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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보릿고개'에도 수출을 제한할 수 없는 이유
  • 전형적인 소담대실..."다른 백신 국내 도입 안 될 것"
  • 국내 코로나19 백신 생산 기반 확대하고
  • 러시아 백신 도입 검토+국내 백신 개발 적극 지원해야
  • 등록 2021-03-31 오후 5:21:35
  • 수정 2021-03-31 오후 9:38:07
[사진공동취재단]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백신 수급 불안정으로 국내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지면서 국내에서 생산한 백신 수출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전형적인 소탐대실 정책일 가능성이 큰 데다 ‘세계의 백신 공장’ 인도와 국내를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현실적으로 국내 백신 생산 기반을 확충하고 러시아 백신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31일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에 따르면, 전세계적 코로나19 백신 수급 불안 속에 국내 공급 계획도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이날 백신 공동구매 프로젝트 ‘코백스’를 통해 국내에 들여올 예정이었던 아스트라제네카의 도입 일정이 다음달 셋째주로 연기됐다. 도입 물량도 69만회분에서 43만 2000회분으로 줄었다. 인도가 백신 내수 공급을 위해 백신 수출을 일시 중단한 여파다.

이 때문에 일각(이용호 무소속 국회의원)에서는 백신 확보를 우려해 국내 생산 백신의 반출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SK바이오사이언스는 위탁생산을 하기 때문에 판매는 아스트라제네카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이고 수출을 제한한다면 향후 아스트라제네카가 SK바이오사이언스와 생산계약을 하지 않을 수 있다”며 “인도는 전세계 백신의 50~60%를 생산하는 곳이라 현실적 힘이 있어 수출 제한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류충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장도 “국내 생산 백신의 수출을 제한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라며 “코백스 자체가 신뢰를 바탕으로 해당 조직에 있는 국가에 물량을 공급한다는 약속이기 때문에 향후 코백스를 통해 다른 백신을 받는 게 요원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코백스에는 현재 세계 150개국 이상이 참여한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물량 중 일부는 코백스로 공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백신의 국내 생산 기반을 확충하고 국내 백신 개발을 지원하는 게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봤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내에서 생산하는 코로나19 백신 물량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며 “모더나의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 생산이 국내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국내 유치 물밑작업에 정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GC녹십자(006280), 한미약품(128940) 등이 모더나 백신의 국내 위탁생산(CMO)수주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성사된 것은 없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코로나19 백신은 크게 3개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생산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상업용생산)과 노바백스 백신(허가 이전 시험생산), 그리고 바이오기업 지엘라파가 생산하는 러시아 백신 ‘스푸트니크V’다. 다만, 현재 러시아 백신은 국내에 도입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등은 플랜 B(비상 계획) 차원에서 러시아 백신의 국내 도입을 고려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달 브리핑에서 스푸트니크Ⅴ 백신 도입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구체적인 계약 단계까지 진행되지는 않았다고 했다. 식약처는 이날 주한 러시아대사관이 공식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한국 정부가 스푸트니크Ⅴ 백신 도입 문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는 외신 보도에 대해 “공식적인 자료 제출 및 검토 진행이 없다”며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국내 생산 백신 중 노바백스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달리 SK바이오사이언스가 기술도입(라이센스 인)을 통해 국내 생산 및 허가는 물론 판권까지 모든 권리를 갖고 있어 국내 생산여건만 허용된다면 얼마든지 생산 및 공급이 가능하다. 현재 질병청과 SK바이오사이언스가 국내에 공급하기로 한 2000만명분 이상을 공급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노바백스 백신은 글로벌 임상 3상 단계에 있어 아직 허가가 나지 않았다. 또 최근 원료 부족 문제도 불거져 이 백신에만 의존할 상황은 아니다.

정공법으로 ‘토종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류충민 센터장은 “백신 민족주의가 퍼지고 백신이 무용지물 되는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나오면 당초 목표한 11월 집단면역 형성이 어려울 수 있다”며 “국내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임상 시험 지원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식약처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1상, 1·2상)와 셀리드(299660)(1·2a상), 진원생명과학(011000)(1·2a상), 제넥신(095700)(1·2a상, 1상), 유바이로직스(1·2a상) 등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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