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유림 기자] 국내 제약사가 임상시험에 착수한 코로나19 치료제 중
일양약품(007570) ‘슈펙트’만 ‘클리니컬트라이얼(clinicalTrials)’에 공개되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 임상 정보 보고인 만큼 실수로 누락할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한다. 회사 측은 “러시아 제약사에 위임해서 현재로선 알 수 없다”고 해명했다.
| 최근 1년 일양약품 주가 추이. [자료=네이버금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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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미국 국립보건원(NIH,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의 클리니컬트라이얼에 따르면 일양약품 백혈병 치료제 신약 ‘슈펙트(성분명 라도티닙)’의 코로나19 적응증 러시아 임상 3상에 대한 정보는 찾아볼 수 없다.
일양약품 관계자는 “슈펙트 러시아 임상을 현지 제약사 알팜(R-PHARM)에 위임했는데, 알팜에서 올리지 않기로 판단해서 안 올린 것”이라며 “알팜이 클리니컬트라이얼에 안 올린 부분에 대해 우리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답변이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알팜이 수행하는 마티스 관절염 치료제인 올로키주맙(olokizumab)과 자가면역질환 및 사이토카인 폭풍 치료제 RPH-104, 위약군을 비교하는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시험 정보는 지난 4월 등록된 것으로 나온다.
클리니컬트라이얼에는 전 세계 대형 제약사부터 작은 바이오 벤처기업까지 수십만건의 임상 시험 정보가 게시된다.
종근당(185750) 나파모스타트(러시아 임상 2상), 이뮨메드 hzVSF-v13,
셀트리온(068270) 렉키로나주,
대웅제약(069620) 카모스타트,
신풍제약(019170) 피라맥스,
부광약품(003000) 레보비르,
녹십자(006280) 혈장치료제 등 한국 기업이 국내외에서 진행 중인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모두 올라와 있다.
종근당 관계자는 “클리니컬트라이얼 등록은 미국 임상은 의무 기재이고, 타국가 임상은 자율적이지만 대부분 제약사가 등록한다”며 “각국의 담당자들이 클리니컬트라이얼을 가장 많이 보고 있어서, 전 세계에 자사 의약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알리기 위해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제약사가 실수로 누락하진 않았을 것으로 분석했다. 30년 신약 개발 경력의 바이오 회사 임원은 “알팜이라는 회사가 작은 제약사가 아니다”며 “처음부터 등록을 안 하고 임상을 했거나, 올렸다가 약으로서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중간에 삭제 요청을 했을 수도 있다”고 봤다.
대기업 연구소장 출신 바이오 기업 대표는 “클리니컬트라이얼은 행정적인 업무 절차이며, 관리 인력과 자금이 들어간다. 임상의 성격이나 규모, 특성에 따라 필요가 없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하면 올리지 않기도 한다”며 “클리니컬트라이얼은 전 세계 IR을 할 수 있는 개념으로 보면 된다. 실수로 올리지 않았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귀띔했다.
앞서 지난해 3월 일양약품은 슈펙트의 시험관 시험인 인비트로(ex. 세포 실험)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효능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48시간내 70% 바이러스 소멸 효과를 확인했다는 내용이었다.
일양약품은 뛰어난 효과에도 국내에서 임상을 진행하지 않았고, 지난해 5월 알팜사와 함께 러시아 당국의 허가를 받아 러시아 임상 3상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결국 지난 4일 슈펙트 코로나19 적응증 러시아 임상 3상에 실패했다고 공시했다.
회사 측은 “슈펙트의 긴급사용승인을 국내에서 받기 위해 두 차례 도전했지만 치료 대상 환자가 중증 환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허가를 받지 못해서 러시아에서 임상을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4일 임상 결과를 새벽에 받자마자 증권거래위원회에 곧바로 공유했고, 장이 열리기 전에 금감원 공시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알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