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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의약품 100% 관세율 예고, 세부내용 미정에 K바이오는 '관망'
  • 트럼프 SNS '트루스소셜'에 10월 1일부터 관세 예고
  • "구체적인 내용 없이 불확실성 커…국가간 협상 필요"
  • 등록 2025-09-26 오후 5:17:53
  • 수정 2025-09-26 오후 5:48:59
[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26일(현지시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10월 1일부터 미국으로 들어오는 해외 생산 의약품에 대해 100% 관세율을 적용하겠다 발표했다. 업계는 관세 대상이 될 의약품 품목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으며 당장 4일 후부터 적용된다는 점에서 실제 시행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삼성바이오에피스, SK바이오팜(326030), 보툴리눔톡신 업체들 모두 ‘관망’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2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의약품 관세 100% 적용에 대해 발표했다.(사진=트루스소셜)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트루스소셜’ 계정에 따르면 미국에 생산시설이 소재하지 않은 모든 완제의약품에 대해 100% 관세율이 부과된다. 생산시설을 현재 건축 중인 곳에는 예외가 적용된다. 대부분의 글로벌 빅파마가 해외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것과 관련해 이를 미국내로 불러들이려는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의 일환으로, 미국 의약품 업계는 강력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이러한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 소비자와 환자에 약가를 두 배로 책정하는 비용부담 전가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의약품 관세에 가장 영향받을 국내 업체로는 CDMO 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바이오시밀러 업체인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 보툴리눔톡신을 취급하는 휴젤, 대웅제약, 메디톡스 등이 꼽힌다. 매출의 99%가 수출인 SK바이오팜, 미국에 혈액센터를 갖춘 녹십자 등에도 시선이 쏠린다.

업계는 관망세다. 특히 이번 발표가 백악관의 공식적인 정책 발표가 아닌 트럼프 대통령의 SNS에 올라온 내용인 점에서 불확실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삼성바이오에피스 모두 기업의 공식적인 입장 발표를 내놓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데일리가 취재한 다수의 핵심 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의약품이 대상인지에 대한 내용이 불분명하다” “바이오시밀러는 제외 대상이라는 풍문이 돈다” “미국 대통령이 개인 SNS에 얘기한 것에 대해 국내 기업들이 대응방안을 발표하기엔 섣부른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한편, 해외생산 의약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성 발언은 3개월 전부터 시작됐다. 그 사이 대응방안을 세운 기업들도 존재한다. 셀트리온(068270)의 경우에는 최근 약 4600억원을 들여 미국 뉴저지주 내 주요 제약산업 클러스터에 위치한 일라이릴리의 대규모 원료의약품(DS) cGMP 생산 공장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는 국내 기업이 세계 최대 제약 시장 미국에 공장을 보유하고, 해당 시설에서 자사 개발 의약품을 직접 생산·현지 판매하는 첫 사례다.

BMS의 시러큐스 공장을 인수해 CDMO 사업에 첫 발을 내딛은 롯데바이오로직스 같은 경우 미국 내 시설을 보유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규모 면에서 아직 한계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바이오로직스의 핵심 생산시설은 여전히 국내 송도에 짓고 있다는 점에서 관세 이슈를 온전하게 피해가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시러큐스 공장의 증설 또한 고려 대상”이라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체 개발 및 상업화시킨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의 가장 큰 매출처가 미국인 SK바이오팜(326030)은 이미 대응책을 마련했다는 입장을 보였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당사는) 공급다각화를 위해 선제적으로 2021년부터 미국령인 푸에르토리코의 CMO 생산시설을 실사 후 작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생산 승인을 마쳤다”며 “아직 구체적인 정책 내용이 발표되지 않아 지속 주시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 미국 내 ‘생산공장’이나 ‘건설’이 지속 강조된다면, 이 경우에도 당사의 생산 물량 규모는 크지 않기 때문에 SK그룹의 기 확보 인프라를 고려해 큰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혈액을 활용한 치료제가 주된 제품 품목인 녹십자는 미국에 혈액센터를 보유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원료 의약품과 완제 의약품의 차이에서 불확실성은 남아있다.

녹십자 관계자는 “과거 발표 내용 중 미국산 원료를 사용하는 곳에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었다. 녹십자의 미국수출용 혈액제제 제품은 미국산 혈장으로 100%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관세를 피해갈 구실이 있지 않나 싶다”며 “다만 원료와 완제의약품의 구분에 있어 아직 구체적인 발표가 없어 확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미국에 세포·유전자치료제 생산시설을 세운 차바이오텍(085660) 자회사 마티카바이오테크놀로지 등도 주목받지만 차바이오텍 관계자는 “미국 내 CGT CDMO 사업장이 있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만, 구체적인 정책이 나오지 않아 확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미국 진출이 상업적 성공의 핵심으로 짚히는 보툴리눔톡신사들 또한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이들은 미국 파트너사가 관세를 책임져야하는 입장인 점에서 직격탄은 피해가는 것으로 파악된다.

휴젤 관계자는 “미국 내 보툴리눔톡신 유통사 대부분이 완제품을 수입하기 때문에, 경쟁 측면에서 모두 동일한 조건이다. 추후 구체적인 관세 정책 및 업계의 대응에 따라 추이를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휴젤은 공급계약 구조에 따라 미국 파트너사인 베네브가 관세를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선언과 관련해 이재국 제약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기업별로 대응하기엔 한·미 간의 협상이 필요한 부분이다. 산업계 차원의 단독 대응보다는 현재 구두로 이어지고 있는 국가간 협상을 명문화시켜야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제약바이오산업의 미국 시장 진출 차원에서 민간 공조 체계가 종합적으로 가동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무역보험공사가 자동차, 반도체와 관련해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을 제약산업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리쇼어링에 영향받는 일본, 인도, 태국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빅파마들은 어떤 움직임을 보이는지 이들의 중장기 전략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이 본진인 CDMO사 후지필름의 경우에는 미국 노스캐롤라니아주에 40억 달러(약 5조 6000억원) 규모의 생산시설 투자를 진행해 적극적인 미국 현지의 생산캐파 확보 전략을 펼치고 있다. 빅파마들 중에서도 미국 생산시설 투자에 적극적인 곳들이 눈에 띈다. 일라이릴리는 올 2월 발표에서 270억 달러(약 38조 1000억원)를 들여 미국 생산 사이트를 4군데 늘리겠다고 알렸다. 존슨앤드존슨 또한 550억 달러(약 77조 7000억원)를 들여 향후 4년간 미국 생산시설을 늘리겠다고 올 3월 발표했다. 아스트라제네카도 2030년까지 500억 달러(약 70조원)을 투자해 미국 캐파를 증설하겠다고 올 7월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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