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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에이비엘바이오(298380)(ABL바이오) 임직원들이 글로벌 제약사와의 기술이전 계약을 미리 알고 주식을 매수한 혐의로 강제조사를 받으면서 사건의 범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 일부 직원의 개인적 일탈로 끝날 수도 있지만, 등기임원과 공시 책임자가 관여한 조직적 내부자 거래로 확대될 경우 경영 공백과 파트너사 신뢰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
15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로 구성된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은 이날 서울 강남구 ABL바이오 본사와 관련 직원들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합동대응단은 직원 등 10명 안팎이 기술이전 사실이 공시되기 전 회사 주식을 매수하고 공시 후 매도해 약 10억원의 부당이득을 거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번 압수수색은 당국이 공시 전후 매매자료 분석을 통해 혐의 계좌를 상당 부분 특정한 뒤 정보 취득·전달 경로를 확인하기 위한 강제조사에 나섰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압수수색은 혐의 확정 단계가 아니며, 확보한 메신저와 이메일 등에서 내부정보와 주식 매매의 연결고리가 확인되는지가 향후 제재 및 형사처벌 여부를 가를 전망이다.
 | | 이억원 금융위원장(왼쪽)이 지난 7월8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 출범 1주년 운영성과 점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7.8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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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 직전 잠잠했지만…공시 후 이틀 새 70% 급등 수사 대상이 된 정보가 어느 계약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이뤄진 에이비엘바이오의 기술이전 계약 두 건이 시장의 의심을 사고 있다. ABL바이오는 지난해 4월7일 GSK와 최대 4조1104억원 규모의 그랩바디-B 기술이전 계약을 공시했고, 같은 해 11월12일 일라이릴리와 최대 25억6200만달러, 당시 약 3조75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및 공동연구 계약을 발표했다.
GSK 기술이전 당시에는 공시 직전 거래일(4월 4일) 3만4050원이었던 주가가 공시 당일 상한가(4만4250원)로 마감했고, 이후 10일에는 5만6800원까지 상승해 공시 직전보다 66.8% 올랐다.
일라이릴리와의 기술이전이 공시된 지난해 11월에는 주가가 9만6700원(11월11일)에서 공시 당일과 그 이튿날 2연상을 기록했다. 공시 직전 종가 대비 장중 상승률은 70.3%였다.
두 계약 모두 시장 전체에서 공시 전 뚜렷한 선행 급등이 나타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공개정보 이용은 소수 계좌에서만 은밀하게 이뤄질 수 있어 전체 주가 흐름만으로 혐의 유무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합동대응단은 기술이전 협상과 공시 과정에 접근할 수 있었던 임직원의 계좌가 언제, 얼마나 움직였는지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한미약품(128940) 기술수출 정보 유출 사건이 있었다. 2016년 한미약품과 베링거인겔하임 기술수출 계약 해지 정보가 공시 전에 임직원과 지인들에게 퍼지면서 45명이 총 33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얻거나 손실을 회피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 가운데 17명을 재판에 넘겼고 2차 이상 정보수령자에게도 과징금이 부과됐다. 다만 경영진의 고의적인 공시 지연이나 공매도 세력과의 결탁은 확인되지 않았다.
등기임원 포함 여부가 첫 분기점…두 계약 모두 연루됐다면 파장 확대 앞으로의 조사에서 확인해야 할 첫 번째 쟁점은 수사 대상에 이상훈 대표를 비롯한 등기임원이 포함됐는지다. 일반 직원이 우연히 취득한 정보를 개인적으로 이용했다면 회사와 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될 수 있다. 반면 대표이사나 기술이전·법무·IR·공시를 담당한 등기임원이 포함됐다면 경영진 책임과 내부통제 부실 문제가 함께 불거질 수 있다.
두 번째는 몇 건의 계약이 수사 대상에 포함됐는지다. 한 계약에만 국한됐다면 일부 직원의 일회성 범행일 가능성이 있지만, 두 계약을 모두 이용한 거래가 발견되면 기술이전 때마다 정보가 반복적으로 공유됐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정보 취득 시점도 중요하다. 기술이전 협상 초기의 막연한 가능성을 토대로 투자했는지, 주요 조건 합의나 최종 계약서 작성처럼 공시 가능성이 구체화된 뒤 매수했는지에 따라 혐의 입증 정도가 달라진다. 본인 계좌뿐 아니라 배우자·가족·지인 명의 계좌가 동원됐는지, 여러 계좌가 공시 직후 동시에 매도했는지도 수사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회사가 임직원 거래를 알고도 묵인했는지와 공시 시점에 개입했는지도 봐야 한다. 임직원이 주식을 살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공시를 늦추거나 거래소에 사실과 다르게 설명한 정황이 확인되면 개인의 내부자 거래를 넘어 회사 차원의 부정행위로 번질 수 있다.
본사 압수수색만으로 ABL바이오 법인이 피의자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압수수색은 직원들의 정보 취득 경로를 확인하기 위한 증거 확보 차원일 수 있다. 결국 관련 임직원의 직급, 대상 계약, 정보 전달 범위, 회사의 인지 여부와 공시 과정 개입 여부가 사건의 성격을 가를 전망이다.
단순하게는 일부 직원에 대한 형사처벌과 해임, 내부통제 강화로 마무리될 수 있지만, 핵심 등기임원이 조직적으로 정보를 전달하거나 회사가 공시 시점을 조절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경영진 교체와 주주대표소송, 파트너사의 준법 조사로 이어질 수 있다. 등기임원이 포함됐다는 이유만으로 자동으로 거래가 정지되거나 상장폐지되는 것도 아니다.
이날 에이비엘바이오 주가는 압수수색 소식이 알려진 뒤 전일 종가 6만3800원보다 9.6% 낮은 5만7700원까지 떨어졌다.
에이비엘바이오 관계자는 이번 조사에 대해 “현재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며, 회사 측 입장 표명 등의 계획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