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작년 코스닥 예비심사를 자진철회하고 생사의 기로에 섰던 지피씨알의 시계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유한양행(000100)과 비만치료제 공동연구 계획을 발표한게 신호탄이다. 비용 및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법인은 엑시큐어(Exicure)에 매각하고 조혈모세포가동화제제 파이프라인도 기술이전했다. 기존 연구개발(R&D)하던 신약 파이프라인은 엑시큐어를 통해 이어가고, 지피씨알 본체는 신규 신약개발에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폭싹 속았수다’ 치료제에서 비만치료제로 연구확장3일 이데일리와 만난 신동승 지피씨알 대표는 “GPCR(세포막단백질) 중 비만치료제의 표적이 될 수 있는 것이 굉장히 많다. 전세계적으로 연구개발되는 비만치료제 파이프라인 수십개 가운데 대부분이 GPCR을 표적으로 한다. 요즘 화제인 GLP-1도 GPCR이다. (지피씨알은) 근감소 없이 체중감소를 이룰 수 있는 신규 GPCR 타깃 항체를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대표는 “이번 유한양행과 공동연구계약을 체결한 내용은 비만치료제용 GPCR 신규타깃 항체 3가지에 대해 (유한이) 우선권을 가지는 것이다. 물질발굴부터 시작하는 단계라, 추후 학회에서 데이터를 발표하는 단계가 오면 구체적인 내용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신 대표는 “국내에선 삭센다 등 이미 만들어진 약을 장기지속형, 서방형으로 바꾸는 것에 대한 기술력이 굉장히 좋지만, 새로운 표적에 대한 약 개발은 GPCR을 정확히 꿰고 있어야 할 수 있는 영역이다. 거기에서 지피씨알 회사의 기술력이 차별성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 신동승 지피씨알 대표(사진=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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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피씨알 사명인 ‘GPCR’(g-protein coupled receptor)은 ‘세포막단백질’이라는 고유명사다. 지피씨알은 세포막단백질 두 가지가 결합한 형태인 ‘헤테로머’(heteromer)를 타깃 삼아 치료제를 연구하는 회사다. 지피씨알 헤테로머는 다루기 어려운 단백질로 유명하기에 난이도 높은 분야에서 전문성과 자신감을 드러내고자 사명으로 채택했다.
회사는 2013년 11월 신동승 대표가 창업했다. 신 대표는 2003년부터 GPCR 연구를 해온 과학자다. 서울대 미생물학과 학·석사, 동대학 생명과학부 박사를 졸업했다. LG화학 연구원을 거쳐 박사과정 지도교수가 창업한 바이오벤처 뉴로제넥스에 창업멤버로 합류했고 여기서 연구개발, 사업개발을 거쳐 대표이사까지 지낸 후 제약회사 M&A까지 경험했다. 바이오벤처 경영의 전주기를 경험한 셈이며 이를 토대로 지피씨알을 설립했다.
공동창업자인 허원기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와는 서울대 미생물학과 동기 인연이다. 허 이사가 지피씨알의 기술이사로 GPCR 헤테로머 표적과 기전 연구를 맡고 있다. 지피씨알의 20명 임직원 가운데 허 교수 연구실에서 넘어온 인력도 여럿이다.
비희석(Non-dilutive) 자금 확보작년 코스닥 상장 예심 철회 이후 회사는 완전히 달라졌다. 미국법인을 털어냈고 주요 R&D 영역도 저분자화합물에서 항체로, 타깃 적응증도 항암제에서 비만치료제로 변모했다.
본래 지피씨알은 저분자화합물 주사제 형태로 다발성골수종 치료제 ‘GPC-201’을 개발해왔다. 다발성골수종은 최근 히트작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주연 배역 양관식(박해준)의 사인이 된 병으로도 알려진 혈액암의 일종이다.
지피씨알의 GPC-201은 조혈모세포 가동을 활성화시켜 다발성골수종을 치료하는 내용의 미국 임상 2상을 진행하던 중 코스닥 상장 지연이라는 장애물을 맞닥뜨렸다. 연구개발을 지속할 자금이 고갈된 상황에서 지피씨알은 GPC-201 현지 임상을 주도하던 미국 법인을 엑시큐어에 매각하는 방향을 택했다. 올 1월 31일 코스피 상장사 엑시큐어하이트론(019490)의 미국 계열사 엑시큐어가 지피씨알테라퓨틱스USA의 100% 지분을 23억원에 인수했다.
피나 카다렐리(Pina Cadarelli) 지피씨알USA 대표 포함 5명의 인원과 GPC-201의 법적 권리가 엑시큐어로 넘어갔다. 이로써 GPC-201의 모든 연구개발 비용은 엑시큐어가 대는 형태가 됐다. 지피씨알은 원개발사로서 엑시큐어의 R&D에 협조하고 마일스톤 및 로열티를 수령하게 된다.
신 대표는 “기술이전 총규모는 1억2000만 달러, 한화로는 1730억원 수준이다. GPC-201의 임상 2상은 대여섯명만 투약하면 임상이 끝난다. 올해 9월이면 최종보고서가 나오는 일정이다. 임상이 잘 되면 후속 기술이전을 도모해볼 수 있다. 지피씨알도 향후 수익 배분 몫을 더 가져가기 위해 연구개발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운영을 계속할 자금을 확보하고 연구개발 비용면에서 일부 자유로워진 지피씨알은 핵심 기술력을 동원해 GPCR 타깃 항체 비만치료제 영역으로 R&D를 확장하고 있다.
신 대표는 “이번 유한양행 계약에서도 일부 자금이 유입될 예정이다. 이 외에도 공동연구를 논의 중인 잠재적 파트너사들이 있다. 공동연구, 기술이전, 국가과제 선정 등 지분희석 없는 자금 확보를 추진하려 한다. 당분간 펀딩을 통한 조달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피씨알은 공동창업자인 신동승 대표(10%), 허원기 교수(9%)가 도합 19% 지분을 보유했다. 회사 재무적투자자(FI)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곳은 10.5%를 가진 LB인베스트먼트다. 이 외 주요 FI로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SBI인베스트먼트, 인터베스트, 미래에셋캐피탈, LSK인베스트먼트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