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기업 지배구조를 살피는 소액주주 움직임이 거세다. 지난 23년간 의료정보 회사 인피니트헬스케어(071200)의 주주총회에 이처럼 주주 참여율이 높았던 적은 없다. 전자위임장을 인정받지 못해 이날 주주제안 안건은 부결됐지만, 이번 일로 회사가 적잖이 긴장할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앞으로도 인피니트헬스케어에 국내 1위 의료영상 솔루션(PACS) 회사라는 입지에 걸맞는 지배구조와 주주환원 정책을 갖출 것을 요구할 예정이다.
현장에서 이데일리와 만난 소액주주 측 대변인 허권 헤이홀더 대표는 “전자투표를 하지 않으면서 전자위임장도 인정하지 않는 시대역행적인 회사측에 법률적인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 23일 9시 시작 예정이던 인피니트헬스케어 임시주주총회 개회가 11시30분으로 지연되자 장내를 메웠던 주주들이 자리를 비운 모습.(사진=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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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주주측 25% vs. 사측 53%…전자위임 9% 불인정 23일 서울시 서초구 솔본빌딩에서 열린 인피니트헬스케어 임시주주총회는 소액주주 측의 패배였다. 이 날 주주들이 내민 주된 안건은 허권 헤이홀더(주주행동 플랫폼) 대표를 신규 감사인으로 선임하는 내용이었다. 후진적인 지배구조가 인피니트헬스케어의 성장성을 누르고 있으니 최대주주 솔본(035610)을 올바르게 견제할 감사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결과만 놓고 얘기하면 상정된 안건 △정관의 변경 △감사의 해임(박우칠 전 메디웨어 대표) △감사의 선임(허권 헤이홀더 대표) 중 사측이 제안한 정관변경 안건만이 통과됐고 소액주주 측이 제안한 감사의 해임과 선임 안건은 부결됐다.
정관 변경과 같은 특별결의 안건은 상법상 표 대결에서 이기기 위해 상대의 두 배에 달하는 의결권을 모아야 한다. 예를 들어 소액주주 측이 26%를 모았으면 인피니트헬스케어 측은 52% 이상의 의결권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날 소액주주 측은 26% 의결권을 모아 최대주주 솔본 측 지분율인 48.74%에 승산이 없지는 않았다. 다만 집계 결과 중복위임을 제외한 소액주주 의결권은 25%로 나타났고 나아가 회사 측이 전자위임장을 인정하지 않아 8.9%(218만2906주)가 증발했다. 반면 인피니트헬스케어 회사측은 53%에 달하는 의결권으로 압승했다. 감사인 해임·선임에는 상법상 ‘3% 룰’로, 감사선임의 독립성을 위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되는 점에 기대를 걸었지만 이 역시 부결됐다
허 대표는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전자위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처음에는 전자위임을 인정해서 진행했지만, 회사 측이 원하는 결과가 안나오니 전자위임을 인정하지 않는 내용으로 다시 진행했다”며 “소액주주의 감시와 적극적인 참여를 장려하기 위한 전자투표도 진행하지 않았고 나아가 전자위임도 인정하지 않으니 이는 주주 참여를 봉쇄하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 허권 헤이홀더 대표(왼쪽)가 임시주총장인 솔본빌딩에서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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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배당 시작할까 화두 이날 유일하게 가결된 정관 변경의 건은 실질적으로 소액주주 측 허권 헤이홀더 대표의 감사인 선임을 막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감사로 선임될 수 있는 이에 대한 신규 요건으로 회계법인 업무 경력이 1년 이상, 상장회사의 감사 경력이 3년 이상인 자, 그리고 개인사업자로서 별도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자만 감사가 될 수 있다는 내용으로 개정했다. 더불어 회사에 손해를 가한 범죄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 중인 자는 제외한다는 내용이다.
허 대표는 현재 인피니트헬스케어와 진행 중인 소송이 있다. 그는 기업지배구조 및 경영권 분쟁 전문 변호사로, 이달 초 기준 11만여주의 인피니트헬스케어 지분을 개인적으로 보유했고 특수관계인으로 분류되는 헤이홀더, 박형렬, 신학진, 이규성씨 몫까지 합하면 도합 0.87% 지분율을 보유했다.
허 대표는 “이번 정관 개정을 법원에서 인정해줄지 미지수라고 본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이 빠르면 한달 사이에 법원에서 결론이 날 것으로 보며, 늦어도 수개월 내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허 대표는 “오늘 임시주총에서 주주들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 점에 사과도 할 법한데 전혀 언급이 없던 점도 인상적이었다”며 “정관 변경 내용 중 중간 배당에 대한 내용이 있었지만 배당의 근거만 마련하고 실행하지 않는 회사도 많다. 실제로 배당을 집행할지는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인피니트헬스케어는 창사이래 주주대상 배당을 한 적이 없는 점이 주목된다. 매년 매출은 성장했지만 시총은 제자리걸음했다. 상장사이면서도 최대주주인 솔본 회장 식구의 돈주머니 역할을 하고 있다며 주주들이 반기를 들었다.
허 대표는 “중복위임장을 포함해서 이번에 소액주주 측 의결권을 26% 모았다. 단기간에 적지 않은 결집력을 보였고, 이를 계기로 회사에 경고를 보내는 것에 성공했다고 생각한다”며 “법률적인 방식을 통해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인피니트헬스케어 주가는 전일대비 2.14%(150원) 떨어진 6860원에 마감했다. 임시주총 현장에 홍기태 인피니트헬스케어 및 솔본 회장은 나타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