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기사는 인쇄용 화면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Only Edaily

[비만약 대역전]경구용·근육증가·장기지속형…한국에 러브콜이 몰리는 까닭②

  • 등록 2025-12-19 오후 1:41:02
  • 수정 2025-12-22 오전 11:11:36
이 기사는 2025년12월19일 13시41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구독하기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기사를 무단 전재·유포하는 행위는 불법이며 형사 처벌 대상입니다.
이에 대해 팜이데일리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강력히 대응합니다.
[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비만치료제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단순히 체지방을 얼마나 줄이느냐를 넘어,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약효를 오래 유지할 수 있는 혁신 기술이 새로운 승부처로 떠올랐다. 이에 글로벌 빅파마들은 기술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그 중심에 한국 기업들이 자리하고 있다.

12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비만치료제의 3대 혁신 기술로 꼽히는 경구용 제제·장기지속형·근육 증가 기술 분야에서 다수의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이 협력 파트너로 한국 기업을 선택했다. 경구용 기술과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기 위해 화이자는 디앤디파마텍의 경구 플랫폼 기술과 파이프라인을 도입한 미국 바이오텍 멧세라(Metsera)를 100억 달러에 전격 인수하기도 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러브콜은 장기지속형 기술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일라이 릴리는 주 1회 투약해야 하는 기존 비만치료제를 1~3개월에 1회 투여가 가능하도록 약효를 연장하는 장기지속형 기술 확보를 위해 펩트론(087010)을 파트너로 선정해 공동개발을 본격화했다.

베링거인겔하임 역시 장기지속형 기술 도입을 추진하며 지투지바이오(456160)와 인벤티지랩(389470)과 손을 잡았다. 공동개발 후 정식 기술이전 계약 체결이 예상되며, 특히 인벤티지랩과는 지난해 펩타이드 기반 장기지속형 주사제 공동연구에 이어 올해 11월 또 다른 펩타이드 물질 적용을 위한 추가 계약까지 성사됐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왜 한국인가…노보노를 넘어선 디앤디파마텍 ‘오럴링크’ 플랫폼

화이자가 선택한 멧세라의 핵심 가치는 디앤디파마텍(347850)으로부터 도입한 경구용 제제 기술이다. 기존에는 노보노디스크의 SNAC 기술이 대표적 경구 플랫폼으로 평가됐으나, 디앤디파마텍의 자체 플랫폼 오럴링크(ORALINK) 적용 후보물질은 전임상에서 SNAC 기반 리벨서스(흡수율 약 1%) 대비 최대 10배 이상 높은 경구 흡수율을 기록했다. 현재 오럴링크를 적용한 다수 물질에 대해 글로벌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경구제 경쟁 우위는 결국 복용 후 체내 흡수율에서 결정되는데, 오럴링크는 글로벌 대표 기술을 넘어설 가능성을 확인한 셈이다. SNAC이 공복·식사 조건 등 복용 제한이 까다롭고 적용 약물 범위가 제한적이라면, 오럴링크는 식사 여부와 관계없이 복용이 가능하며 인슐린·펩타이드·단백질 기반 의약품까지 플랫폼 적용 범위가 넓다는 장점이 있다.

일라이 릴리와 아스트라제네카도 경구용 비만약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오럴링크의 존재감은 더욱 확대됐다. 실제로 일라이 릴리가 개발한 오포글리프론은 올해 8월 3상을 완료했음에도 72주 최고 용량(36㎎) 투약군의 체중감소율이 12.4%로 시장 기대치(15%)는 물론 젭바운드(21%)에도 미치지 못했다. 부작용으로 치료를 중단한 환자 비율도 10.3%에 달했다.

머크가 중국 한소제약에 총 2조9000억원을 투자해 도입한 경구용 비만치료제도 전임상 단계지만, 약물 구조·약동학·활성도를 종합하면 오포글리프론의 미투(me-too) 약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온다. 아스트라제네카 경구 비만약 또한 초기 임상에서 안전성과 내약성은 확인됐지만 뚜렷한 차별점은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엄민용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비만치료제 분야에서 저분자 화합물 기반 경구제는 효과의 한계가 명확하다”며 “효과적 차별화를 위해서는 펩타이드 기반 경구제가 필수이고, 디앤디파마텍 오럴링크 플랫폼은 생체이용률 향상과 안정화 측면에서 강점을 갖는다”고 분석했다. 이어 “화이자의 멧세라 인수는 국내 바이오텍 파이프라인이 최초로 빅파마에 인수된 사례로, 기술적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장기지속형 기술, 암젠·카무루스를 앞서는 한국의 우위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빅파마들의 미래 전략은 명확하다. 위고비·마운자로 등 블록버스터 비만약을 성공시킨 일라이 릴리와 노보노디스크 경영진은 “효능 자체는 더 이상 차별화 요인이 아니다”라는 공통된 메시지를 낸다. 일라이 릴리의 다니엘 M. 스코브론스키 부사장은 “원하는 효능과 내약성을 확보하려면 반감기가 핵심이며, 반감기가 길수록 차별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반감기는 곧 약효 지속성을 의미한다.

