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유림 기자]
안트로젠(065660)이 당뇨병성 족부궤양 국내 임상 3상 실패 소식을 공시도 없이 홈페이지에 게시하면서 시장에 혼선이 빚어졌다. 한국거래소는 “임상 결과는 공시부터 이뤄져야 하며, 공정공시 위반이다”고 밝혔다.
| 안트로젠 공시위반 관련 공시. (자료=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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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지난 26일 안트로젠에 대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예고한다고 공시했다. 불성실공시 유형은 공시불이행이며, 지정예고일은 2월 23일이다.
당해 거래소로부터 부과된 벌점이 8점 이상인 경우 매매거래가 1일간 정지될 수 있다. 또 부과벌점을 포함해 최근 1년간 누계벌점이 15점 이상이 되는 경우 코스닥시장상장규정 제38조제2항제5호타목에 따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
거래소가 안트로젠에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예고한 이유는 지난 21일 임상 실패 결과 발표 때문이다. 안트로젠은 이날 장 중에 공식 홈페이지에 당뇨병성 족부궤양 신약 후보물질 ALLO-ASC-DFU 국내 임상 3상 DFU-301에서 1차 유효성 평가를 만족하지 못했다고 게시했다.
공시보다 먼저 홈페이지에 임상 결과 소식을 발표했고, 주주들의 접속이 폭주하면서 홈페이지는 먹통이 됐다. 안트로젠의 임상 결과 공시는 장 마감하고 한참 후인 저녁 6시가 넘어서야 올라왔다.
코스닥 바이오 공시가이드라인에 따르면 CRO(임상시험수탁기관)로부터 탑라인 데이터를 제출받거나, 해당 내용을 임상 관련 학회, 학술지, 보도자료, 기자간담회 등 공식석상에서 발표하는 경우 공시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거래소 관계자는 “홈페이지에 임상 결과를 띄우려면 사전에 공정공시 양식에 따라 공시를 해야 된다. 안트로젠은 공시 전에 먼저 임상 결과를 발표했고, 이는 공정공시 위반이다”며 “2월 23일 이내에 위원회가 열려서 벌점에 대한 토론을 하고 최종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안트로젠은 2017년부터 당뇨병성 족부궤양 환자에게 ALLO-ASC-DFU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국내 임상 3상 DFU-301을 진행해왔다. ALLO-ASC-DFU는 동종지방유래 중간엽줄기세포를 포함하는 첨부제로 당뇨족부궤양 치료 목적으로 개발한 세포치료제다.
하지만 5년 만에 1차 유효성 평가에서 주 분석군인 mITT군(임상시험에 등록돼 한 번이라도 임상시험용 의약품을 투여받은 환자군)에서 유효성의 차이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임상 실패 발표 전날인 20일까지 안트로젠의 주가는 5만9000원대를 횡보했다. 하지만 5거래일 만에 60%가량 폭락한 2만4550원을 기록했다.
지난 25일 안트로젠은 온라인으로 IR을 개최해 임상 실패에 대해 설명했다. 이성구 안트로젠 대표는 “DFU-301 임상 3상 실패 원인은 줄기세포를 배양하는 과정에서 소의 피를 활용한 동물성 배지를 썼기 때문이다”며 “다른 파이프라인 임상에는 비동물성 배지를 사용하고 있으며, 세포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DFU-301 임상 3상은 실패한 게 맞지만, 회사 본질적인 가치는 하나도 변한 게 없다. 프로세스(제조 공정)를 바꾼 다른 임상을 이미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