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보건복지부가 올해 국내 제약사들의 불법 리베이트에 건강보험 급여 정지처분을 내릴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는 업계의 고질적인 악습인 불법 리베이트를 척결하기 위해 2014년 ‘리베이트 투아웃제’를 시행했다. 불법 리베이트 행위가 2회 적발될 경우 해당 의약품을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서 퇴출시키는 ‘급여정지’가 핵심이다.
급여가 정지되면 약값 전체를 고스란히 환자들이 부담해야 해 의사가 해당 의약품을 처방하는 것이 쉽지 않다. 때문에 사실상 시장에서의 의약품 퇴출을 의미한다. 문제는 행정처분 대상 의약품이 필수 제품일 경우 환자들에게도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이런 이유로 불법 리베이트로 적발된 다국적제약사의 경우 정부가 19개 품목에 대해 6개월간 급여정지 처분을 내릴 예정이었지만 일부 품목을 과징금으로 대체했다. 백혈병 치료제가 행정처분 대상 품목에 포함됐는데, 백혈병 환자와 환자단체가 강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백혈병 치료제를 변경할 경우 부작용 발생 우려가 있다는 게 환자단체 입장이었다.
제약사 불법 리베이트 행정처분이 환자의 건강권을 침해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부는 2018년 급여정지제도를 폐지했다. 하지만 그 이전 적발된 리베이트 행위는 여전히 급여정지 처분이 가능하다.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는 법규정 때문이다. 올해 예정된 리베이트 제약사들에 대한 행정처분 역시 이 기간에 적발된 사례다.
올해 급여정지 처분 대상 의약품은 수백가지에 달한다. 불법 리베이트에 대한 제약사 처벌이라는 관점에서 철퇴를 내리는 것이 맞지만, 급여정지 제도 폐지 이유였던 국민 건강보장이라는 취지와는 부합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환자들은 기존 처방받았던 의약품이 사라지게 되면 부작용을 알면서도 생명을 담보로 대체약을 복용해야 한다. 정부의 급여정지에 애꿎은 환자만 죽어나가는 꼴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정부는 급여정지 처분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동일한 대체 약제가 없는 경우 ▲대체 약제 처방 및 공급, 유통이 어려울 경우 ▲약물 변경으로 환자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이다.
제약 산업은 국민들의 건강권과 직결되기 때문에 어느 산업보다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다. 하지만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제재는 환자들의 생명권을 앗아가고 제약 산업 축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약가인하와 과징금이라는 처분을 시의적절하게 활용, 리베이트를 척결해나가는 솔로몬의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