차 접종을 마쳤다. 1차 접종률은 통계청 2020년 12월 말 주민등록인구현황 5134만9116명 기준으로 14.8%다. 국내 2차 접종자는 총 227만9682명으로 4.4% 수준이다. 백신 접종률이 60%를 넘어선 미국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국내 역시 점차 백신 접종에 속도가 나는 형국이다.
백신 접종이 늘면서 백신 공급이 확대되는 곳과 코로나19 유행이 여전한 곳의 진단 초점이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진단키트 회사 관계자는 “백신 접종에 속도가 나는 만큼, 백신 효과 확인 차원에서 중화항체 형성 유무나 지속 여부를 확인하고자 하는 니즈가 생겨나고 있다”며 “반면 코로나 감염이 여전히 많은 곳은 감염 여부를 잡는 수요가 여전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다고 100% 항체(특히 중화항체)가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모더나,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등 백신 종류별로 효능이 100%가 아니고 그 수준도 다르듯 백신 접종에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또 전세계적으로 지난해 12월 백신 접종이 처음 시작돼 아직 백신 중화항체의 지속 기간도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중화항체는 시간이 갈수록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스터(추가접종)샷 등이 거론되는 이유다.
코로나19 항체진단키트는 크게 2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후 항체 생성 여부를 진단하는 코로나19 항체진단키트와 백신 접종 후 실제 방어작용을 하는 중화항체가 생성됐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중화항체키트가 그것이다. 전자는 항체를 이용해 과거의 코로나 감염 이력을 확인하는 게 주목적이라 통상 ‘결합항체(항원에 달라붙는 모든 항체)키트’라 불린다. 반면 후자는 중화항체 생성 여부로 백신 효과를 보는 게 용도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에스디바이오센서,
수젠텍(253840), 젠바디,
휴마시스(205470), 에스지메디칼, 웰스바이오,
LG화학(051910) 등에서 제조하는 12개 제품이 항체진단키트로 허가를 받았지만 코로나19 중화항체만을 확인하는 중화항체키트는 아니다. 정현철 식약처 첨단제품허가담당관은 “국내의 코로나19 항체진단시약 허가 12품목은 면역원성을 판단할 수 있는 중화항체만을 진단하는 시약이 아니라 중화항체를 포함해 전체적인 항체 형성 여부를 보는 제품”이라며 “허가된 12품목으로는 백신접종 이후 면역원성을 판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국내 허가된 12개 항체진단키트에서 양성이 나왔다고 해서 반드시 중화항체가 있다고 말할 수 없다는 얘기다. 다른 일반적인 결합항체가 나온 경우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다른 진단회사 임원은 “중화항체키트는 임상과 인증(허가)을 받기가 어렵다”며 “상대적으로 유럽 임상과 유럽 수출에 필요한 CE인증은 수월하지만, 국내 및 미국의 임상과 인증은 일반 항체진단키트보다 시간과 비용 면에서 10배 정도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중화항체키트로 FDA 허가를 받은 제품은 미국의 진스크립트(GenScript) 제품 1개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중화항체키트로도 100% 백신 접종 후의 효과를 확증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홍기호 연대의대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중화항체가 있으면 90% 이상은 면역력이 있을 거라고 본다”면서도 “아직 학술적인 데이터 부족으로 중화항체의 특정 값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면역이 있고 그렇지 않으면 면역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중화항체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해서 면역력이 반드시 없다고 얘기할 수 없고 중화항체가 소량 있더라도 면역력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실제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항체검사로 코로나19의 면역력 측정을 권장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