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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투자 제2 셀트리온 모델 절실...국내 VC 역할 중요”
  • KB인베스트먼트 바이오 투자 주포 김일한 이사 인터뷰
  • 해외 기관 투자, 유망 바이오벤처 성장 기폭제
  • 셀트리온-테마섹 사례 있지만, 추가 사례 전무
  • 지역적 한계, 글로벌 네트워크 부재가 원인
  • 등록 2021-03-17 오후 4:05:28
  • 수정 2021-03-18 오전 9:56:35
[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가능성 있는 바이오 벤처는 투자 유치가 정말 중요하다. 특히 대규모 투자를 발판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 사례를 보면, 국내뿐 아니라 해외 대형 기관투자자의 투자가 상당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특정 사례를 제외하고는 당장 국내 현실에서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어려운 여건을 가능한 환경으로 바꾸는 것을 국내 벤처캐피털이 해야한다.”

KB인베스트먼트 김일한 이사.(사진=KB인베스트먼트)


국내 메이저 벤처캐피털 KB인베스트먼트에서 바이오 투자를 주도하고 있는 김일한 이사는 16일 이데일리와 만난 자리에서 현실적인 여건이 어렵지만 국내 유망 바이오기업들이 글로벌 벤처캐피털들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면 성장에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면서 셀트리온(068270) 사례를 들었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개발 중 어려움에 직면했던 2010년,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으로부터 2000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이어 2013년에는 1500억원을 추가로 투자받았다. 이 투자유치를 발판으로 셀트리온은 세계 최초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와 후속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 허쥬마 개발에 성공했다. 최근 셀트리온은 램시마SC와 국내 최초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를 개발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당시 국내 VC 등 기관투자자의 투자도 있었지만, 테마섹의 통 큰 투자가 셀트리온을 살렸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김 이사는 “벤처 기업이던 셀트리온에 해외 대형 기관이 투자한 것은 굉장히 특이한 케이스다. 의약품 위탁생산(CMO)으로 시작해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는 등 사이즈와 성질이 일반 바이오텍하고 달랐다는 점도 있지만, 네트워크가 있었다는 점이 달랐다”면서 “셀트리온에 투자했던 국내 대형 VC가 테마섹과 연결고리가 있었고, 해당 VC소개로 테마섹이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 모델에 관심을 두게 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테마섹은 자국(싱가포르) 기업들이 개발에 뛰어들면서 바이오시밀러에 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셀트리온의 개발진도 및 준비가 잘 돼 있다고 판단, 전격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김 이사는 “셀트리온 모델은 바이오 벤처로서는 이상적인 모델이지만 당장 국내 현실에서는 발생하기 어려운 케이스”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네트워크 부재를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VC 비즈니스는 속성상 로컬 성향이 강하다. 그 지역에서 가장 잘하는 기업은 그 지역 VC가 가장 잘 안다”며 “우리가 보스턴에 있는 유명한 기업은 알지만 그 속에 숨어있는 유망한 바이오 벤처는 모르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해외 대형 기관투자자나 VC들이 국내 바이오벤처기업을 나쁘게 보거나 평가를 박하게 해서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닌 연결고리가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김 이사는 글로벌 제약·바이오 행사나 학회에 참가하는 것도 글로벌 네트워크를 만들고 넓힐 수 있는 수단이라고도 했다.

KB인베스트먼트 김일한 이사.(사진=KB인베스트먼트)


“매년 열리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나 바이오USA와 학회 등에 참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고 해외 무대에서도 서서히 이름을 알릴 수 있게 된다”며 “그렇게 연결된 네트워크는 다음 만남에서 미팅으로 이어지고, 신약개발 진척상황이 공유되면서 투자 레이더에 들어갈 수 있다. 그래서 각 기업의 개발 인력 유무와 역량이 중요하고, 국내 외에 회사와 기술력을 알릴 수 있는 네트워크 구축에 힘을 쏟아야 한다.”

국내 VC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KB인베스트먼트는 바이오 투자 주포로 활약 중인 김 이사를 필두로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에 힘쓰고 있다. 이 회사는 산업계 4명, 의사 1명, 약사 2명 등으로 구성된 바이오 투자 전담팀을 보유하고 있다. 1조3000억원이 넘는 운용자금 중 약 40%를 바이오 벤처에 투자할 정도로 바이오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바이오 투자 규모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특히 김 이사는 본인이 직접 투자를 주도한 바이오벤처 기업들에게 글로벌 VC 네트워크를 소개해 시리즈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각오다.

김 이사는 LG생명과학에 입사하면서 제약·바이오 산업과 연을 맺었고, 이후 셀트리온에서 오랜 기간 특허팀 소속으로 특허분석 업무에 참여하면서 회사 성장 과정을 함께 했다. 투자 심사역으로는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CJ그룹 벤처캐피탈)에서 첫발을 내디딘 후 KB인베스트먼트에서 바이오 투자 핵심 인재로 활약 중이다. 지난 16일 상장한 네오이뮨텍과 미토이뮨, 지뉴브(GENUV) 등 유망 바이오 벤처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

김 이사는 “기술력이 입증된 바이오벤처는 투자를 통해 그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고, 결국 마케팅을 통한 투자 유치가 동반돼야 성장할 수 있다”며 “제 2셀트리온 신화가 나오려면 국내 대형 VC들이 적극적으로 해외 네트워크를 만들고, 글로벌VC의 투자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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