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유림 기자] 코로나19 개인용 자가검사키트 수급이 안정화되지 않으면서 국산 제품의 해외 직구(직접 구입)가 성행하고 있다. 특히 개학을 앞두고 수시로 아이의 코를 찌르는 검사를 꺼리는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아직 유럽에서만 허가받은 타액 자가검사키트 공동 직구가 인기를 끌고 있다.
| 20개 대량 제품을 소분해 6000원에 판매하는 자가검사키트. (사진=김유림 기자) |
|
15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이날부터 3월 5일까지 약국과 편의점에 대용량 포장으로 공급된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낱개 판매 상한 가격을 6000원으로 지정했다. 20개 이상 대용량으로 공급된 제품을 낱개로 소분해 파는 것만 해당된다. 1개와 2개 등 소량 포장된 자가검사키트는 적용되지 않는다.
편의점과 약국에서 1명당 1회 구입 수량은 5개로 제한된다. 다만 한 사람이 돌아다니면서 여러 번 사는 데는 제약이 없다. 또 오는 17일부터 3월 5일까지는 약국과 편의점에서만 자가검사키트를 판매할 수 있으며 온라인 유통은 금지된다.
하지만 가격 제한 시행 첫날 품귀현상은 여전했다. 직장인 이모(39) 씨는 이날 근무지 주변 약국과 편의점을 돌아다녔으나 자가검사키트 구매에 실패했다. 그는 “출근길에 회사 근처 약국을 방문했는데 9시 반에 이미 전부 품절된 상태였다”며 “근처 돌아다녀도 구할 수 없었다. 이 동네 약국은 아침 일찍 누군가가 싹쓸이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집에 환자가 있거나, 출산 도우미 등 방문객이 수시로 드나드는 가정에는 자가검사키트가 대량으로 필요할 수밖에 없다. 약국과 편의점 구매에 실패한 사람들은 온라인 해외 직구를 통해서라도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래피젠과
휴마시스(205470) 등 수출된 국산 자가검사키트를 역수입하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로슈 등 국내에 허가받지 않은 글로벌 진단키트 회사 제품도 직구로 대량 판매되고 있다.
특히 개학을 앞둔 학부모들이 모인 맘카페에서는 타액 자가검사키트 공동구매 게시글이 수두룩하다. 교육부는 유치원, 초등학생이 집에서 자가검사키트로 검사를 한 뒤 음성일 경우 등교하도록 밝힌 상태다. 3월 한 달간 일주일에 두 번씩 검사할 수 있도록 자가검사키트를 배포하기로 했다. 중·고등학생과 교직원까지 확대할 방침이며, 세부 사항은 16일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내에 허가된 개인용 자가검사키트는 아동과 성인 상관없이 전부 비강(콧속) 검체 검사 제품이다. 일주일에 두 번씩 아이의 코를 찌르는 검사는 아동학대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경기도 한 맘카페 회원은 “6살, 10살 아이 둘인데 일주일에 두 번 코 찌를 엄두가 안 난다”며 “피씨엘 국내 회사 타액 자가검사키트 파실 분 찾는다”는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피씨엘(241820) 타액 자가검사키트는 작년부터 독일, 오스트리아, 파키스탄, 모로코, 태국 등에서 허가받아 판매되고 있다. 반면 아직 국내에서는 정식 승인된 제품이 아니며, 식약처의 서류 검토 단계인 것으로 전해진다. 태국 구매대행 블로그에서는 타액 자가검사키트가 개당 9500원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식약처가 정한 국내 상한 가격 6000원을 훌쩍 넘어섰지만, 이미 3차 판매까지 마감될 정도로 인기다.
온라인 해외 직구와 관련해 식약처 관계자는 “자가검사키트 온라인 판매 금지 기간 중에 판매되지 않도록 온라온 쇼핑몰 협회 등과 협조 체계를 운영 중에 있으며, 확인 시 즉시 차단 등의 지도를 할 예정이다”며 “아울러 해외 직구 역시 동일하게 조치될 수 있도록 모니터링을 실시해, 관계 부처 협조를 통해 차단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