이러한 장기지속형 플랫폼을 고도화한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도 많지 않다. 암젠·카무루스·알커머스·넥타 등이 꼽히지만, 국내 기업 기술 대비 분명한 단점과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실제로 암젠과 카무루스가 개발 중인 1개월 제형 비만약은 GLP-1 약물 구조 자체를 변경해야 하는 방식이라 1상부터 3상까지 신약 임상을 모두 새로 진행해야 한다. 특히 암젠 기술은 항체 Fc를 GLP-1에 결합해 신장을 통과하지 못하게 하는 방식으로 약효를 늘리지만, 제조 비용이 높고 부작용 위험이 크다는 한계가 있다. 카무루스 기술은 약물을 액상 젤로 변환해 체내에서 서서히 방출되도록 설계됐지만, 체내 젤 변환과 분해 속도 조절이 어렵고, 경구제형 적용에는 한계가 있다.

이처럼 마이크로스피어가 아닌 장기지속형 기술은 GLP-1 비만치료제와의 적합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글로벌 기업들은 과거 마이크로스피어 기술에 관심을 두지 않아 기술 발전이 미진했고, 이 공백이 오히려 국내 기업들에 기술적 우위 확보 기회가 됐다는 분석이다.

업계 전문가는 “GLP-1 시장이 급성장하기 전 글로벌 제약산업의 관심은 항암제로 쏠려 있었다”며, “항암제 특화 DDS가 주류로 개발되는 동안 마이크로스피어 연구는 소외돼 시장에서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희용 지투지바이오 대표는 “해외에서는 마이크로스피어가 공정 복잡성과 안정성 문제로 개발이 중단됐지만, 한국 기업들은 20년 전부터 다케다의 초기 기술을 기반으로 연구를 지속하며 제네릭 제품까지 상용화했다”며 “한국이 가장 빠르게 기술을 확보하고 지속적으로 고도화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펩트론·지투지바이오·인벤티지랩의 마이크로스피어 기술은 약물 봉입률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인다. 다케다 기술의 봉입률이 10% 수준인 반면, 국내 기술은 이를 두 배 이상인 20~30%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약물 봉입률은 마이크로스피어 내부에 실제로 약물이 차지하는 비율로, 약물 지속성·투약 주기·효과 안정성을 결정하는 핵심 지표다. 봉입률이 높을수록 약효가 오래가기 때문에, GLP-1계 치료제가 시장을 장악한 현 상황에서는 글로벌 기업들이 GLP-1에 최적화된 국내 마이크로스피어 기술과 손잡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신개념 차세대 비만치료제도 한국이 선도

기존 비만치료제의 한계를 넘어서는 차세대 기술에서도 한국 기업들은 가장 앞서 있다. 한미약품(128940)은 GLP-1 비만약의 대표적 약점인 근육 감소와 위장관 부작용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근육 증가형 비만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단순히 근손실을 억제하는 수준을 넘어 근육량 자체를 증가시키는 신약 기전을 구현해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진일보한 기술로 평가된다.

특히 한미약품은 20년 이상 축적한 인크레틴 연구 경험과 첨단 AI·구조 모델링 기술을 기반으로, GLP-1과는 완전히 다른 기전인 CRF2 수용체를 선택적으로 타깃하는 UCN2 유사체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지방 감소와 근육 증가를 동시에 유도하는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으로, 일라이 릴리가 뒤늦게 동일 기전의 치료제 개발에 착수할 만큼 잠재력이 높게 평가된다.

셀트리온(068270)도 최근 4중 작용제 비만치료제 개발을 발표했다. 구체적 기전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재 전 세계에서 4중 기전 비만약을 개발 중인 기업은 딱 두 곳뿐이며, 연구 단계 역시 초기로 알려져 높은 성장성이 기대된다. 비만치료제는 GLP-1 단일기전에서 다중·복합 기전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으며, 셀트리온은 이 변화의 최전선에 선 기업으로 꼽힌다.

팜투자지수

팜투자지수는 유료 구독자에게만 제공됩니다.

구독하기

저작권자 © 팜이데일리 - 기사 무단전재, 재배포시 법적인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