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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품귀 해결됐나 했더니…“수입 독감 백신 못 구해요”

  • 수입 독감 백신 재고 부족 현상
  • 공급 충분해도 유통 불균형 탓
  • NIP 9000원·민간 1만6000원
  • 백신 공급 업체 간 형평성 논란
  • 등록 2026-10-14 오후 4:03:46
  • 수정 2026-10-14 오후 4:03:46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동네 병원에 다 문의했는데 수입 독감 백신이 없대요.”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신 모씨(34)는 최근 독감 예방접종을 위해 근처 병원 네 곳에 수입 백신 접종이 가능한지 문의했으나 돌아오는 답변은 모두 같았다. 국산 백신 재고는 있지만, 수입 백신은 재고가 없다는 것이었다.

75세 이상 어르신 대상 인플루엔자(독감) 국가예방접종이 시작된 6일 서울 시내 한 의원에서 한 시민이 독감 백신 예방접종을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75세 이상 어르신 대상 인플루엔자(독감) 국가예방접종이 시작된 6일 서울 시내 한 의원에서 한 시민이 독감 백신 예방접종을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신 모씨는 “수입 백신이 국산보다 효과가 좋다는 얘기를 들어서 찾아봤는데 동네 병원에서는 재고를 보유한 곳을 찾지 못했다”고 푸념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인플루엔자(독감)가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데 따른 백신 품귀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 국가예방접종(NIP) 대상(65세 이상, 생후 6개월~만14세 어린이, 임신부 등) 백신 1233만도즈(1회 접종분)는 확보했다고 설명했지만, NIP 대상에서 벗어난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일부 백신 공급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같은 품귀 현상은 수입 백신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신 씨는 “NIP 대상인 만 2세 아이한테도 수입 백신을 접종하려고 여기저기 알아본 끝에 소량을 보유하고 있는 병원을 찾아 접종시켰다”고 말했다.

사노피發 백신 품귀 현상…수입 백신 수급난 지속

이러한 백신 품귀 현상은 예년보다 빠르게 유행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세계보건기구(WHO)가 올해 A형 H1N1·H3N2와 B형 빅토리아 계통의 권고 균주를 모두 변경하며 제약회사들이 생산과 공급 일정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정부 당국과 계약을 맺고 백신을 공급하기로 한 업체 중 사노피가 계약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약 한 달 전부터 국내 백신 공급망 리스크가 부각됐다. 사노피는 당초 225만도즈를 들여올 예정이었으나, 이중 50만도즈에 공급 공백이 생기며 물량 확보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사노피 관계자는 “이번 공급 차질은 복수의 인플루엔자 균주 변경, WHO 필수규제연구소가 관리하는 글로벌 시약의 생산 및 유통 지연에 따른 것”이라며 “(공급 차질을 빚었던)물량은 이후 국내 시장에 공급됐고, 안정적인 백신 공급을 위해 관련 이해관계자들과 긴밀히 소통하며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질병관리청은 지난 6월 ‘2026~2027 절기 인플루엔자 백신 조달계약’을 체결하고 총 1233만도즈를 공급받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 GC녹십자, 한국백신, 사노피 등 6개 업체가 낙찰자로 결정됐다. 사노피는 SK바이오사이언스(270만도즈)와 GC녹십자(266만도즈)에 이어 225만도즈를 공급하기로 하며 3번째로 많은 물량을 맡은 사업자였다. 사노피가 공급하기로 했던 50만도즈는 GC녹십자가 민간에 공급하려던 물량을 NIP 공급으로 돌리며 급한 불은 끈 상태다.

질병청은 “사노피의 초기 공급물량이 납품 지연될 것으로 예상되며 NIP 조달 물량을 녹십자로 대체했다”며 “사노피가 생산해 국내에 공급하는 총 물량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NIP 대체 공급에 업체 간 형평성 논란

다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공급 차질이 결국 일반 국민들에게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백신 공급 물량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진 않지만, 유통 과정에서 특정 제품의 물량이 원활하게 풀리지 않으면서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업계에서는 전체 백신 공급 물량이 충분한 수준임에도 일부 수입 백신을 중심으로 의료기관의 재고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도매업체들이 특정 제품의 물량을 확보한 뒤 공급을 제한하거나 유통 물량을 조절하면서 일선 병·의원에서 원하는 제품을 구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백신은 WHO로부터 균주를 받아오는 것부터 시작해 생산까지 약 6개월의 시간이 걸린다”며 “초반에 물량을 많이 확보하지 못한 곳은 접종자가 늘어나면서 물량 부족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정부와 계약을 맺고 물량 공급을 수행한 업체들 사이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사노피 탓에 공급에 차질이 발생한 물량 50만도즈는 GC녹십자가 전량 메웠는데, GC녹십자가 이를 민간에 공급했을 경우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 질병청이 NIP 독감 백신을 조달하며 계약한 조달 단가는 도즈당 8851~9199원 수준으로 정해졌다. 현재 민간 시장에서 독감 백신 공급 가격이 도즈당 1만6000원 선으로 알려진 점을 감안하면 민간 시장에서의 판매 가격이 약 2배나 높은 셈이다. GC녹십자가 NIP 물량으로 돌린 독감 백신을 일반 시장에서 판매했을 경우에는 단순 계산상 약 40억원의 이익을 더 볼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반대로 사노피의 경우 뒤늦게 들여오는 50만도즈를 NIP 물량이 아닌 민간 시장에서 유통하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더 많은 이익을 보게 됐다. 특히 올해 독감 백신 조달 단가는 전년 대비 약 4~5% 낮은 수준이어서 민간 시장 가격과 차이가 더 크게 벌어졌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백신 공급은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전체 공급 물량뿐 아니라 실제 의료기관에 백신이 원활하게 공급되고 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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