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답지였던 호흡기 세포 융합 바이러스(RSV) 백신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개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백신이 2년 사이 0개에서 4개가 된 것이다. 국내에서도 RSV 백신 개발 열기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백신 개발 전문회사 유바이오로직스(206650)가 그중 선두에 있다.
| (제공=GS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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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선 유바이오로직스 선두…SK바사도 준비 중22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RSV 백신을 임상시험 단계에서 개발 중인 회사는 유바이오로직스(206650) 한 곳 뿐이다. 유바이오로직스가 개발 중인 성인용 RSV 백신 EuRSV는 국산 1호 RSV 백신을 목표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현재 국내에서 진행 중인 임상 1상은 막바지 단계에 있다.
유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현재 1상 등록목표 환자수 100명 중 75명의 모집이 완료됐고 이들의 2차 접종까지 끝난 상태”라며 “안전성을 추적 관찰 중이며 특별한 이상사례가 없다면 오는 4월까지 추가 25명 모집을 마칠 것”이라고 말했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EuRSV의 임상 분석은 오는 6월 말 이뤄져 같은 해 9월까지 중간보고서를 받아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관계자는 “오는 4분기 2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해 오는 2027년까지 진행하고 2027년부터는 임상 3상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다만 임상 2상부터는 해외 임상을 계획하고 있어 상황에 따라 일정이 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uRSV는 항원 디스플레이 기술인 코발트 포르피린-인지질(CoPoP)과 톨유사수용체(TLR)4 작용제인 MPLA을 함유하는 리포좀 나노파티클 형태의 면역증강시스템 EuIMT에 RSV 백신항원을 결합해 만들어졌다.
이밖에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도 메신저리보핵산(mRNA) 방식으로 RSV 백신을 개발하겠다고 공표했지만 아직 동물실험 전 후보물질 발굴 단계에 있다.
국내 RSV 백신 개발사들은 글로벌 빅파마보다 최소 5~6년 늦게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존 백신보다 확실한 경쟁력을 갖춰야 시장에서 승산이 있다. 유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아직 임상 초기단계여서 아렉스비 대비 EuRSV의 강점을 말하기는 이르나 접종 후 접종 부위 통증이나 근육통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가격경쟁력 있는 제품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자체 플랫폼 기술 및 생산공정 효율성 확보를 통한 원가 절감으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시판 허가한 아렉스비는 50세 이상의 성인을 대상으로 접종되며 오는 6월 첫 RSV 백신으로 국내 출시가 예상된다. 아직 국내 약값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미국에서는 294달러(약 42만원)에 접종할 수 있다. 가격 부담이 작지 않은 셈이다.
지난해 4월 식약처의 문턱을 넘은 사노피·아스트라제네카의 ‘베이포투스’도 SK바이오사이언스와의 공동판매 파트너십을 맺고 연내 국내 판매를 예고했다. 베이포투스는 아렉스비와 달리 24개월 미만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RSV 백신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 사노피와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영유아용 RSV 예방 항체주사 ‘베이포투스’의 영국 유통 패키지 (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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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SV 백신 개발 잔혹사…팬데믹 이후에야 개발 가속RSV는 감기처럼 앓다 나을 수도 있지만 영유아 및 고령자, 기저질환자가 걸리게 될 경우 기관지염, 폐렴으로 이어져 치명적일 수 있다. 매년 세계에서 300만명의 중증 입원환자가 발생하고 이중 16만명이 사망할 정도로 시장 규모도 크고 미충족 수요가 크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리서치 앤드 마켓(Research and Market)은 RSV 백신의 연간 시장규모가 오는 2028년 95억3000만 달러(약 13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최초 백신이 지난 2023년에야 비로소 FDA의 허가를 받았을 정도로 백신 개발 속도는 더딘 편이었다. 변이가 빠르고 많으며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면역 반응을 강하게 유도할 경우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들에게서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앞서 GSK의 초기 백신후보물질에서 사망으로 이어진 중대한 부작용이 발생하면서 수십년간 RSV 백신 개발이 중단됐고 이것이 RSV 백신이 탄생하는 데 장애물이 됐다. 주춤하던 백신 개발은 오히려 코로나19를 겪으며 급진전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유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RSV 백신 개발이 일시 중단됐었지만 결과적으로 오히려 코로나19 백신 개발과정에서의 경험과 기술이 RSV 백신 개발을 가속화시키는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EuRSV에 사용되는 유바이오로직스의 면역증강제는 회사의 코로나19 백신인 ‘유코백19’에 사용되는 면역증강제 EuIMT와 동일한 물질이다. 회사는 유코백19를 임상 3상까지 거치며 안전성을 확인한 만큼, EuRSV에 사용된 면역증강제의 안전성에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EuRSV에 사용되는 면역증강제는 유코백19에 사용된 면역증강제와 동일할 뿐 아니라 이미 안전성을 입증받아 FDA 허가를 받은 아렉스비에서 사용된 면역증강제와도 유사해서 효능이 비열등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EuRSV는 1960년대 부터 시작된 60년 이상의 지속된 연구 노력의 결실로, 타사의 백신 개발 사례를 교두보 삼아 ‘국산 RSV백신 1호’를 목표로 세계에 RSV백신을 공급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