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유림 기자] 줄기세포 치료제 비상장사 메디칸이 방송 보안 솔루션 업체 디지캡(197140)의 최대주주로 올랐다. 전혀 사업 접점이 없는 두 회사의 만남 이후 디지캡은 CB와 BW 발행, 유상증자 등 총 400억원의 자금 유치가 진행됐다. 메디칸 측은 “줄기세포 배양기술에 디지캡의 IT 기술을 결합한 시너지가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 최근 3개월 디지캡 주가 추이. [자료=네이버금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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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디지캡의 주가는 지난 5일 5900원을 횡보했다. 그러다 13일부터 갑자기 주가가 치솟기 시작했으며, 이날 코스닥 시장에서 1만1350원에 장을 마쳤다. 3주 만에 92.4%가 급등하면서 시가총액 500억원에서 9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디지캡의 주가 급등의 배경에는 최대주주 변경 이슈가 있다. 2018년 9월 코스닥에 상장했으며, 방송 보안 솔루션 사업을 전문 기업이다. 케이블TV, IPTV 등 유료방송 시스템용 솔루션인 CAS(수신제한시스템)와 DRM(디지털저작권관리기술) 솔루션을 판매한다. DMB 관련 특허로 매출을 올렸으나, 삼성전자가 DMB를 휴대폰에 빼기 시작하면서 SK브로드밴드 방송솔루션 수주에 실적을 의존하고 있다.
지난 21일 디지캡은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 계약 체결을 공시했다. 창업주 신용태 이사회 의장과 한승우 대표외 4인이 메디칸 외 3개 회사에 보통주식 및 전환사채를 양도하는 주식 및 경영권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양수 주식수는 총 240만3886주이며, 1주당 1만3306원, 총 양수도 대금은 320억원이다.
이 중 메디칸이 8.45%(72만6910주)를 보유하게 되면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나머지 지분은 (주)은, (주)위고고파트너스, (주)모자이크벤처스가 인수했다. 거래종결일은 오는 12월 9일 또는 계약 당사자들이 합의하는 일자이며, 경영권 이전은 12월 9일 임시주주총회에서 메디칸이 지정한 이사 및 감사위원 전원이 선임되고 이전될 예정이다.
최대주주 변경 다음날 디지캡은 1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결정과 함께 최대주주가 또 변경된다고 공시했다. 제3자배정 방식이며, 유상증자 대상자는 (주)더블유제이트레이딩이다. 발행되는 신주는 209만3217주로, 기존 발행주식 총수의 24.3%에 해당한다. 12월 10일까지 납입을 마치면 더블유제이트레이딩이 최대주주가 된다. 디지캡 공시에서 더블유제이트레이딩은 태원진 대표이사가 지분 100%를 보유한 최대주주였으며, 사업분야는 공개되지 않았다. 재무제표도 독특했다. 지난해 연매출 6500만원에 불과했지만, 당기순손익은 12억5400만원이다.
25일 디지캡은 유상증자 발표 3일 만에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동시 발행을 공시했다. CB 발행 대상자는 (주)스템라인과 (주)골든힐이며 총 140억원이다. 110억원 규모의 BW는 최대주주 예정회사인 더블유제이트레이딩이 참여했다. 디지캡은 메디칸으로 최대주주가 변경되고, 4일 만에 총 4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끌어왔다.
메디칸 측은 인수 배경에 대해 “줄기세포 플랫폼사업을 위해 디지캡을 인수했으며, 더블유제이트레이딩은 우호적 투자자다”는 입장이다. 메디칸 관계자는 “미래에는 원격의료가 대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린 줄기세포를 배양하는 기술을 이미 보유하고 있으며, 디지캡은 소프트웨어 개발이 가능한 회사다”며 “디지캡의 인력 80%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구성돼 있으며, 헬스케어 플랫폼 분야에서도 충분히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 메디칸의 줄기세포 배양 물질과 배양도구, 즉 하드웨어와 디지캡의 플랫폼기술인 소프트웨어가 결합하면 굉장한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면 백혈병 환자가 골수이식을 받고 질병을 치료하듯이 줄기세포 역시 자신과 맞는 다른 사람의 줄기세포를 찾아서 적용할 수 있다. 메디칸은 디지캡을 통해 IT 플랫폼을 만들어 맞는 사람끼리 매칭을 시켜주는 사업을 구상 중이다. 또 우리 줄기세포 배양 물질과 배양도구를 해외에 보낸 다음 원격으로 한국에서 배양해주고 관리를 하는 거다. 소프트웨어만 개발하면 가능한 사업이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줄기세포에 플랫폼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 당국은 투자자들이 바뀐 최대주주가 회사 인수자금을 빌렸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자기자금보다 차입자금을 이용해 기업을 인수하는 거 자체는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기업인수자가 차입금을 갚으려 회사를 통해 조달한 거액의 자금을 유용하거나, 시세차익을 위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등 불공정거래를 할 경우 처벌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는 투자자들이 보게 된다. 지난해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기획형 복합 불공정거래 14건을 적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