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한미약품(128940)그룹과
OCI(456040)그룹의 통합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미그룹 한 직원이 직장인 커뮤니티에 게재한 글이 눈길을 끌고 있다.
| (사진=블라인드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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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블라인드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쯤에 한미그룹에 근무 중이라는 한 직원은 ‘기가 차서 적어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해당 직원은 “요즘 회사가 경영권 분쟁으로 시끄러운데 어제 장남이 발표한 입장문 내용에 기가 차서 글을 써본다. 한미에 좀 다녔고 지금도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냥 일개 고참급 직원이긴 한데 누구 편들자고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냥 한번 물어보고 싶다. 다들 임종윤 사장님 얼굴은 아시나 싶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그 전에는 모르겠는데 제가 회사 다닌 최근 10년 이상 그동안 임종윤 사장 직접 본 기억이 전혀 없다”며 “돌아가신 임성기 회장님도 엘리베이터에서 자주 만났었는데
한미사이언스(008930) 대표라는 그분을 전 우연히라도 본적이 없다”고 밝혔다.
해당 직원은 고(故) 임성기 회장의 경영 시절을 회상했다. 그는 “한미에서 좀 일했던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임 회장님이 살아 계실 때 한미의 전통은 매일 아침 7시30분에 회장님 주재로 하는 회의였다”며 “진짜 천재지변이 없는 한 회의가 열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회의 끝나면 임원들 쭉 내려와서 회의 내용 공유해주고 회장님 지시사항도 알려줬다”며 “그런데 십몇년 동안 임종윤 사장이 회의에 참석했다는 이야기를 저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해당 직원은 2016년 내부정보 유출 의혹으로 인한 한미약품 압수수색 시절을 언급했다. 그는 “사실 제가 이렇게 분노하는 이유는 연차 어느 정도 되는 분들은 다 아는 사건일텐데 2016년에 공시를 늦게 해 회사 압수수색 당했을 때 기억 때문”이라며 “당시 동료들이 100명쯤 넘게 검찰 조사받았고 주변에 있던 사람들 많이 회사를 떠났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때가 한미사이언스가 임종윤 대표이사 시절이다. 고 임성기 회장님도 전면에 나오셔서 ‘이 사태의 전말을 분 단위로 보고하고, 신약개발 기조가 흔들리면 안된다’고 수차례 지시하셔서 당시에 진짜 엄중한 분위기 속에서 급박하게 움직였다”며 “그런데 저는 그때 단 한번도 임종윤 사장님의 지시라고 내려온 지침같은 것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때 어디 계셨냐”고 반문했다.
이어 “저는 그 때가 한미그룹 50년 역사 중에 가장 큰 위기였다고 생각한다. 도대체 그때 대표였던 임사장님은 어디 계셨느냐”라며 “그랬던 분이 이제 와서 회사를 지킨다니 요즘 돌아가는 상황이 안타깝다. 한미를 가만히 두셨으면 좋겠다. 흔들지 말아달라. 한미는 저한테도 참 소중한 회사”라고 강조했다. 해당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한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은 전날 한미사이언스를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에 대한 첫 심문 이후 입장문을 내고 “한미사이언스는 명실상부한 최상위 지주사에서 자율권을 빼앗긴 중간지주사로 전락해 경영권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며 “1905년 일본이 대한제국과 체결한 을사늑약에 비유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50년 전 작은 약국에서부터 시작해 대한민국 국민의 삶과 건강을 위해 한미그룹을 일궈 오신 선친의 뜻을 생각하면 한미약품그룹의 역사가 단절되고 폐기될 운명에 처해 있는 현 상황을 한시도 좌시할 수 없었다”며 “창업주의 아들로서 한미그룹의 추락과 멸망을 방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